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목록 ( 총 : 3,43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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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골목상권의 부활, 다시 경북 경제의 숨을 틔우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소비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마트 대신 모바일 장보기, 동네 식당 대신 배달앱 주문이 보편화되면서 비대면 쇼핑은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생활 습관으로 굳어졌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골목상권이었다. 빈 점포가 늘고 상인들은 하루 매출을 걱정해야 했으며, 경북의 중소도시에서는 이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체감되었다.그러나 골목상권은 단순히 정서적 공간이 아니다. 지역경제의 공급망을 이루는 생활 서비스업이 모여 있고, 자영업 기반 일자리가 유지되는 곳이며, 주민과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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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지역이 살아야 청소년이 자란다
과거 마을의 중심에는 학교가 있었다. 종소리가 울리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였고, 그곳은 배움의 장소를 넘어 사람들이 스치고 이야기가 오가는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그 시절의 풍경을 여전히 추억한다. 아이들이 지역의 한가운데서 자라고, 그 중심을 마을이 함께 지켜주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역할을 다시 이어갈 공간은 청소년시설이라고 생각한다.현장에서 오랜 시간 청소년들을 만나며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청소년의 성장은 국가보다는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큰 방향을 제시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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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칭찬없이 선도국 없다 - 학문적 식민사관 넘어 주체적 지성을 향해
대한민국은 선도국을 꿈꾸는 나라이다. 세계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창조하는 역동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문과 지성은 여전히 ‘학문적 식민사관’이라는 오래된 틀에 갇혀 있다. 과거에는 한문고전을 줄줄 암송해야 지식인 대접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유럽 학자의 이름을 먼저 언급해야 “공부 좀 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자신의 이론을 만들지 못하고 늘 외부 권위에 기대는 풍토가 한국 학문의 가장 큰 약점이다.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무시하는 유산이다. 인류 최고의 기술 혁신 중 하나인 활자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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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채용 트렌드 변화, 구직 청년들 방향 새로 설계해야
2025년 한 해 동안 수많은 청년들을 상담하며 제가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이 있다. "교수님, 저는 이제 늦은 걸까요?" 공채 시즌이 마무리된 지금, 불합격 메일만 쌓인 채 좌절하고 있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저는 단호하게 말한다. "늦은 것이 아니라,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지금 채용 시장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시장은 디지털 전환(DX)과 AI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인재를 뽑느냐'보다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집중하는 시대로 전환된다. 이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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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술타기 수법, 꼼수가 아닌 범죄
지난 4월 22일 운전자 K씨는 밤 10시 50분경 무면허 상태로 술을 마시고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택시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기사와 승객 등 총 3명이 다쳤다. K씨는 사고 후에 그대로 차량을 운전해 도주하면서 중앙선 침범과 신호위반, 과속운전 등 난폭운전을 했고, 보도 안전펜스를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낸 뒤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 K씨는 다음 날 주거지 등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담당 경찰관과 연락해 출석을 약속했지만, 변호사를 통해 “타인과 술을 마시고 있다”고 전하며, 소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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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득실상반(得失相半)
정부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급속한 고령화와 길어진 기대수명, 정년과 연금 수령 시기의 불일치가 현실적인 불안으로 다가오면서, 장년층은 “은퇴 후 5년의 소득 공백을 메워야 한다”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청년층은 “기성세대가 일자리를 붙잡으면 우리의 기회는 줄어든다”라고 반발한다. 한마디로 득실상반(得失相反)’이다. 이처럼 정년 연장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한쪽에는 득(得)이 다른 쪽에는 실(失)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득과 실이 반드시 제로섬으로 귀결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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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모두가 AI를 외칠 때, 경북은 공유를 고민해야 한다”
경북의 경제와 지역 현장은 지금 절박하다. 인구는 줄고, 기업 유치는 쉽지 않다. 제조업 기반은 노후화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 예산이 적다고 한탄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질문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어떻게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 것인가.” 그 답은 오래전 전 세계를 흔들었던 공유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한동안 공유경제는 ‘미래’의 상징이었다. “소유보다 공유가 더 합리적이다” 가 단순한 명제가 세상을 바꾸었다. 남는 방을 가진 개인이 숙박공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었고, 회사가 없어도 공유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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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몸과 마음을 깨우는 청소년수련시설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고등학교 여학생의 활동률은 더 떨어지고, 개선의 속도도 더디다고 한다.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하루 10분 이상 걷는 청소년이 남학생은 약 60%, 여학생은 55%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운동장에서 들리던 함성은 추억이 되었고, 이제 아이들은 스크린 속 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이것은 단순한 체력이 약해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운동 부족은 불안과 우울, 자존감 저하를 동반하며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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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몸은 기록했다가 늙으면 청구서를 보낸다
◇몸은 모든 것을 기록한다젊을 때 우리는 몸을 무한한 자산으로 착각한다. 밤을 새워도 괜찮고, 폭음해도 괜찮고, 스트레스는 커피 한 잔으로 날려버리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몸은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것을 기록한다. 한 잔의 술, 한 번의 폭식, 한밤의 무리함, 그 모든 것이 차곡차곡 장부에 적힌다. 몸은 침묵 속에서 우리의 생활 습관을 기억하고, 세월이 지나면 마침내 청구서를 내민다. 늙음이란 바로 그 청구서가 도착하는 순간이다.우리는 흔히 건강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때 조금만 조심할걸.’ 그러나 몸은 이런 후회를 받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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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영어회화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기업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일이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는 시대, 언어는 그 중심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영어는 높은 벽으로 느껴진다. 중·고등학교 10여 년간 배워도 막상 외국인 앞에서는 한마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알고, 문법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다. 결국 ‘말할 수 있어야’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최근 기업의 채용 트렌드만 봐도 변화의 흐름은 분명하다. 2023년 이후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상·하반기 공채에서는 더 이상 토익(T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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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공정한 경찰 수사를 위한 노력과 과제
