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달랐지만 연기 향한 열정에 홀딱 반했죠”
“무대는 달랐지만 연기 향한 열정에 홀딱 반했죠”
  • 황인옥
  • 승인 2013.05.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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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정-이민주 부부
남편 첫인상? 파마머리에 긴 수염…더티한 스타일
연기에 대한 환상 깨질까봐 남편과 한 무대는 “아직”
결혼 두달째…세 살 어린 아내이지만 이해심 많아
주체할 수 없는 끼…아버지 반대 꺾고 연극과 입학
아내와 같은 길…서로 연기 조언해주고 배려 “만족”
최우정이민주부부5
지난 17일 커피숍에서 한창 셀카놀이에 빠져 있는 연극배우 최우정(33·사진 왼쪽)과 뮤지컬배우 이민주(30)는 부부라기보다 발랄한 고딩 친구 같았다. “결혼은 언제 했나”는 질문에 “올 3월에 했다”는 달콤한 답이 돌아왔다. 결혼 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신혼부부의 전형을 보는 듯 하이톤(High Ton)의 목소리에 행복이 묻어났다.

세 살 아래의 아내 이민주는 명랑하고 사랑스러웠다. 표현에 서툰 남편을 살갑게 챙기는, 누나처럼 속 깊고 지혜로운 여성이었다.

반면, 남편인 최우정은 좀 복잡했다. 속 깊고 과묵한가 싶다가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하고 재기발랄한 끼도 언뜻언뜻 비쳤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궁금증을 유발하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연구대상 4차원이나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냉철하면서도 잔혹한 살인 용의자가 스크린 속에서 튀어 나온 듯한 ‘영화배우 하면 좋겠다’ 싶은 백지처럼 순수한 얼굴이었다.

발랄한 아내는 밝은 성격이 뿜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단숨에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첫 만남이지만 동생처럼 편안했다. 남편과의 첫 만남에서도 그랬을까. 남편에게 먼저 물었다. “처음 아내를 만날 때 저는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내를 여자로 보지는 않았지만 편안한 동생처럼 느꼈던 것 같아요.” 역시 이민주 그녀는 편안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은 나이는 어리지만 내공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아내 이민주에게 최우정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뭐 저런 상또라이가 다 있나 했죠. 이상한 옷에다 파마머리에 수염까지 기른 더티(dirty)한 보헤미안 스타일이었죠. 첫 대면 인사에 포용하면서 학교 선배라고 하는데 이런 싸이코가 다 있나 싶었다니까요.”

“상또라이”, “싸이코”. 톡톡 튀는 탁구공처럼 톡톡 튀는 대답이 오갔다. 남편은 호감, 아내는 끔찍함으로 기억되는 그들의 첫 만남은 어디서였을까.

“2010년에 공연한 뮤지컬 ‘가스펠’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만났죠. 제가 연극배우지만 뮤지컬 쪽에 관심이 있어 도전했는데 그때 아내도 그 작품에 캐스팅 된거죠.” 과묵한 남편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호감과 비호감(?)으로 엇갈린 그들의 첫인상대로라면 둘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 알 수 없다’는 말이 이들을 두고 한 표현인 듯, 지금 둘은 연신 서로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깨알 웃음을 날리는 언발란스(Unbalance) 한 듯 하면서도 찰떡같은 부부가 됐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리가 함께 출연했던 공연이 그 다음해에 필리핀 한인회 초청으로 해외공연을 가게 됐는데, 거기서 급속하게 가까워져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죠. 거기서 남편이 제게 고백을 했습니다”

-최우정씨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 그때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였어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힘든 상황에서 밝은 민주가 자꾸 눈에 들어왔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하게 됐고요.”

-이민주씨는 고백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요. 여전히 끔찍하던가요.

