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일당에서 목록 ( 총 : 4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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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골동 이야기...옛 것의 멋과 아름다움, 그 진수를 향유하다
멋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향유하는 것은 인간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흥미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인간, 자연, 예술작품 등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수시로 느낄 수 있다면 그 삶은 더욱더 충만하지 않겠는가. 골동품의 멋과 아름다움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골동(骨董)은 오래된 물품으로 희소성과 미술적 가치를 지닌 것을 말한다. 서화나 도자기는 물론, 생활 도구나 농업용품 등 각종 기물이 모두 해당한다. 고완(古玩), 고미술품 등으로도 불린다.옛사람들의 삶과 운치가 깃든 물품으로, 옛 것에 대한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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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탈해왕릉을 거닐며...경주의 왕릉 아래서 새로운 추모의 길을 꿈꾸다
올해 가을에는 비가 유난히 자주 오고 많이 내렸다. 여름에는 태풍이나 장마도 없다시피 했고, 보기 드문 더위에다 오히려 가뭄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더니 가을 초반에는 비가 너무 잦고, 햇살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날이 계속되던 지난달 23일 경주로 훌쩍 떠났다.그날도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여서, 기분도 전환할 겸 가까운 경주에 가서 왕릉을 산보하고 친한 스님을 찾아가서 맛있는 차도 한 잔 할 생각을 하며 대구를 떠났다. 가서 홀로 한가하게 둘러본 곳은 경주 소금강산(167m) 자락에 있는 백률사와 표암, 탈해왕릉이다.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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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가야금 산조-가야금의 섬세하고 화려한 독주에 마음을 뺏기다
가야금에 대해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40년 전쯤 되는 해의 어느 늦은 봄날에 있었던 일이다. 신록이 무르익은 숲 사이의 넓은 길을 아내와 걷고 있었다. 문경새재 가는 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름다운 악기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숲 속 어느 정자에서 누가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마음을 끄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 주인공을 찾아가 보겠다는 마음으로, 서서히 장단이 빨라지는 그 소리를 들으며 20분 이상 걸어가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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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어락도, 한가롭게 노니는 물고기처럼 즐거운 나날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 곁에 두고 읽는 책 중 하나는 ‘동기창의 화선실수필’이다. 중국인 동기창(1555~1636)이 지은 ‘화선실수필(畵禪室隨筆)’을 번역한 책이다. 중국 서화 예술의 거장인 동기창(董其昌)의 서화 및 문예 평론서이다. 명나라 말기 최고의 문인이자 서화가이며 비평가인 그는 조선 후기 서화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특히 문학·예술과 선(禪)을 결합한 새로운 비평의 안목을 제시하여, 창작과 비평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화선실수필’에는 동기창의 서화관을 중심으로 문예관과 선사상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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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2025년 을사년 더위, 땡볕 아래 보리타작…1970년대 ‘아찔한 추억’에 젖다
올해 여름 더위는 유별났다. 앞으로 올해보다 더 심한 더위를 계속 겪어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경험한 더위 중에는 어느 해보다 심한 더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더위와 관련해 가장 강하게 남은 기억은 한더위 날씨에 들판에서 말린 보릿단을 집 마당으로 가져와 타작을 하며 겪은 고통이다.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보리타작 모습을 보고 읊은 ‘타맥행(打麥行)’이라는 한시가 있다.‘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이네/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검게 탄 두 어깨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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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마당 가득 뻗은 호박 넝쿨, 삶의 행복을 일깨우다
올해는 입추(8월7일)가 지나도 가을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습도가 높은 무더위가 계속됐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고통으로 다가왔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져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8월23일) 전후에는 오히려 더 견디기 어려운 최악의 더위를 보여주었다. 처서 때 대구와 주변 지역의 기온은 섭씨 37도가 넘었다.농촌에는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농작물과 잡초는 그 기운이 꺾이지 않고 왕성하게 자라난다. 고추와 가지는 잎이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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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한밤마을 돌담- 대홍수에 떠내려온 돌 ‘차곡차곡’…눈물로 쌓은 돌담
