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이수정 영남대의료원장
<와이드인터뷰> 이수정 영남대의료원장
  • 대구신문
  • 승인 2012.10.28 21: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가 주목한 유방암 수술의 권위자 '여성의 수호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느날 언론에 '명의'로 부각돼
이수정(59·사진) 영남대학교의료원장. 이름은 여자 같다. 그러나 남자다. 그는 여성의 수호신으로 불린다.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법인 이른바 ‘유두-유돈부 및 피부보존 유방절제술’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권위자다.

17년 전 그가 시행한 이 수술법은 이후 전 세계 유방암 전문의들의 범례가 됐으며 그를 명의(名醫)의 반열에 올렸다. 그는 유방암 분야 세계적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부터 영남대의료원의 최고경영자(CEO)로 새로운 이력을 시작한 이수정 원장을 만났다.

이수정 원장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느날 언론에 명의로 부각되 있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끊임없는 노력을 한 만큼 결과는 찾아온다고 말한다.

◆고교 때 서울공대 목표로 공부, 고교시절 선후배간 만남서 의대 결정...어려운 가정형편, 집안에 의사가 없던 것도 ‘도전정신’ 부추겨

이수정 원장은 무척 바쁘다. 직원들도 스케줄을 꼼꼼히 살펴야 만나 볼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환하게 웃는 모습 속에 수줍음이 보인다. 질문을 간파했음일까. 의사의 길을 가게 된 이유부터 나왔다.

“고교 3학년 때 서울공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어요. 그해 11월 경북대의대 선배들이 학교를 방문해 의대를 권유했습니다. 그 당시 의대는 학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이 국립인 경대의대는 서울에서의 생활보다 큰 돈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해 경북대의대로 진로를 변경했어요, 또한 집안에 의사가 없었던 점도 도전정신을 자극했지요.”

그의 ‘의료인의 길’에 고교시절 선·후배 간 ‘맨토(Mentor)-맨티(Mentee) 간담회가 일정부분 기여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것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아닐까. 왜 유방 분야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1988년 영남대병원 외과 과장님이셨던 권굉보 교수님께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과 분과를 단행했어요. 당시 저는 가장 젊은 교수였기에 선배님들이 먼저 전공을 선택했고 인기 없어서 남은 분야가 유방, 갑상선 분야였어요. 당시 이 두 분야는 매우 드문 질환이라 망설였습니다. 다른 분야인 대장이나 위장관 분야를 하게 되면 이인자로서 위치에 서야 했지요.”

당시 이인자로 남느냐 아니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최고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 원장의 깊은 고민은 새로운 변화를 읽고 새로운 분야에 온 힘을 쏟자는 각오로 다져졌다.

“이때 도서관에서 일본의학저널을 찾아보았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유방암과 갑상선암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로 이것이다’라고 무릎을 쳤지요. 이 분야야말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개척 분야이니 이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작하는 것이고 희망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전공 분야에 대한 몰입은 남달랐다. 스스로 강력한 선진 기술을 연마하고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외과 교수들은 외국에 연수하러 갈 때 모든 외과 분야를 공부하고 왔어요. 하지만 1990년 저는 미국 메모리알슬로안케터링 암센터에 연수하러 가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방암과 갑상선암만을 연수했습니다.”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수술법으로 주목받는 그의 선진 수술법. 어떤 부분에서 뛰어나다는 것일까. 그는 유방암 수술 시 유륜부와 피부를 보존하는 절제 수술,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절과 관련해서도 독보적이다.

◆ 26여 년 전 여성을 상대로 처음 유방암 수술을 집도...가슴(유방) 여성성의 상징, 몸과 마음 함께 치유 필요

“보통 유방암 수술을 하면 유두를 포함한 피부를 잘라내고 암세포를 들어내지요. 유럽에서 잠시 유륜부를 보존하는 시술을 했지만 재발률이 높아 절제하는 수술법으로 돌아갔어요. 여성으로서 유륜부가 보존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요. 특히 여성에게 있어 가슴(유방)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여성다움, 여성성의 상징이라 그것을 잃어버리면 심각한 충격을 받습니다.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게 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26여 년 전 여성을 상대로 처음 유방암 수술을 집도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의술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삼았음을 그의 이력은 보여주고 있었다.

“유방암의 경우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절 제거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보편적인 수술방법입니다. 림프절 제거 수술을 할 경우 20~30% 정도의 환자가 팔이 부어오르는 등 ‘림프부종’이 생겨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줍니다. 특히 겨드랑이 림프절은 유방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유방암이 겨드랑이로 전이될 확률이 많아요. 유방암 전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림프 부종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원장은 1998년 ‘감시림프절 생검법’을 도입해 림프절 전이 여부, 부종을 막았다. 2008년 감시림프절과 공유림프절에 전이가 없는 경우 액와림프절 절제 시에 팔에서 올라오는 림프절을 보존함으로써 팔의 부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세계학회에 최초로 보고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이처럼 유방암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력’이었다.

“의사 이전의 최고의 자산은 끊임없는 노력이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이 찾아온다고 봤어요. 의사가 되고나서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외과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지요. 지금은 창의력이 가미된 참신한 수술기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의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과 탁월함은 영남대병원의 경쟁력이 됐다. 서울의 유수 병원과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다고 한다.

