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고등학교 여학생의 활동률은 더 떨어지고, 개선의 속도도 더디다고 한다.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하루 10분 이상 걷는 청소년이 남학생은 약 60%, 여학생은 55%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운동장에서 들리던 함성은 추억이 되었고, 이제 아이들은 스크린 속 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것은 단순한 체력이 약해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운동 부족은 불안과 우울, 자존감 저하를 동반하며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를 방증하듯 공부는 늘었지만 웃음은 줄고,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마음의 체력은 약해졌다. 학업 스트레스와 입시 압박 속에서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마음은 점점 움츠러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심리적 어려움을 익명으로 해결하려는 청소년이 늘고 있는데 ‘AI 상담’을 통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다. 물론 AI는 빠르고 친절하다. 하지만 그 위로는 일시적이며, 인간의 복잡한 감정에 공감의 온도를 전해주지 못한다. 디지털 위로가 인간적 관계의 대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면이 아닌 사람과의 만남,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회복의 경험이다.

이런 맥락에서 청소년 수련시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수련시설은 단순한 여가공간이 아니라, 몸을 깨우고 마음을 연결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청소년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과 정서적 교류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신체활동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감정 표현의 장이 되어야 하고, 청소년들이 함께 뛰고, 부딪히고, 웃으며 땀 흘리는 과정은 곧 관계의 시작이다. 활동이 끝난 후에는 간단하게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이런 짧은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자기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것은 AI 대화가 줄 수 없는 사람의 온도이자, 살아 있는 공감의 경험이다.

또한 수련시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디지털 디톡스 타임을 정례화하고, 청소년시설에서 다양한 활동과 협동 놀이, 역할극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표정과 말투를 읽으며 관계를 배우는 것이다. 더불어 또래 상담이나 멘토링 활동을 활성화하면, 청소년은 익명의 대화 대신 신뢰를 바탕으로 고민을 나누는 법을 배운다. 공감과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다.

청소년의 건강 위기는 단지 운동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가정,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움직일 틈의 부재에서 비롯된 복합적 결과다. 따라서 해결책 또한 통합적이어야 하는데, 신체활동을 늘리고, 정신 건강을 돌보며, 디지털 리터러시를 함께 키워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청소년의 삶은 비로소 균형을 되찾는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청소년 수련시설을 청소년 건강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청소년지도사, 상담사, 체육 코치가 협력하는 다학제 팀을 구성하고, 신체·정서 통합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교 체육이 교과 중심이라면, 수련시설은 생활 속 건강 교육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땀 흘리며 웃는 얼굴, 서로를 향한 응원, 활동이 끝난 뒤의 따뜻한 대화가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공감을 가르친다. 그것이 바로 인간다운 성장의 출발점이다.

수련시설은 더 이상 놀이터가 아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청소년 시대의 회복 공간이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스스로의 몸을 느끼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며, 스크린 속이 아닌 현실에서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는 한 세대의 건강을 지켜내는 것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따뜻한 연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청소년 수련시설의 미래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