<대구논단> 수능 유감
<대구논단> 수능 유감
  • 승인 2009.03.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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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식 (대구대 교수)

수능처럼 말 많은 제도도 없을 것이다. 점수로 줄 세우기를 하는 비인간적 측면을 완화하고자 2008학년도부터 9개의 등급별로 합격을 가리는 정책으로 바뀌었지만 동일 등급의 1등과 꼴찌의 차가 큰데도 이를 동일점수로 처리하는 모순이 또 발생했다.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면 또 문제를 드러내는 수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능이다. 수능은 1994학년도 필수 4개 과목(언어, 수리·탐구 Ⅰ, 수리·탐구 Ⅱ, 외국어) 총 190문항으로 출발했다. 다음해 인문, 자연, 예체능으로 계열이 구분되고 1999년에는 탐구영역 내 선택과목제가 도입됐다.

2001년 제2외국어 영역이 도입되고 2002년 영역 명칭이 변경돼 수리·탐구 Ⅰ이 수리, 수리·탐구 Ⅱ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로 바뀌었다. 2005년에 다시 제 7차 교육과정을 적용해 계열구분 삭제, 제 2외국어 영역에 아랍어와 한문 추가, 직업탐구영역(17개 과목) 추가라는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로 출제는 총 7개 영역 51개 과목으로 확대됐다.

또 종전까지의 4개 필수영역 및 1개 선택영역에서 7개 영역 모두 선택으로 바꾸고 언어와 외국어(영어)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 선택과목이 존재하는 체제가 되면서 문항 수도 대폭 늘어나 종전250개(필수 4개 영역 220개 및 선택영역 30개) 문항에서 총 1천128개 문항(2007년부터 1천118개 문항)이 됐다.

7개 영역 모두가 선택으로 바뀌면서 수험생은 이 중 몇 개 영역만을 선택할 수 있게 됐는데, 수험생의 선택은 이제 각 대학에서 어떤 영역을 입시에 반영하는가에 따라 좌우되게 됐다. 2009학년도의 경우 3개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이 약 60%로 가장 많고 4개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이 37%선이다.

2008학년도 각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을 보면 언어영역의 경우 대학 인문계의 99.5%, 자연계의 77%, 공학계의 73.1%, 의약학계의 85.2%가 반영했다. 수리영역의 경우 대학 인문계의 69.4%, 자연계의 96.4%, 공학계의 98.7%, 의약학계의 100%가 반영했고 외국어 영역의 경우 인문계의 99%, 자연계의 97.5%, 공학계의 98.7%, 의약학계의 100%가 반영했다.

탐구영역의 경우 인문계의 95.7%, 자연계의 97.5%, 공학계의 95.4%, 의약학계의 100%가 반영했다. 제2외국어 영역의 경우 인문계의 0.5%만이 반영했고 자연계와 공학계 및 의약학계는 전연 반영하지 않았다.

한편 이공계용 수학인 수리 가형은 수험생의 24.2%가, 수리 나 형은 75.8%가 응시했다. 대학 정원 중 인문계 41.7%, 자연계 43%, 예체능계 15.4%임을 감안하면 대학의 자연계 지망생으로서 수리 가형 응시자가 크게 적은 것이 특징이다.

수리 가형을 지정한 대학의 자연계 가 24.5%, 공학계가 19.1%에 불과한 현실과 함께 오늘날 각 대학 자연 공학계 입학생의 수리능력 부족 현상의 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70%의 대학이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중 특정영역을 지정하지 않는 상황이나 자연계의 27.2%, 공학계의 18.4%만이 과학탐구를 지정하고 있는 상황도 이러한 현실의 배경이다.

2009학년도 사회 탐구영역 응시현황을 보면 사회·문화 75.6%, 한국지리 67.3%, 한국 근·현대사 59.3%, 윤리 52.3%로 비교적 쉬운 이들 교과에 몰리는 대신 세계사(10.3%), 세계지리(12.4%), 국사(17.9%) 등의 과목에 대해서는 선택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과학탐구 영역의 경우에는 심화과목인 Ⅱ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제 2외국어· 한문 영역의 경우 고교에서 전연 가르치지 않는 아랍어 응시가가 1위(29.4%)를 기록한 것은 표준점수의 맹점을 이용한 기현상이다. 아랍어 응시자는 2005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만 하더라도 1명에 불과했다.

2005년 0.4%(531명), 2006년 2.3%, 2007년 5.6%, 2008년 15.2%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사고력 중심의 수학능력 시험(적성검사와 유사)으로 출발했으나 학력검사로 변질됐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수준인 7개 영역 51개 과목 출제의 수능. 미국 SAT의 경우 총 20개 과목, 미국 ACT의 경우 영어, 읽기, 수학, 과학, 쓰기의 5개 과목, 일본대학 입시 센터 시험이 28개 과목에 불과함을 비교하면 우리의 수능은 너무나 번잡하다.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만이 아니라 수능 자체의 문제점부터 우선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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