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교통문화> 보행안전의 첫걸음 ‘우측통행’
<선진교통문화> 보행안전의 첫걸음 ‘우측통행’
  • 대구신문
  • 승인 2012.10.19 09: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총독부 시절 '좌측' 규정, 인체 특성상 우측이 더 안전
보행자 교통사고 20% 감소, 횡단보도서 충돌횟수 24% 줄어
초등학교 때부터 좌측통행은 도덕적인 생활의 첫걸음으로 배워왔다.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의 길잡이’교과서에는 ‘질서 있게 왼쪽으로 다닙니다’가 있다. 선생님들 또한 생활에서 좌측통행을 하도록 지도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좌측통행을 하는 이유도 모르고 세상의 진리인 양 익숙한 것으로 지켜왔다.

그러나 미국·중국·영국·일본·독일·캐나다·네덜란드·뉴질랜드·오스트리아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보행자는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제가 들어서기 전에는 보행자도 우측통행을 하도록 권장됐었다. 1905년 대한제국 경무청은 ‘우측통행 원칙’을 규정했다.

그러나 1921년 4월1일 조선총독부는 사람과 차량이 좌측통행(조선총독부령 제142호 도로취체규칙 제7조)을 하도록 원칙을 바꿨다.


1946년 3월39일 미군정청은 차량만 우측통행으로 변경(군정청법 제65호, 제차·보행자의 통행규칙)했지만 보행자의 통행방법은 그대로 유지했다. 1961년 들어서는 보행자의 좌측통행 원칙이 명시됐다.

도로교통법을 제정하며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보행자는 좌측통행을 하도록 했다. 이런 원칙은 1994년 3월1일 경찰청의 권고로 횡단보도 내에서 우측통행을 유도하며 깨졌다.

그러나 우측통행 지역이 횡단보도로 제한돼 있었고 대부분 좌측통행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진 탓에 우측통행 원칙은 의미를 거의 잃은 상태로 지속돼 왔다.

하지만 우선 인체의 특성상 우측통행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안전하다.

국토해양부는 우측통행을 할 경우 차량과 보행자 간 비대면 통행이 사람과 차가 마주보고 걷게 되는 대면통행으로 전환돼 보행자 교통사고가 20% 감소하게 되고 보행자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공항·지하철역 게이트, 건물 회전문, 횡단보도 등에서 우측통행을 할 경우 좌측통행보다 보행속도가 1.2~1.7배 증가하고, 충돌 횟수는 7~24% 감소, 보행밀도는 19~5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해양부는 우측통행 변경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88년 동안 ‘좌측통행’을 지켜온 나라를 ‘우측통행’의 나라로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관습화된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데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혼란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와 교육은 물론 국민들은 기존 습관을 고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측통행은 좌측통행보다 안전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한다. 보행자의 우측통행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또한 좌측통행이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우측통행으로의 전환은 일제 식민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도 볼 있다는 것이다.

◆걷는 자의 에티켓

자동차에 익숙해진 삶 대신 걷기를 통해 인생의 길(道)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곳곳에 올레길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주거지와 인접한 도시형 올레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보환경을 생활밀착형, 대중교통 연계형 등으로 개선한 길이다.

이처럼 진화하는 길에 어울리는 에티켓의 시작은 우측통행이다.

◆현 실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를 위해 대다수 국가들이 ‘우측통행’을 원칙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차량이 우측통행을 하고 있음에도 보행자는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정해진 좌측통행을 많이 해오고 있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인체특성, 외국인의 통행 불편, 우측통행에 편리하도록 설계된 각종 시설물 등으로 고려해 지난 2010년 7월부터 좌측보행에서 우측보행으로 보행문화를 개선해 본격 시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우측 보행은 시작한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곳곳에서 좌측 보행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대구시는 보·차도 미분리 도로에서는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하기’와 보·차도 분리도로의 보도에서는 ‘보행자간 우측통행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보행문화(우측통행) 홍보를 위해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홍보는 즉시 시행하고, 예산이 수반되는 홍보는 소요금액에 따라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보행시설 개선을 위해 공공청사, 지하철역, 공원, 체육시설 등 시설물은 보행공간 우측통행 유도화살(↓↑) 표시할 예정이다.

◆기대효과

‘차는 오른쪽으로, 사람은 왼쪽으로’라는 표어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표어는 교통안전 및 보행 편리성 측면에서 잘못된 내용이며 표어와는 달리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교통안전과 보행편리 측면이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 때 보행자가 오른쪽으로 통행하면 자동차와의 안전거리를 왼쪽으로 통행할 때 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그만큼 안전할 수 있다.

또 운전자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위반하거나 횡반도보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오른쪽으로 통행하는 보행자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차량과 보행자가 서로 마주 보고 통행 할 수 있게 해 차량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주의를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오른손잡이는 물건을 옮기거나 짐을 들 때 오른손을 선호하는 경향을 지닌다. 따라서 짐이나 우산을 들 때 오른손으로 사용하게 되고 좌측통행시에는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측 보행의 장점은 걷는 사람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보행 에티켓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에티켓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길을 걷다 스치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미소, 산행 길에 마주보고 오는 사람에게 보내는 가벼운 인사 한마디는 그 어떤 에티켓보다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자세일 것이다.

김주오기자 kim-yns@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