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신세계’
새영화 ‘신세계’
  • 승인 2013.02.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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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조직원 된 경찰의 갈등과 선택
범죄 조직 암투 이야기 긴장감 있게 그려내…
신세계
오랜만에 홍콩 누아르풍의 쌉싸름한 맛을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가 나왔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의 무한한 고통을 밀도 있게 그린 영화 ‘신세계’(사진)다. 범죄 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한 특수 임무를 부여받고 조직원이 된 경찰, 그의 끝없는 고통과 갈등, 최후의 선택을 비장하게 그린 무채색의 영화다.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미 본 적이 있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의 얘기는 이미 유명한 홍콩영화 ‘무간도’가 있다. 하지만, 범죄조직에 들어간 경찰뿐 아니라 경찰에 들어간 범죄조직원을 양쪽에 놓고 상대편의 스파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비중을 둔 ‘무간도’에 비하면, ‘신세계’는 인물 간의 구도, 관계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신세계’는 말단 경찰이었다가 범죄조직에 들어간 주인공 ‘이자성’(이정재 분)을 중심으로 그 뒤에서 조종하는 경찰 간부 ‘강과장’(최민식), 그 반대편에 자성이 모시는 조직의 보스인 ‘정청’(황정민)을 놓고 그 삼각 구도 안의 긴장과 갈등, 각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집중한다.

9급 경찰공무원으로 지구대 순경으로 일하던 자성은 8년 전 경찰 간부인 강과장의 눈에 띄어 특수 작전에 투입된다. 최대 범죄 조직 ‘골드문’에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 정보를 빼내는 것. 자성은 전남 여수의 화교 출신으로 지역의 기반을 업고 골드문의 상층부에 진입한 정청에게 접근해 그와 8년간 동고동락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다.

정청의 화교 조직을 비롯해 여러 조직이 합병된 골드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력 싸움이 계속돼 왔는데, 힘있게 조직을 이끌어온 회장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자 누가 회장 자리에 오르느냐를 놓고 치열한 암투가 시작된다.

경찰의 수뇌부는 골드문을 와해시키기 위해 이 후계 싸움에 개입하는 작전을 꾸민다. 정보원인 자성을 이용해 벌이려는 이 작전의 이름은 ‘신세계’. 자신의 목을 옥죄는 강과장과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정청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자성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 최후의 지령을 전해 듣고 괴로움에 휩싸인다.

범죄조직을 다룬 영화 ‘신세계’는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홍콩 누아르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총격과 싸움을 보여주기보다는 서사와 드라마를 펼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액션 누아르보다는 조직 내부의 암투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린 조니 토(杜琪峰) 감독의 ‘흑사회’에 가깝다.

서사의 밀도가 높아 이야기에 한 번 빠져들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영화는 경찰의 작전 전모를 미리 밝히지 않는다. 골드문 내부 두 세력 간의 다툼을 어떻게 극대화해 이전투구로 만들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강과장이 정청을 만나 거래를 시도하고, 정청이 그에 대응해 내부의 스파이가 누군지 밝혀내려 하는 부분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주인공 자성의 최후 선택을 보여주는 클라이맥스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예상치 못한 관객에게는 반전의 재미를 줄 수도 있다.

긴장감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는 안정된 시나리오, 연출뿐 아니라 배우들의 공도 크다.

특히 황정민은 모처럼 다혈질의 캐릭터를 맡아 펄떡이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정재는 존재만으로도 누아르 장르의 멋과 분위기를 살린다. 최민식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작은 배역이지만, 튀지 않는 무게 있는 연기로 서사의 중심을 잡아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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