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목록 ( 총 : 20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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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심플 라이프
최근 가까운 지인의 ‘심플 라이프’에 대하여 듣게 되었다. 이 사람은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의 삶을 뒤로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하여 물리적 이동을 선택했다. 조금 뒤늦은 유학을 실천한 것이다. 그곳에서 심플 라이프를 실천하며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날들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계로 건너갈 수 있었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께서는 책을 읽고 저쪽(?)으로 건너가자고 하셨고, 이 사람은 단순한 삶을 사는 동안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동력으로 또 다른 곳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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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메세나
메세나(Mecenat)는 주로 문화예술에 대한 순수한 지원 활동을 뜻하는 말로써 로마제국시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 후원했던 정치인 가이우스 마에케네스(Gaius Maecenas)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전통은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 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당대의 천재들에 대한 지원으로 활짝 꽃 피웠다. 그리고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이 활발한 미국에서, 1967년 특별히 문화예술 활동지원을 위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메세나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뜻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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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합창석의 매력
공연장은 공간의 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자주 보는 것은 프로시니엄 무대를 갖춘 극장으로서 객석 전면에 액자형 무대가 있는 곳이다. 주로 다목적 용도여서 음악회 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그리고 무용과 공공기관 행사까지 소화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장르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만큼이나 각 공연 별 단점도 드러나는 곳이다. 말발굽 형 객석을 갖춘 오페라하우스도 프로시니엄 형태지만 무대만큼 큰 면적이 무대 좌·우와 후면에 각각 있다는 것이 보통의 극장과 다르다. 액자형 무대를 갖춘 극장의 특징은 무대 위쪽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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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유롭스키에서 츠베덴까지
길을 떠난 자체로 무엇인가가 비워지고 또 채워지지만, 좋은 공연을 그곳에서 본다는 것은 참 충만한 일이다. 다만 낯선 여행지에서 이것을 즐긴다는 것은 한편은 성가시기도 하다. 낮에는 아무래도 많이 걷게 되니 혹시 옆 관객에게 땀 냄새라도 풍길까봐 미리 호텔로 돌아가 샤워 후 속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구·미의 많은 극장에서는 공연 전과 휴식시간에 제법 좋은 식사와 와인·맥주 등을 팔고 있지만, 냄새 날 수 있으니 술은 삼간다.(낯선 곳에서의 한잔 술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국가별로 예매를 위한 접근성의 차이도 극복해야 한다. 일부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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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만남의 여행
3주 가까이 독일과 이탈리아 몇몇 도시를 다녀왔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베를린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도시였다. 역설적이게도 베를린은 동서로 분단된 덕분(?)에 오히려 풍성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한 접근성도 그 어느 도시보다 쉽고 간결해 낯선 이방인인 나도 편히 즐길 수 있었다. 베를린 필을 비롯한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그리고 많은 전시를 보았다.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 역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아름답게 균형 잡혀 있었다. 여러 역사적 현장과 전시는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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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베를린 주유기(周遊記)
나는 지금 베를린 여행 중이다(아마 독자들께서 이 글을 읽을 즈음에는 드레스덴이나 라이프치히 어딘가 있긴 하겠지만). 이곳을 찾기로 마음먹은 것은 풍월당 대표 박종호 선생 덕분이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이지만 음악과 관계된 일로 더 유명하다. 경향 각지에서 오페라를 중심으로 한 강의를 통해서 수많은 오페라 팬을 양산해낸 분이다. 급기야 ‘풍월당’을 세워 국내최고 수준의 복합문화 공간(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명저 ‘불멸의 오페라’를 비롯하여 많은 책을 쓰기도 했는데, 몇 해 전 유럽 5개 도시를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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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여름의 끝자락에서
최근 몽골에서 귀국했다. 늦봄에 집을 나섰다가 이제야 돌아왔다. 중간에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몇 나라를 다녀오긴 했지만 주로 몽골에서 여름을 거의 다 보낸 셈이다. 건조한 기후의 몽골에서 지내다 한국 공항에 내리면 가장먼저 후텁지근한 습기가 반긴다. 새벽에 도착하더라도 땀이 이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고 등짝으로 한줄기 흘러내린다. 우리가 본격적 아열대성 기후처럼 변한 게 언제 부터였을까? 생각해보면 1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처음엔 올해만 이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옛날처럼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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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이태준을 아시나요?