수사(搜査)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알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여 범인을 찾고자 하는 활동을 말한다. 경찰수사는 과거 비인권적인 수사로 국민의 질타를 받아온 역사가 있으며, 아직도 부실수사, 적법한 절차 위반 등 불공정한 수사행태에 대한 비판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경찰 ‘수사’는 경찰의 핵심적 역할과 책임이다. 수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공정성’이다. 공정성은 편파적이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해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의 공정성은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가치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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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군민이괴(君民離乖)
군민이괴(君民離乖). 이 말은 국정을 운영하는 지도자와 국민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층의 말과 행동이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모습을 보일 때 등장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러하다. 권력과 책임을 가진 지도층 인사들이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잊고,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며 많은 국민은 냉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최근 한 여당 중진의원의 자녀 결혼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의원이 국감 기간 중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거행함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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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대구·경북의 생존 조건, ‘생활권 돌봄망’ 구축에 달려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구조 변화는 더 이상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다. 경상북도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4년 기준 26.0%로, 전국 평균(20%)을 훨씬 상회한다(경상북도 통계연보, 2024). 특히 청송·영양 등 농산어촌 지역은 고령화율이 4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통계청, 2024). 이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라, 의료 접근성 저하와 돌봄 공백, 응급의료 사각지대 확산으로 이어지는 지역 생존의 문제다.실제 경북의 의료현장은 이미 인력 공백을 겪고 있다. 경상북도 내 보건지소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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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이름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특성화시설’….이름만 들어도 복잡하다. 청소년시설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를 만났지만, 여전히 “수련관과 문화의집은 뭐가 달라요?”라는 질문 앞에 잠시 말을 멈추게 된다. 청소년에게 익숙해야 할 공간의 이름이 오히려 벽이 되어버린 것이다.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존재하지만, 정작 청소년과 부모는 그 기능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수련원은 합숙하는 곳 같고, 문화의집은 공연을 하거나 공부하는 곳으로만 여겨진다. 특성화시설은 이름조차 낯설다. 법령은 시설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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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먹는 즐거움과 마음의 즐거움, 어디로 갈까?
◇ 체중계 앞의 진실 게임지난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었다. 연휴를 즐기기 위한 승객들로 각 지역의 공항이 북새통이 되었는가 하면,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웃고 먹고 마시며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명절이 끝나고 나서 체중계 위에 올라간 순간, 많은 이들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설마 이게 내 몸무게야?” 송편은 고소했고, 갈비찜은 부드러웠으며, 잡채는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 사이에 허리띠 구멍 하나가 사라졌다.이것은 단순히 열량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먹는 즐거움’을 추구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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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캄보디아 사건으로 본 청년들의 안전한 글로벌 진출의 조건
“월 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에서 납치, 감금, 심지어 목숨을 잃는 참혹한 현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현재 약 1천명의 한국인이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산업에 연루되어 있으며, 관련 신고 건수는 2023년 17건에서 2024년 330건으로 19배나 폭증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필리핀 86건, 라오스 28건, 미얀마 16건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유사한 패턴의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역설적이게도 국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간절히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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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AI를 장착한 똑똑한 과학 경찰
최근 딥 페이크 범죄, 딥 보이스 피싱 등 AI를 활용한 첨단범죄가 늘고 있다. AI가 범죄자들에게는 새로운 도구가 되었고, 동시에 경찰에게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체포하며, 수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제 최첨단 과학 치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학 치안은 경찰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구조와 현장 경찰관의 업무 효율성 증진, 국민 안전 확보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필자는 2021년부터 3년간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초대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대구시민의 안전을 위해 과학 치안을 역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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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혼용무도(昏庸無道)
국가의 미래가 참으로 암울하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흔들리며, 외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민의의 정당이라는 국회는 연일 정쟁의 늪에 빠져있고, 정부는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감금·협박당하고 있는 상황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민주당은 국회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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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의대에만 쏠린 혁신 인재,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
2025년 노벨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일본은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며, 과학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산업기술의 강국인 한국은 여전히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다. 그동안 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조선 등 산업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적 발견,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힌 기초과학의 성취에서는 늘 한 발 뒤처져 있다.왜일까? 단순히 연구 기간이 짧아서도, 인프라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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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논단] 이제는 규제 넘어, 청소년 금연 환경을 만들어야
37년 만에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에서 의결되어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가 드디어 담배로 규정될 수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통과에 무리가 없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에게 유행처럼 번졌고, 무인판매기와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과일향이나 디저트향이 첨가된 액상담배는 마치 놀이처럼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담배는 아니니까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 속에서 중독의 길로 빠져들게 했다. 이번 개정으로 합성 니코틴이 담배사업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