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 김덕룡
  • 승인 2009.04.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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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복에 수갑을 찬 남자는 마지막 이별을 고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남녀. 한 명은 사형수, 한 명은 수녀가 됐다.

신출내기 여의사와 주먹을 휘두르는 조폭 건달로 만난 두 사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도 사랑은 싹텄다. 남자가 사형수가 되기 전 둘만의 결혼식도 올린다.

결혼식이 끝난 후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돌아서서 떠나라'고 말한다.

전도연·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으로도 유명한 원작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가 대구 무대에 올랐다.

작가는 "아름다운 이별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연극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돌아서서 떠나라'의 이별은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아픔을 애써 누른 채 평온함을 유지한다.

눈 앞에 다가온 비극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애쓴다. 서로에게 한걸음씩 다가갈수록 가슴 아픈 일이 하나씩 늘어날 것이란 것,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로 원망하거나 운명을 탓하지 않는다.

"간수가 아까 '1208번 공상두!' 이랬을 때 '오늘인가?' 싶었다."(상두)

"기도할게."(희주)

둘만의 결혼식을 치른 후 상두는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가버리지 말까?"(상두)

"돌아서서 떠나라."(희주)

슬픔 속에도 유머를 지닌 이만희 작가의 대본은 배우들의 연기로 빛을 얻었다.

배우 두 명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단단한 힘을 지녔다.

2006년 연극 '오이디푸스 더 맨' 이후 다시 무대에 선 유오성은 힘을 뺀 자연스런 연기가 돋보였다.

그는 그간 보여줬던 마초적 이미지가 아닌, 운명과 사랑 앞에 무너지는 나약한 남성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연기자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진경은 채희주역으로 맡았다.

냉정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진경은 단단한 껍질 속에 열정과 따스함을 간직한 채희주 역할을 모자람 없이 소화해냈다.

공연 안내=문화예술전용극장CT. 4월24일~26일, 5월1일~3일. 금요일 8시/토요일 4시, 7시/일요일 3시,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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