“유방암, 갑상선암 분야와 안과 분야, 호흡기내과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소화기암 분야, 심장 질환, 뇌졸중 분야가 강하지요.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방사선노출이 적은 일체형 암 진단기인 PET?MR, 최첨단 암수술기인 노발리스-TX의 가동으로 암 진단, 메스가 필요 없는 최첨단 방사선 수술이 도입돼 아주 작은 양의 방사선 노출로 암을 진단할 수 있어 개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은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최고의 자산은 끊임없는 노력, 노력한 만큼 결과 찾아온다...외과 헨디탭 ‘왼손잡이’ 극복

외과계통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해 외과를 지원했다는 이 원장은 ‘왼손잡이’다. 그에게도 핸디캡이 있었다.

“왼손잡이라 외과를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 끝에 외과를 선택했습니다. 인턴과정 때 식육점에서 돼지껍질을 사서 칼로 자른 후 오른손으로 봉합연습을 해 극복했습니다. 지금은 양손 모두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 어느 누구보다도 빠르고 세밀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원장은 이 시기를 ‘인간 이수정’이 가장 잘한 첫 번째 결정으로 꼽았다. 그가 의료인의 길을 걸으며 두 번째, 세 번째 잘한 결정이 궁금했다.

“군복무 시절에 돈 벌기 좋은 시절에 개원을 할까. 종합병원으로 갈까. 대학교수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대학교수로 가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대학교수가 되려면 필요한 논문을 써야 하는데 군의관 복무 중에 쓰기로 결심했죠. 이 시기 논문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시절이죠. 하지만 논문을 완성해 제출했고, 영남대교수로 임용이 되었어요. 이게 두 번째 잘한 결정 같아요.”

“또 외과 분과 때 환자가 적어 관심이 없었던 유방, 갑상선암 분야를 하기로 결심하고 도미(渡美)해 이 분야의 최신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한 점이 세 번째 잘한 결정 같습니다.”

◆‘메디시티 대구’ 내실화 중요, 지역병원 ‘스타교수’ 키워야

영남대병원은 의료봉사활동과 찾아가는 대시민 건강강좌 뿐만 아니라 ‘메디시티 대구’가 지향하는 해외 의료관광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메디시티 대구’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대구는 4개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의료도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교수들은 메디시티의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죠. 한마디로 홍보부족이 아닐까요. 또 ‘의료관광 중심도시’를 지역 성장동력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시성이 아닌 특성화, 내실화가 중요하리라 봅니다.

이수정 영남대의료원장이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가슴(유방) 여성성의 상징, 몸과 마음 함께 치유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 말한다.

우리 병원도 해외 의료진에 대한 팸투어에 참가하고 의료시술 연수 등도 하지만 큰 맥락에서의 ‘메디시티 대구’와 연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군요. 앞으로 ‘메디시티 대구’의 목표와 사업내용에 대한 홍보를 통해, 교수들의 참여 유도, 아이디어 접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의 지역사랑, 자존심은 남다르다. 지역 의료계를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환자의 역외 유출에 대해서도 염려한다. 그 대안은 뭘까.

“수도권 등 역외 유출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수도권으로의 역외 유출 역시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원인은 소위 빅5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면 뭔가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이들 병원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세련되고 현대화된 시술과 막강한 의료진도 한 몫을 하죠. 수도권으로 갈 때는 병원 이름보고 찾아갑니다. 하지만 지역 대학병원으로 오는 경우는 유명한 교수 이름을 보고 찾아가는 것이 차이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역외 유출을 막으려면 지역병원에서 경쟁력 있는 특성화 분야를 활성화 해 스타교수를 키워야 합니다.”

◆대학생활 ‘낭만이 없었던 시절’...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만난 것 최고의 행운...인생3막 영남대의료원 발전에 온 힘 쏟아 부을 것

화가 날 때 가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숙면을 취하거나 아내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소탈한 이 원장은 이제 영남대의료원 CEO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어떤 리더십을 원할까. 앞으로의 다짐도 들어본다.

“의료원의 발전은 구성원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일 때 이뤄진다고 봅니다. 맹목적이고 반복적인 것보다 창의적 자세가 중요할 겁니다. 우선, 아이디얼(ideal)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측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창의력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중시해 모두가 융화되는 조직으로 이끌 생각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영남대의료원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환자분들이 감동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의 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의사로서 외길 인생을 살아온 그는 성인이 되어 실패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학창시절 대구중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도 경북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진 점이 가슴 한구석에 남는다고 했다. 교사였던 부친이 4형제를 대학까지 보내야 했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의과대학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밖에 몰랐던 그때를 ‘낭만이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평범하면서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아내를 만난 것을 최고의 행운이라 자랑한다. 그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꼽는다.

이 원장은 교수가 돼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느날 언론에 ‘명의’로 부각되어 있던 시절을 인생 2막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그의 인생 3막은 뭘까.

“지난해 학장에 취임한 후 올해 의료원장이 되었습니다. 영남대의료원의 발전을 위해 경영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지금이 제 인생 3막이 열리는 시점입니다. 제3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온 열정, 노력을 쏟아 부을 겁니다.”

그의 인생 3막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가 꿈꾸는 인술, 창의적인 노력이 멈추지 않길 기대한다.

김종렬기자 daemun@idaegu.co.kr


▩이수정 교수는 1978년 경북대의대를 졸업하고 1978~1983년 경북대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를 거쳤다. 1992년부터 영남대 의과대학 정교수로 있으면서 1999~2001년 영남대 의대 부학장을 지냈다. 1983년 대한외과학회, 1988년 대한암학회 회원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19 91년 대한두경부종양학회 이사, 2012년 대한내분비외과학회 부회장이 됐다. 그리고 2007년 한국유방암학회 회장을 맡았다. 2010년 2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영남대의대 학장을 역임한 후 2012년 9월 학교법인 영남학원 의무부총장 겸 영남대의료원장에 취임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