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글 목록 ( 총 : 30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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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속도를 멈추고 가치를 발견하다
바쁜 출근길, 모두가 정해진 시간에 도달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을 때였다. 도로 한복판에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주위를 살폈다. 40대 중반 즈음으로 보이는 남성 운전자가 도로 위에 있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서 인도로 올려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멈춤의 미덕이 떠올랐다.현대 사회는 속도를 미덕으로 여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는 속도의 굴레 속에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다. 출근길의 정체처럼, 우리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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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오늘 체육 뭐 써요?
올해 체육전담교사를 맡았습니다. 체육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체육하면서 시 써 볼래? 그러자 당연히 그걸 어떻게 써요?라는 물음이 돌아왔습니다. 체육 시간에 시를 쓰는 일은 거의 하지 않죠. 아마 그런 수업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남들이 안하기에 그걸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간단해. 체육 수업 끝나고 기억에 남는 일, 뭔가 써보고 싶은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시로 쓰면 되는 거야. 잘쓰면 간식 줄게.” 애들이 강아지도 아닌데 또 이것보다 잘 먹히는 것도 없어서 그냥 그렇게 한번 해봤습니다. 이렇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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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마지막 공개수업
“저 선생님. 다음 달 17일이 ‘내 자녀 수업 참관일’인데…….”“연구부장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내 자녀 수업 참관일에 2교시는 교과 전담 교사 공개수업이고, 3교시에는 담임교사 공개수업이 있습니다.” “예, 제가 3교시에 수업할게요.” “기간제이시라 공개수업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그날이 제게는 기간제 마지막 날이기도 한데 공개수업도 하고 마칠게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국어 수업 잘할 수 있습니다.”오후 수업을 마친 시간에 교실까지 찾아온 연구부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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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행동으로 피어나는 마음의 향기
공개수업이 끝나고 모처럼 일찍 퇴근했다.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나서 폰을 살폈다. 옆 반 후배 선생님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퇴근 후에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혹시 급한 일이 생긴 걸까 봐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곧장 문자를 남겼다.“부장님, 오늘 공개수업 하신다고 수고 많으셨다는 말을 전화 통화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후배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문자가 돌아왔다. 이 짧은 문자 한 통에 후배 교사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수고하셨다’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퇴근 후 전화까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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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결국 한국 문화의 승리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마디로 난리입니다. 한국인 교포 감독이 한국 문화를 담아 소니 사에서 영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현재 세계 최고 OTT 넷플릭스가 서비스해서 전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겹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로제의 아파트가 전세계를 뒤집은 순간, 거의 비슷했습니다. 브루노 마스라는 세계적 가수와 함께 협연하고 아파트가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가사는 전부 영어였습니다. 한국의 감정을 영어로 표현한 노래로 케이팝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습니다. 전부 영어로 된 주제가 ‘골든’이 오랜 기간 빌보드와 세계 유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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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칭찬하고 또 칭찬하면
“이수(가명) 어머니 되시지요. 학교입니다. 이수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아서요.” “예, 선생님. 이수 엄마입니다. 이수가 오늘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집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수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복도에서 통화를 하는데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니 이수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다고 했다. 마침, 2교시가 교과 전담 시간이라서 9시 45분에 전화를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영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한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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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관광대국으로 가는 간단한 길