며칠 전 광복 80주년이었지요. 작년까지 소란을 떨던 815폭주족이 올해는 뜸했던 반면 젊은이들의 멋진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해외에서 태극기를 들고 달리는 청년, 그런 그를 보고 박수와 환호를 보내준 현지인들. 다들 멋지지 않습니까? 팔월염천하에 태극기를 배낭에 부착한 채 지리산 정상에 올라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젊은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또 어떤 이는 달리기 대신에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경축을 했답니다. 미소가 절로 번지지 않습니까? 다들 아름답고 장한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지만 래퍼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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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우리가 보고 싶은 것
부산이 클래식 전용극장과 오페라 하우스를 지으며 단숨에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을 비롯한 좋은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전용극장 부재를 극복하게 되면서, 즉 하드웨어를 제대로 갖춤으로 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조직명을 ‘클래식부산’이라고 지으며 그 방향성을 명확히 한데다 특히 예술 감독으로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을 영입해서, 하드웨어보다 더 상품성이 높은 소프트웨어의 힘까지 갖추게 되었다. 특히 지난 유월 오페라극장(27년 초 개관예정)에 앞서 문을 열게 된 콘서트홀의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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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밀린 숙제
90년대 초·중반 나의 이탈리아 유학시절, 그 때만 하더라도 영상이나 음원 자료를 지금처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늘 빠듯한 유학생활이지만 아끼고 절약해 LP나 비디오테이프를 하나씩 모으고 그것을 닳도록 듣고 보곤 했다. 이웃한 동료의 음반을 빌려서 복사하고, 나의 레슨 때 녹음 한 테이프도 부지런히 모았다. 그리고 귀국 후에는 책도 점점 늘어나다보니 결국에는 정리정돈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집안을 채우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귀국 때도 빠짐없이 챙겨오고(심지어 PAL방식의 비디오를 보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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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무엇이 더 필요한가!
23년 가을 세묜 비치코프가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난 후 떠오른 말! “무엇이 더 필요한가?” 드보르작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일본의 ‘후지타 마오’의 순수하고 영롱한 음색 그리고 체코 필의 사운드로 듣는 드보르작 교향곡 7번. 드보르작의 조국 체코가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체코필하모닉이 오직 드보르작의 작품만 연주하는, 게다가 거장 비치코프의 지휘라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의 음악회였다. 구스타보 두다멜의 리허설 장면을 보면서 앞 악장의 에너지를 다음으로 연결하는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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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중앙아시아 공연장 스케치
실크로드의 중심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그 옛날 초원과 사막을 오가던 대상들의 흔적을 길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오아시스는 거대한 도시로 바뀌었고 그들이 낙타무리를 이끌고 걸어가던 길은 고속열차와 트럭들이 달리는 철도와 도로로 변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많은 전통 건축물과 박물관에는 그들의 축적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공연장에서는 새롭게 해석된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중앙아시아 쪽은 공연 검색이나 티켓 예매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기간 중 현지에 계시는 지인의 도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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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고려극장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은 드넓은 국토(비록 사막과 농사짓기 힘든 초원이 상당부분이라 하더라도)에 카스피 해 유전 까지 보유하고 있어 날로 경제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생긴 난민을 폴란드 등 유럽 국가 외에는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도적 지원에도 전향적이다. 이런 넉넉한 품(?)을 가진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이자 최대도시 알마티에 ‘카자흐스탄공화국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이 있다. 이 극장의 존재는 국내 언론 등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었으나 중심가에 자리한 고풍스런 모습의 아름다운 극장을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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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초원의 카자흐 여인들
