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사라진 “우대권입니다”
<대구논단> 사라진 “우대권입니다”
  • 승인 2009.04.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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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오뉴월 화롯불도 쬐다가 안 쬐면 섭섭하다”는 속담이 있다. 늘 습관적으로 있었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일이라는 것이 비록 마음에 안 들고 성에 차지 않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오래 겪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 생겨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라고 하면 하루라도 빨리 없애는 것이 서로 편한 일이다. 얼마 전 본란을 통하여 `서울 매트로의 우대권입니다’라는 제하의 칼럼이 실린 바 있다. 만 65세를 넘긴 노인인구나 국가유공자에게 주는 지하철 공짜 표에 관한 얘기였다. 그동안 `백표’로 불리는 종이 우대권을 주던 지하철역에서 새로 플라스틱 카드 우대권을 사용하게 한 것이다.

새로운 우대권을 발급받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사무소에 들락거려야 했으며 신한은행을 통하여 발급받기도 했다. 문제는 부정사용 방지를 목적으로 카드로 출입하는 순간 “우대권입니다”라는 기계음이 큰 소리로 방송하게 되어있는 시스템에서 발생했다. 노인들이나 국가유공자들에게 “당신은 지금 공짜로 지하철을 승차하고 있습니다.”라고 일깨워주는 역할을 이 카드는 천연덕스럽게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본란에서 이를 문제 삼은 것은 `우대권입니다’라는 말이 사용자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점에 있었다. 정부에서 그들에게 우대권을 주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 큰일을 했거나 산업일꾼으로서 많은 일을 하고 은퇴한데 따른 예우를 하자는 목적에서다. 사회적으로 나름대로 역할을 한 분들에 대해서 감사의 뜻을 겸하여 일정한 수입이 없는 처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의 편의만을 생각하여 우대권을 강조하는 기계음을 삽입한 행위는 가장 치졸하고 저열한 방침이었다.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서울 종로3가 일대는 노인들의 천국이다. 탑골공원을 비롯한 종묘공원, 안국동 노인복지센터 등 노인들의 활력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은 비록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옛날의 기개를 잃지 않고 모이기만 하면 기고만장하여 일대 토론장을 벌이기도 한다.

그들의 저력을 살려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일도 여기저기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찮은 우대권 한 장에 자존심을 상해가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 아예 돈 주고 카드를 사서 쓰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것은 순전히 지하철을 타거나 내릴 때 “우대권입니다”라는 기계음 때문에 나온 문제였다. 우대권 사용자들이 한꺼번에 카드를 대면 이 기계음이 여기저기서 합창처럼 울려 퍼진다.

시끄럽기도 하고 옆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구태여 이런 발상을 한 것이 잘못이긴 하지만 이를 계획할 때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매트로 측에서 교섭을 한 결과 얻어진 결론이었다니 공무원들의 무성의가 결국 일을 키운 셈이다. 기

왕에 혜택을 줄 바에야 “감사합니다”로 통일했더라면 그나마 듣는 이들도 기분이 상할 리 없고 자존심에도 아무 영향이 없었을 게 아닌가. 언론과 보훈단체 그리고 노인단체 등이 이 문제를 짚고 나섰을 때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문제점을 인식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잘 한일이다. 이제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삐, 삐” 하는 소리가 두 번 울린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유료 카드는 “삐”소리가 한번 울리기 때문에 부정사용을 단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공직자들의 자세가 조금만이라도 봉사에 눈을 돌린다면 이 사회는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온갖 규제에서 극성을 부린다. 집 한 채 짓거나 공장 하나 세우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경비가 들어가는 현실이다. 외국인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지나친 규제에 질려 제물에 나자빠지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규제는 공직자의 부패온상일 뿐이다.

외자유치에 혈안이 되었던 중국에서는 이틀 만에 공장설립을 허가했는데 한국에서는 3개월이 걸려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에 말썽이 난 박연차 리스트라는 것도 결국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수작이었음이 분명하다. 공직사회의 부패구조가 사라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어두워지고 미래는 없다.

러시아나 중국의 부패가 극심하다는 사실은 모두 아는 얘기지만 경제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길들여진 국민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회주의 통제는 힘을 잃는다.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두 나라는 부패를 없애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론에 따라 사라진 “우대권입니다”처럼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로 명랑하고 희망찬 내일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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