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 갈등 ‘몸살 앓는 5월’
노동·환경 갈등 ‘몸살 앓는 5월’
  • 강성규
  • 승인 2013.05.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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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역 주민 및 노동·환경계와 공기업, 병원, 대학 등 기관과의 갈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동안 드러나지 않고 있던 지역 사회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5월, 이른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 핵심 현안들을 살펴 본다.

▲청도, 밀양 송전탑 공사

송전탑 건설 공사가 예정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과 한국전력 간의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치닫고 있다.

청도 345kV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2일 대구 중구 한국전력 대구경북개발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보다 극심한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경남 밀양. 지난 20일 한전의 공사가 재개된 이후,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과의 대치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공사 재개 이후 부상 당한 주민이 16명에 달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 등 공권력까지 투입된 상황이다.

지난 24일에는 청도 삼평리 주민들이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을 찾아 ‘연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2006년 한전이 대구경북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부산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경북 청도까지 총 161기의 송전탑 공사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2009년부터 공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8년 7월 밀양 주민들은 ‘고압 송전탑으로 인한 생명권과 농사권 침해’를 이유로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했으며, 청도 주민들은 지난 해 10월부터 23호 송전탑 건설 현장 진입로에서 농성을 벌여 왔다.

두 지역 주민들은 ‘송전선로의 지중화(땅 속에 묻는) 작업’과 ‘주민 , 정부, 국회 추천 인사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지중화 작업에 2조원이 넘는 재원이 들고 건설기간도 10년이 더 걸리며, 지중화 기술이 세계적으로 완전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23일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와 핵발전소를 건설 계약을 맺으면서 신고리 3호기가 참고 모델이 됐는데, 2015년까지 이것이 가동되지 않으면 지연된 기간만큼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기한 내 송전탑이 반드시 건설 돼야 한다”며 “주민들이 천주교·반핵단체에 세뇌 당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바로 사퇴했다.

이는 ‘영남 지역 전력난 해소’를 위해 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는 기존 한전의 입장과 다르고, 이마저도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전문가와 여·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잇따르며 한전은 ‘진퇴양난’에 처했다.

▲시지노인전문병원 노조사무실 철거

지난해 임금체불 등 근로조건 개선과 노조탄압 중지 등을 요구, 108일 간 파업 농성을 벌였던 대구 시지노인전문병원 노조가 이번에는 ‘노조 사무실을 강제로 철거했다’며 병원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40분께 사무실로 들어와 문짝을 뜯어내고 해머로 벽에 구멍을 냈으며, 다음 날 새벽 5시께에는 노조 관계자들이 없는 틈을 타 병원 지하통로까지 문을 잠근 뒤 사무실 철거작업을 마무리 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이 밝힌 노조 사무실 철거 이유는 ‘치매거점병원 지정에 따른 치매예방센터 공사’ 때문이다. “6개월 전부터 사무실 이전 건을 노조에 통보했고, 대체공간도 마련해 줬다. 노조와 합의 하에 사무실 이전을 추진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입장이다.

노조의 입장은 달랐다. 사무실 이전에는 노사가 모두 동의 했지만, 대체 공간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은 “병원 측이 제시한 대체 공간은 10여 년 동안 의료폐기물 창고로 쓰인 공간”이라며 “의료폐기물을 보관하던 곳이라 감염 가능성도 있고, 본 건물에서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대체 공간이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사무실을 강제 철거했다는 것.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본부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시지노인병원 앞에서 이번 일에 대한 병원 측의 공식사과와 대체공간 마련을 촉구했으며, 사 측의 부당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또한 대구시와 대구고용노동청에 요청했다.

▲경산 4개대 환경미화원 총파업

경산지역 4개 대학, 5개 업체 환경미화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달 18일부터 △고용 및 정년 보장 △기본급 및 야간 수당 보장 △점심 제공 △상여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대학 및 업체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평행성만 달려 왔으며, 이달 중순에 있었던 대학 실무자들과의 간담회와 지난 20일 사측과의 공동조정도 결렬됨에 따라 예고했던대로 파업에 들어갔다.

지역 주요 대학들의 환경미화원들이 동시에 파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업으로 인해 각 대학들은 학교 직원과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동원해 청소를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

그 동안 “노동쟁의는 노-사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사태를 관망하던 대학들은 파업 이후 노조 측과 대화에 나섰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올해 당장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대구·경북지역 대학 교수 및 비정규 교수, 공공운수·건설·여성노조, 대학생 등 각계각층에서 이들의 파업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며 지역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강성규기자 sgk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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