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옛 선비들의 자기교육법(1)
<대구논단> 옛 선비들의 자기교육법(1)
  • 승인 2009.04.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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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스스로를 소학동자(小學童子)라고 일컬으며 끊임없이 실천 학문을 강조한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선생은 자기교육법도 철저하였다.

일찍이 영남학파의 거두인 남명 조식(南冥 曺植) 선생이 그의 문집에서 말하기를 `김굉필 선생께서는 일찍이 뜻을 같이 하는 벗과 함께 지내면서 첫닭이 울면 함께 앉아 콧숨을 헤아리는 호흡법을 행하셨다.

남들은 겨우 밥을 한 차례 지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세가 흐트러졌으나 유독 선생만은 횟수를 낱낱이 헤아렸고 먼동이 트도록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김굉필 선생은 자기 관리에 대한 실천 의지도 굳지만 체력도 매우 강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굉필 선생은 그를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는 반우형((潘佑亨)이라는 사람에게 자신이 지키고 있던 18조목으로 된 `한빙계(寒氷戒)’를 써주는데, `한빙’은 `얇은 얼음을 밟듯이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빙계 제1조는 `동정유상(動靜有常)’으로서 `움직임과 움직이지 아니함에도 떳떳한 법칙이 있다’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군자는 그릇을 몸에 간직하였다가 때를 기다려 쓴다고 하였다.

그릇의 간직은 도(道)의 본체니 곧 조용함이요,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도의 작용이니 곧 활동함이다. 조용하지 아니하면 그릇이 몸체를 이루지 못하여 활동할 때에 쓸 것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마땅히 조용함 속에서 주장을 찾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하여 매사에 신중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제2조는 `정심솔성(正心率性)’으로서 `마음을 바르게 하고 타고난 본성을 따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설로는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사사로운 욕심이 들어와서 사람을 해치고, 타고난 본성에 따르지 않으면 나쁜 생각이 함부로 침범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매우 엄하게 성찰하여 사사로움을 물리치고 악을 다스리기를 날렵한 칼로 뱀을 베듯 하고 날랜 화살로 범을 쏘듯 하여야 한다. 나쁜 생각이 생긴 뒤에 퇴치하려 하지 말고 미리 막는 것이 최선이다.

두 번 생각함으로써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세 번 반성하여 타고난 본성을 따라야 한다. 습관에서 생기는 성격은 참을성이 없으나 타고난 천성은 바른 것이니, 본성을 좇아 습관을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하여, 타고난 본성을 지켜야 함을 강조하였다.

제3조는 `정관위좌(正冠危坐)’로서 `갓을 바로 쓰고 무릎 꿇고 앉아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것이다. 당대의 선비가 자신에게 내리는 교훈의 조목이 이처럼 일상 도덕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마음속에 이치가 곧으면 밖에 몸이 반드시 단정하여지나니 평소 행동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낸다.

눈길을 존엄하게 하는 것이나 앉기를 죽은 사람처럼 하라는 것은 모두 공경함에 이르라는 것이다. 어찌 감히 방자하고 태만하리요, 갓을 바로 쓰지 않거나 다리를 함부로 뻗고 앉는 것 또한 방자함의 표현이니 어찌 다른 사람에게 버림을 받지 않겠는가? 위의(威儀)를 잃는 것은 학문하는 데에 큰 병통이니 반드시 공경히 하고 또 공경히 해야 한다.’고 하여 사람은 모름지기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쓰고 있다.

이밖에 제17조는 `신종여시(愼終如始)’ 즉 `마지막을 시작할 때처럼 조심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끝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은 선비로서 나아감과 물러남을 분명히 해야 함을 뜻할 뿐만 아니라 매사에 초발심(初發心)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시작 없는 사람은 없으나 마지막이 있는 이는 적다고 하였으며, 주역(周易)에는 처음과 같이 마지막 있기를 구하라고 하였다. 또 예기(禮記)에서는 처음을 잘 하는 이도 마지막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으니, 진실로 마지막을 시작할 때처럼 조심한다면 어찌 성현(聖賢)의 지위에 이르지 못할 것을 걱정하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빙계는 한 마디로 실로 작은 것에 큰 것이 들어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의 공경스러운 작은 실천이 사람됨의 가장 기본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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