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모기 인간을 향한 강렬한 외침
거대한 모기 인간을 향한 강렬한 외침
  • 황인옥
  • 승인 2013.01.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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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영 ‘탐욕으로 점령당한 공간’展…대구MBC 갤러리M

인간 이기주의·끝없는 탐욕 비유

형상의 크기 키워 협오감 극대화

한번 보면 잊혀 지지 않고 남아…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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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영의 ‘탐욕으로 점령당한 공간’展이 내달 17일까지 대구MBC 갤러리M에서 열린다.
10㎏ 무게의 쇠로 만든 1m 크기의 모기 형상 105 마리가 전시장 바닥을 채우고 있다. 어린아이 만한 거대한 모기에게 점령당한 공포영화를 대하는 듯 서늘한 포스다.

잠시 방심하는 순간 105마리의 거대한 모기의 예리한 빨대가 관람객의 피부 속에 꽂을 기세다. 순식간에 몸 속 피를 모두 흡입해 버릴 양 기세 등등한게 여간 사실적이지 않다. 강대영 작가의 모기 작품 스케치다.

‘모기’, 불결함, 혐오 등 인간에게 백해무익한 부정적 이미지의 해충이다.

인간을 통해 병균을 매개하고 심하면 어린아이나 노약자를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는 해충 중에서도 가장 달답지 않은 존재다. 작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의도가 가늠될 만큼. “제 작품 속 모기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인간 내면의 탐욕”이라는 관람객의 짐작과 다르지 않는 작가의 설명이 돌아온다. 개인이 시작하고 사회가 강화하는 끝없는 인간의 탐욕. 그가 모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다.

사실 작가는 이번 전시 이전까지만 해도 실물 크기의 모기를 비교적 부드러운 전기선의 동선을 사용해 제작해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천마리의 모기가 하나의 작품 속에 표현돼 왔던 것. “떼로 몰려있는 모기의 공격성과 군집성이 수적인 것으로 표현했지요”라면서 “인간의 집단 이기주의와 끝없는 탐욕을 비유하기 위함”이라는 부연설명도 뒤따른다.

이번 대구MBC 갤러리M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모기는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실제 사이즈의 수천, 수만 마리의 모기가 아닌 대형 사이즈 모기 105마리가 등장하고 있다. “사실적 혐오감과 또 다른 강한 인상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고, 메시지도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형상의 크기를 크게 하고 모기의 숫자는 줄였습니다.”

강대영은 대구가톨릭대학교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10여 년 동안 국내는 물론 최근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하거나 개인전을 가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가 모기 형상을 작품에 차용한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인간의 탐욕과 모기의 연관성은 무엇이며, 왜 모기였을까.

“어느 여름밤에 모기를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지요. 아주 가늘고 여리고 작았지만 조형적으로 대단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내가 전달할 메시지와 부합하는 모티브를 찾고 있던 중이던 차에 이거다 싶었지요”라며 “모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극과 충격의 해충이지 않습니까. 충격적 이미지, 이것이 관객들에게 강하게 각인되는 기제가 되고 있지요”라는 작가의 설명이다.

한번 보면 잊혀 지지 않고 강렬하게 기억되는 모기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가 관람객의 뇌리를 강하게 자극하리란 그의 예상은 적중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의 이번 전시에는 특이한 작품도 눈에 띤다. 밝은 전구 속에 작은 모기가 설치된 작품이 그것. 음침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와 대조적으로 환하고 따뜻한 느낌이 전해진다. “인간의 DNA속에는 수 천년 동안 내려 온 모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모기에 대한 인간의 이 혐오스런 감정을 벗기고 싶어 밝은 전구 안에 넣었죠.” 개미와 십년을 씨름하며 쌓였을 개미에 대한 작가의 애정쯤으로 이해됐다.

그동안 해외에서 전시를 가져왔고, 오는 4월에 이탈리아에서 전시계획이 잡혀있는 그에게 해외 관람객과 국내 관람객의 개미작품에 대한 반응의 온도차를 물었다. “한국의 관객들은 모기에 이미 형성돼있는 부정적 관념을 먼저 적용하는 반면, 유럽의 관객들은 작품 그 자체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며 “편견적 접근보다 작품 그 자체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강대영의 ‘탐욕으로 점령당한 공간’展은 내달 17일까지. (053)740 992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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