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옛 선비들의 자기교육법(2)
<대구논단> 옛 선비들의 자기교육법(2)
  • 승인 2009.04.08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대구교육대학교 겸임교수, 아동문학가, 교육학 박사 )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선생의 호(號)를 살펴보면 선생이 자기 관리에 얼마나 철저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찰 한(寒)’, `따뜻할 훤(暄)’으로서 차가울 때에는 따뜻함을 생각하고, 따뜻할 때에는 차가움을 생각해야 한다는 실천 윤리가 깃들여져 있는 것이다.

사실 세상사란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며,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결국은 먼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찍이 선생은 이러한 세상사를 간파하고 자신의 행동을 항상 얼음판 걷듯 조심하였다. 그러므로 선생이 평생 가슴에 품고 실천에 옮겼던 생활 계율인 `한빙계(寒氷戒)’는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한빙계 제5조는 `통절구습(痛絶舊習)’으로서 `옛 버릇을 철저히 끊어버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은 `지금의 벼슬하는 자들은 대개 출세에 조급하여, 의리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구멍을 뚫고 담을 넘어(鑽穴相窺) 서로 엿보는 첩들과 같은 행동을 즐기고 있다.

벼슬을 얻으려고 걱정하며 놓칠까 걱정하여 못할 짓이 없으니, 이것이 어찌 도에 뜻을 둔 자가 할 짓이랴. 장성해서 실천하려던 뜻은 허탕으로 돌아가고, 늦게 얻은 버릇으로 타고난 본성을 덮어버리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이 구절을 깊이 이해한다면 부끄러워할 사람이 많을 줄 믿는다. 구습에 젖어 새로운 길을 보지 못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제6조는 `질욕징분(窒慾懲忿)’으로서 `욕심을 막고 분한 마음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예(禮)로써 억제하지 아니하면 모두가 짐승처럼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분노는 스스로를 허물어지게 하니 의(義)로써 지키지 않으면 곧 간악하고 낭패(狼狽)함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예의로 이를 제약하여야 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무죄한 사람 하나를 죽이고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욕심을 버리고 이를 범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상에 아무리 큰 유혹이 닥친다하더라도 본성을 거스르고 욕심을 부려서는 아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제7조는 `지명돈인(知命敦人)’으로서 `하늘의 뜻을 알고 어짐에 힘쓰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설로 선생은 `공자(孔子)가 말씀하시기를, 명(命)을 아는 고로 걱정하지 아니한다고 하였고, 또 어진(仁) 사람이 능히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하늘의 순리를 좇아 모든 사람을 어질게 대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대세가 무엇인가를 알고 이를 거슬러서는 아니 되며 무엇보다도 인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 들어있다.제8조는 `안빈수분(安貧守分)’ 즉 `가난함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설로 선생은 `하늘이 뭇 백성을 내고 각각 나누어 준 직분을 갖게 하였으니, 감히 어기고 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모두 부자가 되기를 원하나 부자 되기는 어렵고, 가난하기가 쉬운 것은 각각 분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천기(天機)가 높지 못하여 가난함을 싫어하고 부자 되기를 구하여 분수 밖의 일을 지나치게 행한다. 비록 용한 꾀를 교묘히 행하더라도 마침내 법망을 피하지 못하니, 심하면 몸을 망치고 자손이 끊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또 공자는 말씀하시기를, 부귀를 만일 구하여 얻을 수 있다면 비록 말(馬)채찍을 잡는 천한 일이라도 하겠지만 그러나 해서는 될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즉 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아무리 보상이 크다 하더라도 접해서는 아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으니 곧 절제의 미덕을 갖추라는 것이다. 결국 한빙계는 아무리 큰 핍박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 바르게 살아가는 것임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깊이 음미하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