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외면하고 싶은 현실 '똥파리'
<새영화>외면하고 싶은 현실 '똥파리'
  • 대구신문
  • 승인 2009.04.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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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차마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존재를 뜻한다. 영화 '똥파리'는 똥파리보다 더 멀리 하고 싶은, 그러나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인정사정없는 구타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공 상훈(양익준)은 할 줄 아는 게 때리고 욕하는 것뿐인 '막장' 인생이다. 그가 보여주는 욕과 폭력은 때로는 눈과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고개를 돌리고 싶게 만드는 게 따로 있다. 더럽고 무서운 현실의 상처와 슬픔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숨 막히는 인생을 표현하는 영어 제목 'Breathless'처럼 영화는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숨을 편히 쉴 수 없게 만든다.

용역소 깡패인 상훈은 욕설과 폭력이 일상인 분노로 가득 찬 남자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엄마와 여동생이 죽음을 맞고 아버지는 15년 만에 출소한다. 그런 상훈에게 가족은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벗어나고 싶은 지긋지긋한 상처다.

그와 우연히 만나 서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여고생 연희(김꽃비)도 상훈 못지않게 절망적이다.

분열증을 앓는 아버지, 노점상을 하다 용역 깡패에 숨진 엄마, 암울한 집안 환경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남동생 영재(이환) 등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간다.

영화는 가족과 폭력이라는 주제 안에서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상처를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짜내듯 끝까지 드러내고야 만다. 상처를 치유하거나 억지로 감싸 안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난무하는 욕과 피 속에서 따뜻함과 애틋함이 묻어나온다.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현실적인 대사와 농담들이다. 상훈이 일하는 용역소의 사장 만식(정만식)의 정감 있는 욕설도 긴장을 풀어준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다시 마주쳐야 하는 소름 돋는 영화 속 현실에 더욱 가슴이 쓰리다.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생생히 전달하는 과감한 클로즈업 앵글은 피하고픈 현실을 더 크게 들여다보게 한다. 영화의 각본과 주연까지 1인3역을 한 양익준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정도 눈에 띈다.

130분 동안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비추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계속 몰입하게 하는 것도 이 영화의 큰 힘이다.

현실이 모두 '똥파리'처럼 아프진 않지만 '똥파리' 같은 현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정면으로 보느냐, 고개를 돌리느냐는 관객의 취향이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아영화제,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라스팔마스 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들은 이 현실의 손을 들어줬다.

4월 1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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