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볼펜이 전하는 ‘경고 메시지’
원유와 볼펜이 전하는 ‘경고 메시지’
  • 황인옥
  • 승인 2013.02.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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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몰로드킨 첫 전시
26일부터 대구 우손갤러리
원유 채웠다 빼는 반복과정
경제우월주의에 대한 옹호
안드레이몰로드킨의전시작YES
안드레이 몰로드킨의 전시작 ‘YES’
안드레이몰로드킨의전시작'무제'
안드레이 몰로드킨의 전시작 ‘무제’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대구에서 첫 전시회를 여는 안드레이 몰로드킨의 독특함은 유독 유별나 보인다.

오직 볼펜으로만 드로잉 한 작품과 내부가 비어있는 아크릴 조각에 원유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자연 자원인 원유와 볼펜을 독보적인 미학으로 수렴하고 있다. ‘민주주의’나 ‘인권’ 등 다분히 사회참여적인 주제들을 끌어들이며 현실참여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점도 그만의 또 다른 독특함이다.

현실참여 작가로서 그가 강조하는 주제는 문화, 종교, 경제와 정치 간의 갈등이다. 그가 주제를 부각하는 방식은 아크릴로 된 조각의 내부에 뇌, 심장과 같은 인간의 신체기관과 사모트라케의 니케나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잘 알려진 문화의 표상이나 ‘인권’, ‘G8’과 같은 정치적 의미의 단어들을 통해서다. 글자 조각의 비어있는 공간이나 혹은 조각 밖의 네거티브 공간을 원유로 채우는 방식으로 관념적인 주제를 도드라지게 하는 것.

작가가 펌프에 의해 원유를 채웠다 빼는 반복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경제우월주의에 대한 옹호다. 그에게 원유는 경제와 문화, 정치와의 관계에서 경제를 최상위의 반열에 올려놓는 ‘기념비’적 액체로 인식된다. 작가에게 석유는 인간의 몸을 순환하는 피와의 동일시며 이는 곧 서구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작가가 원유 작품 이전까지 주로 사용한 또 하나의 소재는 볼펜이다. 허영심을 표현한 해골 이미지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있는 성경을 들고 있는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 등의 볼펜 드로잉 등이 주요 작품들이다. “그 효용이 다하면 즉각적으로 교체되는 불펜에서 죽음과 동시에 새로운 세대로 교체되는 인간의 인생이 오버랩 됐습니다. 볼펜과 사람은 마지막 잉크, 즉 피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이용되며 강박적으로 일해야 하는 같은 운명을 지녔지요.”

‘예술가의 독특성이 개인적인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명제에 적용할때, 볼펜과 원유를 작품의 소재로 차용한 것은 작가의 특별한 경험과 관계있을 터. 그는 “볼펜은 제가 구 소련 체제하에서의 군 복무하던 당시 가족이나 친지에게 편지를 쓰라고 군에서 지급했던 유일한 매체였고, 원유는 당시 제가 담당했던 시베리아 원유 수송 업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작품에 활용되고 있지요”라고 회상했다.

이번 대구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인 원유 조각과 볼펜 드로잉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작품은 ‘Transformer No.’(2012)와 ‘3 hearts‘(2012)다. ‘Transformer No.’ 작품은 두 개의 감옥과 같은 케이지로 구성돼 있다. 원유가 통과되는 투명한 관과 네온관이 두 개의 감옥과 겹쳐지는 이 작품은 러시아 법정의 피고인실을 모델로 제작됐다. 한 케이지로 원유가 주입되고 이내 원유가 작은 정제기계로 들어가 가스가 생산된다. 이 가스가 전시를 생산해 네온관에 불이 켜지는 방식이다.

‘3 hearts’는 거친 심장박동 기계음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조각작품이다. 이 두 작품에는 예술이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원유와 볼펜이라는 강력한 소재로 러시아 현대미술의 선두주자로 성장하고 있는 몰로드킨는 지난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전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 워싱턴과 휴스턴 독일 뮌헨, 영국 등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그의 작품은 런던 Tate Modern, 파리의 Rosenblum Collection,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러시아발물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S. Freud Museum 등의 기관과 개인 컬렉터들에 의해 소장되고 있다.

우손갤러리에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28일까지. (053)427-7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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