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환상, 철저히 깨부수다
사랑의 환상, 철저히 깨부수다
  • 승인 2013.03.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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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연애의 온도’
지지고 볶고 헤어지고… 주변 커플들 솔직한 이야기
배우김민희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 장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민희.
영화에 나오는 사랑은 늘 애틋하고 아름답다.

지난해 개봉한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도 첫사랑에 얽힌 가슴 떨리는 추억과 판타지로 잇단 흥행을 거뒀다.

그러나 현실의 사랑은 영화처럼 마냥 아름답거나 가슴 뛰게 하지만은 않는다.

노덕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연애의 온도’는 못생기고 상처투성이인 우리 주변의 사랑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였다.

은행의 비밀 사내커플인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한바탕 크게 싸운 뒤 쿨한 척 이별한다.

커플 요금제를 해지하기 직전 인터넷 쇼핑으로 상대에게 요금 폭탄을 안기고, 박살낸 물건을 요금착불 택배로 돌려준다.

이유도 모른 채 헤어진 둘은 겉으론 해방의 환호성을 지르지만 저 깊은 곳에 울려퍼지는 건 감당하기 벅찬 고통스런 신음이다.

상대방의 새 애인을 추적하고 SNS까지 뒤지는 사이 그동안의 모든 갈등과 미움마저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사랑의 환상을 깨부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사실감 있는 영상과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 그리고 심리 묘사가 도구다.

멜로물에 다큐 형식을 도입해 등장인물들이 속내를 털어놓는 인터뷰를 군데군데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다.

기분 전환을 위해 방 배치를 바꾸다 침대 밑에서 나온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에 뛸 듯이 기뻐하는 장면 같은 세심한 설정도 현실감을 높이는 장치다.

카메라를 직접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촬영기법, 자연광을 이용한 조명을 쓴 것도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김민희와 이민기의 수수한 연기는 지지고 볶는 주변 커플을 보듯 편안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심리 묘사.

꼬챙이에 꼬치를 하나하나 끼우듯 주인공들의 다양한 심리 상태와 변화를 통일감 있게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뚜렷하다.

주요 장면을 편집해 후반부에서 따로 보여주거나 영이의 손바닥 상처 클로즈업 같은 장면은 친절함을 넘어 낙오하는 관객이 없도록 하겠다는 집요함처럼 다가온다.

간간이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지만 썩 매끄럽진 않다.

영화는 사랑으로 힘들어 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사랑의 맨얼굴을 보여주면서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야”라고 위로하지만 이런 선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지는 미지수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란 수업시간에 열정적인 교사와 함께 읽는 좀 딱딱한 교과서 같은 느낌이랄까. 3월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8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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