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방관하는 현실 꼬집어
자살 방관하는 현실 꼬집어
  • 황인옥
  • 승인 2013.02.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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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내달 10일까지 문화예술극장
무거운 주제, 코믹하게 표현
연극죽여주는이야기공연모습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공연 모습.
극단적인 죽음을 결정하지만 스스로 죽을 용기는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죽음을 도와주는 자살사이트’가 어느 순간 은밀하게 생겨났다.

경제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죽음에서 조차도 적용되고 있는 씁쓸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 자살사이트로 대변되고 있는 것.

죽음과 코믹의 언벨런스한 이중주가 소극장 연극으로 펼쳐지고 있다. 자·타칭 ‘내가 너무 웃겨 너에게 권한다’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내달 10일까지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열린다.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의 동반 자살 등 자살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에 ‘왜 자살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벼운 웃음코드에 실어 묵직하게 던진다.

이 연극은 자살사이트 대표인 ‘안락사’에게 찾아온 고객 ‘마돈나’와 ‘바보 레옹’이 자살을 의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안락사’는 편의점에서 주스를 팔 듯 ‘죽음 상품’을 팔고, 자살에 목메는 여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는 품위 있는 자살을 위해 ‘안락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덥석 문다. 자살을 둘러싼 이 세 인물들간의 코믹한 에피소드가 긴장감과 함께 흥미롭게 전개된다.

코믹과 진지함의 이중주인 이 연극에서 안락사의 ‘죽음상품’은 코믹의 절정을 이룬다. 낙하산 대신 우산을 들고 고층에서 떨어지는 ‘스카이 다이렉트’, 엎드린 채 찹쌀떡을 먹고 목이 메어 죽게 한다는 ‘엎드려 떡 먹기’ 등은 상상만으로도 폭소가 터지는 설정들이다.

이 연극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장치로 ‘역설’을 꼽을 수 있다. 무거운 주제에 코믹한 설정과 배꼽을 쥐어짜는 웃음으로 가볍게 풀어내는 극단적인 이중주가 역설의 핵심이다.

‘안락사’를 연기하는 배우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뻔뻔함에도 역설은 앉아있다.

죽음을 의뢰한 이들이 칼을 보고 놀라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죽을 뻔했다는 식의 반응에도 실소를 자아내는 역설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이 연극이 주는 가장 큰 역설이다.

연출자는 이들의 역설적 실랑이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죽음마저도 방관하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결국 이 연극은 죽음 이야기에 스며있는 삶에 대한 애착이 주제였던것. 만약 지금 당신이 죽을 만큼 힘들다면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세 명의 배우들이 전하는 잔잔한 위로로 힐링을 받기를 권하고 싶다. 3만원. 예매 옥션티켓,사랑티켓,인터파크.문의(053)256-036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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