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김연아가 또 한번 국민을 울렸다
<대구논단> 김연아가 또 한번 국민을 울렸다
  • 승인 2009.04.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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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대기자 )

1등을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시험이던, 경기든, 선거든, 내기던 1등을 하면 웃고 흐뭇해한다. 2등,3등도 나쁜 건 아니다. 이번에 1등을 놓쳤더라도 다음번에는 꼭 1등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운동경기에서는 2등, 3등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주고 프로경기에서는 상금도 적지 않다. 다만 시험이나 선거에서는 2등은 별 볼 일없다. 오직 1등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진다.

시험에서 1등으로 장원급제를 하는 것은 2등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나 2등에게도 응분의 자리나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선거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선거는 오직 1등뿐이다. 차점자가 되어봐야 3,4위보다는 좀 나을지 몰라도 결과는 똑같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게 선거에서 2등한 사람이다.

그동안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피겨를 할 수 있다는 것만도 선택된 사람이었지만 뛰어난 소질과 몸매를 타고나야만 가능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히 도전의 용기를 갖지 못하는 종목이 피겨다. 그런데 우리 앞에 홀연히 나타난 김연아는 어려서부터 단연 두각을 보였다. 그가 이번에 고려대에 입학한 새내기이기에 이미 중 고등학생 때부터 이름을 알린 것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늘 `피겨의 여왕’이다. 최고 경쟁자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주거니 받거니 우승을 나눠가졌다. 그러면서도 세계선수권 대회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세계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면서도 어떤 때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극도의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댄 적도 있다. 간발의 실수로 상대선수에게 우승의 영광을 헌상한 일도 있다.

일반인들은 피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은반 위에서 화려한 율동과 연기로 아름답게 얼음 위를 누비는 모습에 반할 뿐이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구태여 알 필요도 없다. 김연아만 출연하면 TV를 켠다. 1등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확신을 함께 가지고 본다. 지난번 야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안타깝게 준우승에 머문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아쉬움은 아직도 가슴에 서려있다.

마침 피겨에서 하필이면 일본선수와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고 했을 때 “이번만은” 꼭 이겨주기를 못내 빌었다. 더구나 금년은 군국주의 일제의 지배를 받던 1919년 3월1일 만세운동으로 전 세계를 감동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지 90년이 되는 해다. 광복군들이 만주벌판을 누비며 왜적과 싸우던 기개를 맘껏 발휘하여 피겨에서나마 일본을 꺾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디 나 혼자뿐이랴.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마침 일요일 아침시간이라 외출도 하지 않고 TV앞에 붙박이가 되었다. 다른 외국선수들의 경기는 곁눈질에 불과했다. 그들의 경기내용도 대단히 멋지고 힘찼다. 실수는 애교다. 끊임없이 박차고 일어나는 용기와 스포츠맨십은 모두 박수를 받을 만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선은 온통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의 경기에만 집중되었다. 먼저 경기에 나선 아사다는 점프를 하다가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했다.

필자도 그랬지만 많은 국민들이 이 대목에서 소리 내어 표현할 수는 없었더라도 안도의 숨을 쉬지 않았을까. 일본 국민들도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남 잘못되기를 바라는 나쁜 마음이 아니다. 김연아의 우승을 목 놓아 기다리는 자연적인 감정일 뿐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김연아가 실수 없이 더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운동경기에서 실수는 병가의 상사니까.

아사다에 가렸던 미키 안도가 오히려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중간점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미키를 뛰어 넘어야 한다. 김연아는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장 완벽한 연기로 기립박수를 받았을 때 우승은 확정되었다. 여자 피겨스케이터에게는 꿈으로 여겨졌던 200점대를 돌파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 다른 선수의 실수가 아니라 자신의 기술과 예술성만으로 당당하게 승부했다.

코치를 맡은 브라이언 오서는 벤치에서 김연아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하는 삼매경에 빠졌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만한 혼연일체다. 시상식장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가슴에 손을 얹은 김연아는 벅찬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국민들도 모두 따라서 울었다. 기쁨의 눈물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봉착한 현실 속에서 최대의 위로가 되었다. 국회의원들은 뇌물 먹기에 바쁘고 대기업 노조는 임금인상이나 요구한다. 전교조는 학생평가를 반대한다. 국위를 선양하는 스포츠 선수들만 애국의 상징처럼 되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모두 하나가 되어 단결된 모습으로 우선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며 나라의 현실을 걱정으로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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