그녀들은 동쪽에서 정체불명의 낯선 민족이 화물칸에 실려와 황야에 버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빵이 식을세라 모포에 감싸 당나귀에 실은 뒤, 한 번도 만난일이 없는 그들을 찾아왔다. 한인들이 울면서 그 빵을 먹는 동안, 카자흐 여인들도 울음에 합세했다. 빵과 울음, 새로운 삶이 거기서 시작됐다. 그들은 톈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모여 이뤄진 강물을 젖줄 삼아 땅을 일궈 다시 일어섰다. -김연수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 中.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 백석의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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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살아보니 치사랑도 내리사랑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십 여 년 전 우리 어머니 장례식이 끝난 후 나의 딸이 나를 향해 한마디 했다. “할매 애 많이 먹인 순서대로 다들 울더군!” 돌이켜보면 내가 나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은 문자 그대로 ‘가없는 것’이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가 안 그러시겠냐만 우리 어머니는 절망의 시간에도 오직 자식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견디고 헤쳐 나오며 우리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셨다. 그런데 거기에 반해서 나는 참 많이도 어머니 속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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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준비된 자, 영광의 자리에 서리니
최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서 무대에 올라 피아노협연과 동시에 지휘를 하는 김선욱의 모습을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준비된 자, 영광의 자리에 서리니"였다.지금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조성진, 임윤찬이 등장하기 전, 김선욱은 원조 피아노 아이돌이었다. 불과 18세의 나이에 이룬, 2006년 리즈콩쿠르 최연소이자 아시아 출신 첫 우승자로서 국내·외의 러브콜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시대는 꽤 길게 이어졌으며 김선욱의 공연은 언제나 뜨거웠다. 그런데 승승장구의 나날이 이어지는 중 그는 "10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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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준비된 그들
올해는 혼란한 국내외 정세에 더하여 큰 산불이 전국 곳곳을 휩쓸었다. 피해가 너무 커서 완전 회복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어렵다.보통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정치도 요원한 것 같고 미국 발 리스크는 변수가 아니라 이제 상수가 되었다. 지구 반대편 전쟁도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으니 온 세상이 소란스럽다.올해 새봄에는 하동·광양으로 봄꽃나들이를 계획했건만, 나라밖 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산불에 다들 울고 있으니 그럴 수 없는 시절이었다.그러나 이런 어렵고 혼란한 상황에서도 일상은 이어지고 모두가 맡은 바 역할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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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만우절 단상
우리 어머니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는 못하셨지만 교훈 섞인 재미있는 말씀을 많이 남기셨다. 그 중 이런 말이 있다. “남자가 지니고 있어야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여름 손수건이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는 손수건을 꼭 가지고 다녀라” 그 영향인지 나는 젊어서부터 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위생적으로도 좋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데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다음은 “집에서 모르는 뒷주머니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라” 가장노릇에 충실해야하지만 살다보면 이런 게 꼭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러니 적당한 비상금(?)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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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우리가 축적시켜야 할 것들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건강과 관련된 자료들을 가끔씩 찾아보는데 그 중 즐겨 보는 영상물이 있다. 바로 ‘늙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저속노화’라는 것이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먹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을 멀리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자 노력하는 나의 성향에 참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널리 알리고 있는 의사 선생께서 최근 의료뿐 아니라 대한민국 각 분야도 ‘저속노화’가 필요하다는 글을 썼다. 우리 사회가 부유하고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축적에 대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단기성과나 지표에만 매달리면 축적 없는 소모만이 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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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 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라는 책이 인기 있었다. 나는 이 책으로 공부 한 기억(?)은 없지만 당시 책제목은 하나의 유행어였으며 또한 여러 가지 파생된 콘텐츠들도 생겨났었다. 최근에도 거의 같은 제목의 방송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살면서 만나게 되는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있다.(그렇지 않은 일이 있겠냐만) 최근 개인적 일로 장거리 운전을 자주하곤 한다. 이때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것은 올드 팝이다. 정확히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나오는 추억의 팝송이다.영화에서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