군위군 부계면에는 1년에 서너 차례 다녀온다. 문중 납골묘가 있기 때문이다. 부계면에는 동산리와 남산리, 대율리(한밤마을), 가호리 등 8개 마을이 있다. 문중 납골묘는 동산리와 남산리 산에 있다. 동산리 납골묘는 바로 옆으로 작은 하천(계곡)이 흐른다. 큰 하천을 아니지만, 팔공산 높은 곳에서 시작된 하천이라 물이 마르지 않고, 비가 많이 오면 홍수 피해를 입곤 하는 곳이다.2023년 여름에도 많은 비가 내려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당국에서 곧 피해복구를 했다. 그런데 납골묘 아래 쪽(과수원 지역)은 대대적으로 복구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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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빗소리 들으며...주르륵 소리 귀기울이면, 내 마음도 촉촉히 젖어들어
기상 이변과 그로 인한 피해 관련 뉴스가 어느 때보다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후위기가 기상학자들만의 관심사에 그치는 일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극한 폭염이 이어지더니 이달(7월) 중순에는 극한 폭우가 덮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며칠간의 장마 폭우가 끝나자마자 다시 극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봄에는 엄청난 산불이 일어나고 그 피해도 막심하지 않았는가.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어떻게 펼쳐질지 참으로 걱정이다.다행히 필자의 집 주변은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가 별로 없었다. 지난해 7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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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은진미륵이 국보가 된 이유 ‘못생겨서 아름답다’
충청도 역시 취재나 여행을 목적으로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곳곳을 둘러보았다. 사찰로는 계룡산의 갑사·마곡사·동학사·신원사를 비롯해 덕숭산 수덕사, 속리산 법주사 등을 한 차례 이상 다녀왔다. 논산 쌍계사도 꽃살문과 닫집 취재를 위해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근처에 있는 논산 관촉사는 그동안 가보지 못했다.특히 관촉사의 은진미륵은 법주사의 쌍사자석등이나 팔상전 등과 더불어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충청도의 대표적 문화재들이다. 그래서 한 번 가서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까지 가도 여유가 없거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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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고라니 새끼, 유해동물이자 멸종위기종…널 어떡하면 좋으니?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 산돼지와 더불어 비교적 흔한 야생동물에 속한다. 그런데 시골 생활을 했어도 산돼지를 실물을 직접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산돼지들이 논밭이나 산소 등에 내려와 땅을 파헤친 흔적들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현장의 주인공인 산돼지를 직접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산 아래 있는 시골 밭을 수시로 오가며 산돼지들이 지렁이 등을 잡아먹거나 하기 위해 땅을 무자비하게 헤집어 놓은 현장을 자주 보게 되지만, 한 번도 산돼지 실물을 직접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밤에 주로 활동하는지, 사람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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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다투어 피고 지는 농작물 꽃…일상에 새로움을 더하다
올해도 매우 더울 듯하다. 일기 예보도 일찍부터 더울 것이라 한다.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벌써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대구·경북의 20일 날씨는 32도에서 35도의 날씨를 보였다. 지난주도 더웠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아니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날씨 속에 초목은 더욱 무성해지고, 그 가운데 다채로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5월 하순에도 시골집 앞마당과 뒷마당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났다. 초봄과는 다른 점은 농작물 꽃들이 많다는 점이다. 감자가 한창 자라고 있는데, 흰 꽃들이 초록 잎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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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제도화된 산분장(散粉葬), 요즘은 제사도 안 지낸다는데…나 가거든 자연에 뿌려주오
그동안 몰래 행해지던 산분장(散粉葬)이 지난 1월부터 합법화되었다. 산분장은 바다와 육지의 일부 장소에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골분)를 뿌리는 장례방식이다. 산분장 내용을 담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고, 24일부터 시행된 것이다.산분장은 그동안 법에 규정되지 않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였다. 1961년 제정된 장사법에 매장·화장만 규정돼 있다가, 2008년 수목장 등 자연장(自然葬)이 추가됐다. 여기에 산분장이 새롭게 포함된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다.이 규정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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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선양고궁에서...지도자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다 실리 잃는 일은 없어야
여행은 역시 누구와 더불어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지난달 27일부터 4일 동안 중국 선양(瀋陽)을 다녀오면서 새삼 느낀 일이다. 같이 간 일행은 물론이고, 우리 일행을 선양으로 초대하고 안내한, 선양에 사는 지인 부부의 정성과 환대가 각별했고, 덕분에 모두 즐거웠기 때문이다. 일행의 여정이 즐겁도록 부부는 물심양면에서 모든 배려를 다했다.필자는 선양을 이번에 세 번째 찾았는데, 이번이 가장 좋았다. 이전의 여행은 큰 감동이나 즐거움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덕분에 먹고 자고 관광하는 모든 것이 즐겁고 멋진 여정이었다. 게다가 날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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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천자암 쌍향수, 800살 향나무 두 그루가 하늘 향해 날아오를 듯…