외국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먹는 것과 자는 것입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여행을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편, 숙소, 그리고 식사입니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면 거의 제일 먼저 할 일은 무언가를 먹는 것입니다. 그만큼 여행과 관광에서 식사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막상 외국의 식당에 들어가려면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소한 나라의 생소한 음식이 대부분인데다 우선 가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식당 앞에 메뉴와 가격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대충이라도 가격을 알아야 이용을 결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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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존재의 가치를 깨우는 반가운 인사
여름방학을 맞아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번호표를 뽑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 때였다. 간호사 한 분이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이름이 저랑 똑같네요! 너무 반가워요.”처음 만난 사이였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공간에서 따뜻한 인사를 받으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분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절하게 검사 순서를 안내해 주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돌아갈 때도 일부러 찾아와 “조심히 가세요.”라며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만남이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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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건강칼럼] 여름철 불청객, 수족구병
수족구병은 여름철이 되면 소아청소년과 외래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손, 발, 입안 등에 발진을 동반되는 수족구병은 주로 콕사키 바이러스(Coxsackievirus) A16 또는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 71에 의해 발병되는 질환(콕사키 A 바이러스 5, 6, 7, 9, 10, 콕사키 B 바이러스 2, 5 등도 원인)으로 전염력이 강하다.질환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질환은 입안에 통증을 유발하는 발진이 생기면서 음식 섭취량이 줄기도 하고, 간혹 수막염, 심근염 및 심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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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포플러 한 그루가 주는 효과
몇 해 전 제주도 가로수인 삼나무가 잘려 나가는 사진을 보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 길에 살던 나무를 포함한 주변 생명체들이 입은 피해는 당연하거니와 길 자체가 갖는 고유한 의미를 잃는다. 길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지금은 사라졌지만 어릴 적 고향 마을을 지나는 신작로에 포플러나무가 길게 서 있었다. 신작로 흙자갈 위로 버스가 지나가면 뿌연 먼지가 생긴다. 그 버스를 따라 뛰는 사내아이와 먼지를 피하려 입을 막던 새침데기 소녀는 한 갑자를 살았다. 뛰어가던 사내아이 책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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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슬기로운 여름방학
“어느 학교 누구인지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대구00초등학교 6학년 4반 박00입니다.”“6학년 4반에는 학생들이 몇 명이에요?”“25명입니다.”“00 학생은 25명 중에 몇 번이에요?”“6번입니다.”“25명 중에 6번이면 왜 6번일까요?”“…….”“오늘 회의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부모님과 00이가 왜 6번이지 의논해 보세요.”“예.”“하루에 휴대폰을 몇 시간 정도 사용하고 있어요?”“……. 5시간 정도 사용하고 있어요.”“5시간이라. 지금 5시간 사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부모님하고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 의논해 본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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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사람이 됩시다
8월에는 광복절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끝내고 우리나라가 해방과 독립을 맞은 8월 15일입니다. 완전한 독립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쨌든 일제가 한반도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것은 사실이니 독립이 맞습니다. 광복절이 되면 우리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에 반드시 안중근 의사가 있습니다.안중근 의사는 무척 멋진 사람입니다. 그가 한 의로운 거사는 굉장히 멋있습니다. 우선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권총을 멋지게 쏘는 행동 자체가 멋집니다. 권총을 쏘는 것은 멋있어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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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건강칼럼] 스마트폰 감옥
최근 몇 년 사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지고 있다.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주의력 저하 상태로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부는 이미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거나 상담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하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그의 저서 『불안세대』에서 이 같은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 환경”을 지목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신체 활동을 줄이며, 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특히 짧고 강한 자극을 주는 쇼츠나 릴스 영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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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 잃지 않고 나아가는 원동력
