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소쿠리 6천여개…쌓고 또 쌓고
플라스틱 소쿠리 6천여개…쌓고 또 쌓고
  • 황인옥
  • 승인 2013.03.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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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정화 콜렉션

촌스럽고 하찮은 재료들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news/photo/first/201303/img_90778_1.jpg"대구미술관어미홀에서전시중인최정화작가가전시작/news/photo/first/201303/img_90778_1.jpg'Kabbala/news/photo/first/201303/img_90778_1.jpg'앞에서포즈를취하고있다./news/photo/first/201303/img_90778_1.jpg"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전시중인 최정화 작가의 ‘Kabbala’
◇촌스러운 소쿠리, 미술관 오다

대구미술관 어미홀 중앙에 6,000여개의 플라스틱 소쿠리가 너비 10미터, 높이 18미터의 초대형 작품으로 엮어져 바닥에서 천장까지 기둥처럼 솟아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최정화의 기념비적인 콜렉션(collection)의 초절정이다.

미술관 입구 홀과 1,2,3층 복도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했음직한,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과 빗자루, 의자, 밥상, 배추 등 촌스러움 일색의 물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작품의 규모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작품 속에 사용된 재료들의 종류 또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는 큰 규모나 재료의 다양함이 주는 불편함을 희석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듯 보여진다. 자칫 규모가 줄 수 있는 위압감이나 다양한 재료들에서 느낄 수 있는 산만함은 태생적으로 비껴간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20~30년 전에 일상적으로 상용됐던 촌스럽고 고졸한 물건들에서 그런 감흥은 애초부터 잉태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재래시장이나 벼룩시장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추억 속의 ‘정겨움과 재미’, 그의 작품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일반적인 감성이다.

알록달록 플라스틱이 전하는 ‘촌스러운 재미’. 이것이 새로운 미술 사조의 시조처럼 인용되는 ‘최정화스러움’의 실체다. 그는 자신만의 이 독특한 아우라를 ‘생생, 싱싱, 빠글빠글, 짬뽕, 빨리빨리, 엉터리, 색색, 부실, 와글와글’로 표현한다.

지극히 촌스럽고 하찮은 물건들이 그의 손길을 거쳐 짬뽕되고 와글와글, 빠글빠글해지면 ‘생생’하고 ‘싱싱’한 것들로 태어나는 것이다. 전시의 제목이 ‘연금술’展인 이유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콜렉션적인 작가의 인생

이쯤에서 작가 최정화를 압축하는 키워드로 ‘콜렉터(collector)’를 제시하고 싶다. 그의 작품들도 다분히 콜렉션적이지만 그의 인생 역정 역시 콜렉션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3학년 재학 때인 1986년에 당시 권위 있는 미술상이었던 중앙미술대전에서 단 한 번의 출품으로 우수상을 탔다. 그 이듬해 두 번째 출품으로 대상을 거머쥐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콜렉션인 셈이다.

세상으로부터 단번의 인정이 시시했을까. 그는 “그림으로 사람을 속이는 일은 너무 쉬웠다”며 그 이전에 그렸던 그림을 모두 불태우고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간다. 이후 자신의 인테리어 회사를 차려 전국의 에스콰이어 의류 사업부 매장 공사와 소르젠떼, 패션리더 등의 공사를 맡아 한다. 이것이 그의 두 번째 콜렉션이다.

이 밖에도 카페주인, 영화·무용의 미술감독, 건축가 등 미술의 언저리에서 다양한 일들을 놀이처럼 즐기며 콜렉션의 재미에 빠져 들었다. 카페가 예술가들을 콜렉션하는 공간이었다면 인테리어나 영화, 무용, 건축 등은 좀더 확장된 콜렉션이었던 것이다.

◇콜렉션의 초절정 작품 탄생

그러다 91년 ‘성형의 봄’에서 첫 번째 소쿠리 쌓기를 시작하며 다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콜렉션의 최절정, 방점이 시작된 것이다. 왜 촌스럽고 고졸하기 짝이없는 플라스틱 소쿠리였을까. “제게 플라스틱은 ‘빨리빨리’, ‘대충대충’이라는 한국사회의 단면과 연결돼 있지요. 하지만 이것이 날조와 날림에 의한 부실을 말하기보다 날조와 날림을 통한 완성을 대변하고 있지요”

콜렉션의 대부처럼 여겨지는 그에게 콜렉션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가 단어를 모으고 키워드를 모으듯 내가 모으는 콜렉션들은 나의 아이디어의 보고이자 스승이며, 영감의 원천이지요.” 그에게 컬렉션은 재료의 조달과 마르지 않는 열정 그리고 작가 정신의 보고였던 것.

최근에는 한국에 머무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전세계를 무대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는 19개의 프로젝트를, 올해도 15개의 프로젝트가 결정돼 있다. 많은 작품으로 교감하고 인정받고 있는 그가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 그 몇 가지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바위되기’다.

더 이상 옮겨 다니지 않고 바위처럼 한자리에 우뚝 서 있어도 세상이 그에게로 오는 경지. 그는 진정한 경지의 콜렉터가 되고 싶은 것일까. 전시는 6월23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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