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공유경제는 ‘미래’의 상징이었다. “소유보다 공유가 더 합리적이다” 가 단순한 명제가 세상을 바꾸었다. 남는 방을 가진 개인이 숙박공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었고, 회사가 없어도 공유오피스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연구조사업체 PwC는 한때 “공유경제는 2030년까지 3,3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공유경제는 자원이 부족한 개인과 기업에게 기회였고,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안전이던 시기, ‘함께 쓰는’ 공유경제는 가장 위험한 모델이 되었다. 공유숙박은 멈췄고, 공유오피스 위워크는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공유경제를 실패한 산업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은 산업의 잘못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 때문이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공유경제는 정말 실패한 모델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공유경제가 다시 필요한 때이다. 특히, 경북 같은 지방 지역에게 공유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경북을 포함한 지방은 수도권과 조건 자체가 다르다. 수도권은 자본, 인재, 기술, 기업이 밀도 있게 모여 있다. 반면 지방은 예산과 투자 규모가 작고, 산업 인프라는 파편화되어 있다. 각 기관과 지자체가 따로따로 공간과 시설, 장비를 만들고 운영하지만 정작 활용률은 낮다. 예산은 중복되고, 성과는 분산된다. 결국 모두가 예산을 쓰지만, 아무도 실질적인 경쟁력을 만들지 못한다.
최근 정부는 AI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자 전국 모든 지자체가 너나없이 “AI 허브 도시”를 선언한다. 그러나 같은 전략을 반복하는 것은 무모한 중복일 뿐이다. 모두가 AI센터를 세우고, 모두가 AI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는 수도권에 밀릴 수밖에 없다. 지역이 수도권과 맞서려면 개별 경쟁이 아니라 연결과 공유가 필요하다.
한 지역이 AI나 스마트농업, 바이오 같은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그 성과를 다른 지역과 공유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지역이 따로따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조합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원리다. 독점이 아니라 공유, 분산이 아니라 연대.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공유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일본 교토의 제조업 클러스터는 한 기업이 전체 공정을 담당하는 방식이 아니다. 각 기업이 잘하는 공정을 맡고, 서로의 기술을 공유해 하나의 제품을 완성한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연구 장비와 실험실을 기업, 대학, 스타트업이 함께 사용하도록 개방한다. 연구 성과는 공동으로 활용해 사업화로 연결된다. 공유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경북도 이제 이런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비어있는 공공 건물은 스타트업과 기업이 쓰는 공유오피스로 바꾸고, 대학과 기관이 보유한 R&D 장비는 기업에게 개방해야 한다. 각 지자체가 따로 운영하던 창업지원센터, 연구 시설, 실증장비 등을 ‘경북 전체가 쓰는 플랫폼’으로 묶어야 한다. 장비와 공간뿐 아니라 데이터와 연구성과도 공유해야 한다. 1곳에서 만든 성과를 23개 시군이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공유경제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원이 부족한 지역이 살아남는 유일한 전략이다. 우리는 이기주의와 지역주의, 기관 간 벽을 넘어야 한다. “우리 성과니까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
지자체와 기관이 벽을 낮추고, 협업과 신뢰를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경북은 지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나누고 공유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지역의 경쟁력은 자원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원을 연결하고, 공유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이제 우리는 다시 공유경제를 말해야 한다. 지역이 경쟁하려면, 함께 써야 한다. 공유가 곧 생존이고, 공유가 곧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