살아가다가 문득 힘든 일이 생기면 부모님을 찾게 된다. 혼자서 속앓이하던 문제들도 나보다 앞서 살아오신 부모님의 말씀을 듣다 보면 새로운 해결책이 보이기도 한다.“넌 무엇보다 끈기와 집념이 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어.”아버지는 항상 나의 강점을 칭찬해 주시면서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신다. 정신이 나약해질 때면,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심지가 되어 가슴 속에서 기지개를 켜듯 뻗어 나온다. 그 덕분인지 지속적인 노력으로 다양한 도전에 성공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신춘문예 동화 당선, 수업연구교사 등 비록 다년간의 시간이 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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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방학이란 무엇인가
이제 곧 방학입니다. 7월은 방학의 시작, 초중고를 막론하고 일단 7월은 방학이 있습니다. 장마도 끝나고 본격 여름의 시작으로 너무 더워 학교에 오는 것이 더 안 좋겠다, 그냥 집에 있는 게 낫겠다, 그게 여름방학의 본질입니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방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여름방학이 더 깁니다. 그만큼 더위는 힘들다는 거겠죠.우리나라에서 옛날에 방학은 한여름 농번기로 온국민의 농사일이 바쁘니까 학생도 더운 여름에 어차피 공부도 집중 안되니까 잠깐 쉬고 농사일을 거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농사일을 거드는 일이 거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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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자귀나무를 심은 뜻은
“김 선생, 저 나무 참 잘 자라네?”“형님, 자귀나무 말인가요?”“그래, 부부 금실을 상징한다는 나무 아닌가?”“형님, 잘 알고 계시네요.”“그냥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나저나 언제 심었는데 저렇게 자랐지?”“2021년 가을에 심었지요.”고향마을의 이장님이기도 한 이성규 형님과 화양연화 농장에서 쉴 틈에 주고받은 이야기이다. 이장님의 포도밭은 화양연화 농장과 농로와 수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장님은 아포 인근에서 포도 농사로 명성이 높은 분이다. 농사일만 해도 바쁜데 마을의 이장 업무도 잘하고 있어서 이웃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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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연리지 같은 사랑
집 마당 단풍나무 꼭대기에 메꽃이 폈다. 신기하기도 하고 예뻐서 그냥 뒀더니 메꽃이 늘어만 가고 단풍나무는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메꽃이 지고 나서 메꽃 줄기를 떼면서 뿌리째 뽑았다. 그다음 해에도 메꽃은 단풍나무를 감싸며 올라온다. 지독한 사랑 같았다.나무와 꽃이 함께 자라는 것뿐만 아니라 나무끼리 서로 의지해서 살아가는 연리목도 특이하다. 보통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져 남녀의 사랑에 빗대어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수성못 벚꽃길에도 한 그루가 있고 팔공산 학생야영장 뒷산에 서어나무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계룡산 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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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삼총사를 겪어보니
2019년 12월 11일 수요일에 대구교동초등학교 3학년 3개 학반에서 수업을 했다. 주제를 찾기 전에 받아쓰기와 셈하기를 했다. 받아쓰기는 이전에 공부한 3가지 주제와 마지막 주제인 사랑이다. ①용기 ②행복 ③칭찬 ④3번까지만 받아쓰기를 하고, 4번은 주제를 찾은 다음에 적었다. 수학 문제는 ① 23×3= ② 80×4= . 아이들의 쓰기와 셈하기의 기초와 기본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아이돌 노래를 들려주니 신나게 따라하고 춤까지 추는 아이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몇 가지 퀴즈도 풀었다. ①방탄소년단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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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글] 호국보훈은 그냥 지나치는 말이 아닙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현충일이 6월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6월에 우리 역사상 가장 크고 참혹했던 동족끼리의 전쟁인 6.25 한국전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6.25 전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그 고통을 절대 잊지 말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6월에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는 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을 두고 6.25를 기억하는 것입니다.이제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6.25 전쟁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6.25는 꼭 제대로 알고 기억해야 할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 중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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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건강칼럼] 키·키·키 (저신장에 대하여)
“엄마가 알면 우리 아이 키가 달라진다”는데 어찌하면 좋은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아이를 비교하는 잣대 중에 성적뿐 아니라 키도 한몫을 담당하는 듯하다. 뭐든 잘해 늘 자랑거리였다는 고등학생의 부모님이 아이랑 찾아왔다. 검진에서 중3 때 키로 별로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키의 집안이고 어릴 때 검사했을 때 180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던 고등학생, 성장판 검사를 해보니 다 닫혀있었다.키에 대한 유전의 영향은? 대개 70~80% 정도 영향을 미친다. 모두 작은 집안에서는 아이 키가 크지 않을 경향도 있으니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