“처음엔 썩 좋지는 않았지만, 공연 끝나고 쫑파티로 클럽 가서 춤을 추는데 남편이 옆에 와서 부비부비 춤을 추는데 싫지 않더라구요. 춤추다 갑자기 남편이 제 손을 잡고 밖으로 거칠게 나가서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하는 거예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면서 그런 남편이 싫지 않아 그러겠다고 해버렸죠. 그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면 아마 승낙하지 않았겠죠. 이국땅이 주는 들뜬 기분도 한 몫 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게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최우정씨에게 마음의 문을 연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작품 연습하면서 연극 배우인 남편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와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고 또 뮤지컬에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면서 괜찮다는 생각을 했죠. 저런 끼를 가지고 어떻게 연극만 하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한마디로 무대에서 남편은 빛이 났습니다.”

아내 이민주는 뮤지컬배우, 방과 후 특성화 교육 뮤지컬 강사, 한국방송연애아카데미(대구) 뮤지컬 강사, 뮤지컬 연출 및 안무, 뮤지컬 보컬 트레이너, 방송 출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 뮤지컬의 정상급에 있는 배우다. 서울에서도 간간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어릴 적부터 성격이 밝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죠. 월트디즈니 영화는 모두 챙겨 볼 정도로 공연무대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3때 성악을 전공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제 성격과 뮤지컬이 잘 맞겠다고 추천을 하셔서 대경대 뮤지컬과 1기로 입학하게 됐죠.”

-무대는 언제부터 섰나요.

“우리가 뮤지컬과 1기였기 때문에 학교 커리큘럼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 그게 우리를 더 열심히 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정말 뮤지컬에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우리끼리 공연을 올렸죠. 그때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대학 2학년 때 대구시립극단에서 하는 뮤지컬 ‘동화세탁소’에 공개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맡게 되면서 정식으로 프로무대에 서게 됐지요.”

이민주는 대경대학교 뮤지컬과 1기 출신이다. 뮤지컬 ‘비방문 탈취작전’, 2011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참가작 ‘1224’, 2012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경연작 뮤지컬 ‘데자뷰’ 주역, 뮤지컬 ‘맘마미아-지방 투어’ 앙상블·커버 등 30여 편의 뮤지컬에 주역과 앙상블을 맡으며 지역 뮤지컬계의 히어로(heroine)로 활동해 왔다. 그녀의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지역 뮤지컬계에서 그녀는 보증수표급 배우다. 뮤지컬 배우여서 그런지 대화중에 하는 몸짓과 말투가 뮤지컬을 보는 듯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녀는 어떤 배우일까.

“사람들이 저보고 성격이 항상 들떠있는 것 같다는 소리를 해요. 대학시절 저희를 가르치셨던 외국인 교수님께서 ‘동양인들은 표정변화가 거의 없고 표현에 소극적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과하게 제스처와 표정을 짓다보니 평소에도 그렇고 무대 위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것 같아요.”

남편 최우정은 대경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에 극단 한울림 단원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 ‘호야 내새끼’, ‘돌날’, ‘녹차정원’ ‘울돌목’, ‘청문’, ‘리어왕’, ‘그리스마스 캐럴’ 등 23편의 연극과 제4회DIMF의 창작지원작인 뮤지컬 ‘마돈나 나의 침실로’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현재 대구시립극단 단원으로 무르익은 연기감을 펼치고 있다.

2008대구연극제 연기상, 2010대구연극제 우수연기상, 2012대구연기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지역 연극계로부터 인정도 받고 있다. 대구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주연급으로 꼽히는 아내의 경력에 남편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외향은 화려하지만, 성격은 조용한 것 같은데 어떻게 배우가 됐나요.

“고등학교때 ‘산불’이라는 연극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신기했고, 저런 세계가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죠. 공교롭게도 제 태몽도 산불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연극은 산불이 맺어준 저의 천직이 아닐까 싶어요. 산불을 보고 아버지께 연기학원을 보내달라고 했죠.”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

“아버지께서 완강히 반대하셨어요. 집안에 수재들이 많아서 그런지 저도 공부로 미래를 개척하기를 바라졌죠. 군무원이신 아버지께서 딴따라 하겠다는 아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으셨겠죠. 하지만 제 생각이 너무 곧으니까 결국 아버지가 손을 드셨고, 그 후로는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어요. 그런 진통을 겪고 대경대 연극과에까지 가게 됐죠.”