화창한 봄날 여행은 어디를 가나 좋다. 자연의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지난 9일 전라도 순천의 조계산 송광사를 다녀왔다. 송광사 가는 길 주변에는 벚꽃이 한창이었고, 활엽수가 대부분인 송광사 주위 조계산 초목은 연둣빛 새싹을 본격적으로 틔우기 시작했다. 송광사 대웅전 앞 매실나무인 송광매(수령 300년 정도)의 꽃은 이미 져버렸다.대구 남구문화원이 마련한 송광사 답사여행에 따라 간 여정이었다.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인 송광사는 여러 번 다녀왔다. 가장 최근에 간 것은 2019년 여름 배롱나무꽃을 취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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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지룡·토룡으로 불리는 지렁이...작고 소중한 ‘지구 지킴이’, 징그럽다 미워하지 마세요
지렁이는 사람에게 별로 환영 받는 동물이 아니다. 대부분 징그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골집 생활을 하는 요즘, 이 지렁이를 자주 접하게 된다.지렁이는 보통 비가 많이 올 때 쉽게 볼 수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간혹 개미들의 밥이 되고 있는 지렁이를 접하곤 한다. 물론 땅 표면을 파는 일이 있을 때는 지렁이를 보게 된다. 비가 올 때지렁이들이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은 흙이 물로 포화상태가 되면 익사하기 때문이라 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이동하거나 짝짓기를 위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렁이의 몸을 덮고 있는 체액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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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영양 자작나무숲...모든 것이 ‘하얀 세상’ 산 속의 자연을 온전히 누리다
섭씨 25도 정도의 초여름 날씨(대구)가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영양 자작나무숲이 생각난다.세월이 흘러갈수록 더욱더 빛을 발할, 사람들의 발길을 더 많이 끌어들이며 사랑을 받을 것이 확실한 자작나무숲이다.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산 속에 있다. 지난 10일 이곳을 다녀왔다. 영양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몇 년 전에 가서 느꼈던 감흥이 생각나서 다시 가보고 싶었다.죽파리 주차장에서 무료 전기차를 이용하면 자작나무숲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날은 전기차를 운행하지 않는 월요일이어서 차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크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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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살다 보면 한가로운 마음 누려
봄눈이 흠뻑 내린 지난 4일. 영상의 기온에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슬러시 같은 습설이 낮 동안 계속 내렸다. 이날 하루 종일 호일당에 있으면서 역대급 이 춘설을 보는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눈송이가 펄펄 날리며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처럼 빠르게 내렸다. 눈송이가 어른 엄지손가락 첫 마디처럼 클 때도 있었다. 내린 후에는 빠르게 녹아, 보기 드물게 많이 내렸는데도 잘 쌓이지는 않았다.이때 내린 눈은 본격적인 봄날을 앞두고 그동안 많이 가문 후에 내린 것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때 맞춰 내리는 반가운 비를 시우(時雨)라고 하는데,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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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다가오는 봄처럼 국민 마음도 봄날처럼 화평해지길”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지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 발로 온 산을 헤매며 구름만 밟고 다니다가/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중국 당나라의 이름 없는 여승이 남긴 한시 ’심춘(尋春)‘이라는 시다. 이 스님의 오도송이라고 전한다. 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각별한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는 대표적 작품으로 많이 인용되어온 시다. 이와 유사한 시로 송나라 사람 대익(戴益)이 지었다는 ‘탐춘(探春)’이 있다.‘종일토록 찾아다녔지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지팡이 짚고 멀리 구름 덮인 곳까지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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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현맹춘의 정성과 집념, 황무지가 울창한 동백숲으로
호흡이 맞는 친구들과 여행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지난달 중순 남자 셋이 제주도를 다녀왔다. 같이 식사를 하던 중 이야기가 나와 갑자기 날을 맞춰 훌쩍 떠나게 된 것. 제주도는 이런 저런 일로 여러 번 다녀왔지만, 겨울 여행은 처음이다. 일행 중 한 친구의 승용차를 이용, 별 계획 없이 내키는 대로 2박 3일 일정으로 느긋하게 돌아다녔다.첫날은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서쪽 해안을 따라 여행했다. 애월 해변에 들러 눈발도 흩날리는, 심한 찬바람을 맞으며 제주의 겨울바람을 제대로 맛보았다. 잠시 만에 머리가 띵할 정도의 찬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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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일당에서] 새해맞이, ‘八餘居士’ 지혜 요구되는 시대…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
사재(思齋) 김정국(1485~1541)이 기묘사화 때 정계에서 축출당한 뒤, 시골로 들어가 ‘팔여거사(八餘居士)’라는 호를 짓고 은거하며 지냈다.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김정국은 고양팔현(高揚八賢)의 한 사람이다. 고양팔현은 경기도 고양에서 배출된 대표적 조선 선비 8명(남효온·김정국·기준·정지운·민순·홍이상·이신의·이유겸)을 말한다. 김정국은 대구(현풍) 도동서원에서 기리고 있는 한훤당 김굉필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청빈한 삶을 추구하고 그것을 잘 누린 사람이다.어느 날 한 친구가 김정국에게 ‘팔여거사’의 뜻에 대해 물었다. 김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