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신간> 국가에서 마을로
<주목신간> 국가에서 마을로
  • 황인옥
  • 승인 2012.10.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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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다양한 원천들 중에서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식의 양이 팽창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권력에 미치는 정보의 역할은 보다 높아진다.

하지만 이 둘 간의 관계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관여라기보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속성을 보여왔다. 정보가 권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권력 구조가 정보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면서.

특히 정보가 특정계층에 집중되느냐 일반대중으로 분산되느냐에 따라 권력의 메카니즘도 크게 달라졌다. 근대국가 이전에는 문자와 인쇄술의 혜택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되었고, 정보는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의 지배를 공고히 하는 매개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근대국가 이후에는 문자와 인쇄술의 발전이 오히려 시민사회의 형성을 촉발하는, 권력구조 개편의 중요한 촉매제가 됐다. 여기에는 종이와 인쇄술 등 정보전달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됐다. 결국 기술의 발전이 지식과 정보의 확산을 불러오고, 그것이 시민들의 각성과 행동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용해 시민사회를 만든 것이다.

세월은 흘러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맞았다. 21세기는 정보전달의 수단이 페이퍼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가상의 세계로 이동하고, 정보의 속도도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획기적인 변화의 시대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도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인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역사상 어떤 시대에도 경험하지 못한 변화다.

과거 역사적 경험에서 정보 집중이 권력의 공고화에 기여했다면, 정보의 확산은 권력의 분산을 이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다면 정보의 생산과 전달, 즉 커뮤니케이션의 구조가 수평적인 지금의 방식이 사회구조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국가에서 마을로’의 저자 전명산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같은 속도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21세기의 정보환경을 적어도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단계를 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근거는 2002년 촛불집회와 지하철 게릴라 시위. 네티즌 수사대 등의 일련의 사건들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 21세기 정보환경은 공동체 내부가 절대속도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공동체구성원 전체가 공동체 전체에 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공유하고, 개인이 공동체 전체를 조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개인으로의 확산을 보이고 있다”고 정리하고, “불과 한 세기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국가’에서 다시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의 분석 속에 담겨 있는 속내는 직접민주주의의 조심스러운 조망이다.

개인의 정보획득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그것이 사회현상의 개입과 변화를 이끄는 단계로 발전하는 이러한 현상들이 저자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다.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그 사람의 가족 관계만이 아니라 탄생에 얽힌 일화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근대화 이전의 소규모자립공동체 사회에 이미 있어왔던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졌던 커뮤니케이션의 양상들과 겹쳐지기 때문.

그의 ‘마을’은 적게는 수 명에서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될 수 있는 수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그런 마을이다. 그가 마을의 근거로 제시하는 배경은 ‘커뮤니케이션 속도’다. 인터넷의 도입으로 국가 공동체 내부의 정보처리시스템의 속도가 마을 단위 정보처리시스템의 속도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근거다. 그러면서 빛의 속도에 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을 어떻게 인류에게 유익한 형태로 유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각종 사회문제를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홀롭티시즘적 ‘집단지성’을 활용해 사회적 협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반지성에 기반해 농산물 파동을 막을 수 있는 농산물 협업시스템의 구축이 예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농부들이 자기가 심은 생산량을 시스템에 기록하고 그 기록된 생산물의 총합을 실시간 오픈하면 과소와 과잉 소비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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