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 누구인지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대구00초등학교 6학년 4반 박00입니다.”
“6학년 4반에는 학생들이 몇 명이에요?”
“25명입니다.”
“00 학생은 25명 중에 몇 번이에요?”
“6번입니다.”
“25명 중에 6번이면 왜 6번일까요?”
“…….”
“오늘 회의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부모님과 00이가 왜 6번이지 의논해 보세요.”
“예.”
“하루에 휴대폰을 몇 시간 정도 사용하고 있어요?”
“……. 5시간 정도 사용하고 있어요.”
“5시간이라. 지금 5시간 사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부모님하고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 의논해 본 적이 있어요?”
“없어요.”
“그리고 지금 여름방학인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에요?”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요.”
“어디로 가고 싶어요?”
“포항으로 가고 싶어요.”
“여행 날짜는 정해졌어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그러면 오늘 회의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반에서 6번인 이유와 휴대폰 사용, 포항으로 가족여행을 어떻게 갈지 의논해 보세요.”

2025년 7월 하순에 공식적인 회의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나눈 이야기이다.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학생은 처음 만난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했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여름방학 기간이다. 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하고 싶은 일은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가족여행의 선호도가 높다. 직장인들의 7월 말에서 8월 초의 여름휴가 기간과 방학이 겹치니 자연스럽게 가족여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6학년 영호의 여름방학은 지금도 선명한 몇 가지의 추억이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의 오전에는 소가 먹을 풀을 한 지게 베는 것이 일과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영호의 전용 지게를 만들어 주셨다. 그 덕분에 친구들은 망태에 풀을 메고 다닐 때 영호는 지게 한가득 풀을 지고 다녔다. 오후에는 이산 저산으로 소를 몰고 풀을 찾아 나섰다. 어쩌다가 김천의 삼산이수의 이수 중의 하나인 감천으로 소를 몰고 갈 때도 있었다. 가족여행(?)은 부모님과 함께 밤마다 10여 리 떨어진 제석리의 외가를 오가는 것이었다. 서낭당을 지날 때면 돌을 하나씩 주워서 던지곤 했는데, 어떤 풀벌레 소리라도 들리면 가슴이 오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초롱초롱하다. 방학 숙제는 건성으로 하다가 내일로 미루기 일쑤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개학식이 되면 가슴이 설레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미처 하지 못한 숙제는 운동장의 느티나무 밑에서 친구 것을 보고 베끼기에 바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가족여행은 좋은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기회이다. 하지만 가족 사이의 말 한마디나 한두 가지 행동 때문에 여행이 오히려 불편한 때도 있다. 따라서 가족이라도 역지사지와 경청으로 모두가 행복한 여행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가족여행에 너무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이 휴대폰을 어느 정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슬기로운 여름방학은 누구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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