-연극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주위 분들이 저보고 내성적이면서도 끼도 많고 감정도 섬세하고 풍부하다고들 하십니다. 그런 분들의 말을 듣다보니 제 성격이 다중적인가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점이 무대에 서면 극적인 몰입을 가져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계속 뭔가 해내야 하고, 계속 껍질을 벗는 과정이 연극인 것 같고, 저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다중적인 끼를 마음대로 발산하면 되었지요.”

- 뮤지컬과 연극은 어떻게 다른가요.

“섬세한 내면까지 펼쳐 보이는 것이 연극이라면, 뮤지컬은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좀 더 파워풀하고 복합적이라고 할까요.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제 성격에 뮤지컬도 연극만큼 흥미로운 것 같아요. 요즘은 장르를 초월한 기본기를 가져야 하는 시대인 만큼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무대가 있다면 뮤지컬도 해 보고 싶습니다.”

연기 인생 6년 만에 최우수 연기상을 타며 정상에 오른 그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반대를 넘어야 했고, 배우가 되고서도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무대와의 충돌도 겪었을 것이다. 연기상이 그간의 마음 고생을 보상하는 듯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연극 ‘돌날’로 최우수 상을 받았죠. 상을 받자 제가 대학 다닐 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먼저 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이신 한울림 대표님께 감사했죠, 제가 상을 탔을 때 그분께서 아버지처럼 기뻐하셨습니다. 제게는 아버지처럼 고마운 분이고 지금도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 어떤 배역이 본인에게 잘 맞나요.

“밝고 가벼운 역을 맡았을 때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고, 어두운 역할이 잘 맞는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역이든 소화하고 싶은 욕심많은 배우입니다. 어떤 역이든 맡았으면 그 역을 존재감 있게 살려 낼 수 있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할에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같은 배우의 길을 간다는 의미는 일에서도 동반자를 얻은 것과 같다. 좋고 나쁨이 있을 것이다. “서로가 공연을 할 때면 상대방 연기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해 주고, 예민할 때이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는데 그런 것이 부부가 같은 길을 가서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이 질문에 있어서 부부가 완벽한 하모니를 보였다. 하지만 서로의 연기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나머지 기 싸움을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묻자 남편은 “아내는 된장찌개 같은 여잡니다. 나보다 어리지만 이해심도 많죠. 반면에 좋고 나쁜 것이 분명해 가끔 냉정할 때가 있습니다”고 했고, 아내는 “남편은 과묵한 것 같지만 속이 깊습니다. 또 무대에 서면 가슴이 떨릴 만큼 멋지기도 하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회생활하면서 대인관계를 이끌어야 할 때가 있는데 말수가 적어서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걸 고쳤으면 하죠”라며 애정어린 충고를 보냈다.

가끔 탤런트 부부들이 한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면 시청자가 어색함을 느끼곤 하는데 이들 부부가 한 무대에 서면 어떨까. 하지만 둘은 한 무대에 서는 것을 꺼렸다. “실망하기 때문”이란다.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 서로의 연기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 한창 꿈을 키워가고 있는데 어떤가요.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무대에만 서면 미치 놈 같다’고 할 만큼 제게 남다른 끼가 있다면 그걸 살려내고 싶습니다. 미친놈 답게 연극 무대에서 끊임없이 놀고, 항상 갈증으로 남아있는 노래와 춤이 곁들여지는 뮤지컬에서도 맘껏 놀아보는것이 제 바램입니다. 영화 쪽 일도 가능하면 꼭 해보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최우정)

“저는 항상 전성기를 맞고 있는 최정원 선배 같이, 충분히 혼자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항상 전성기의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민주)

이들 사랑스러운 부부를 만난 후 행복이 감전된 듯 부부를 떠올리면 유쾌했다. 그들의 연기에 대한 꿈과 인생의 계획들이 대구에서 핑크빛으로 펼쳐질 수 있는 날을 그려보며, 속깊은 응원을 보내본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사진=이명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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