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37년 만에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에서 의결되어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가 드디어 담배로 규정될 수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통과에 무리가 없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에게 유행처럼 번졌고, 무인판매기와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과일향이나 디저트향이 첨가된 액상담배는 마치 놀이처럼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담배는 아니니까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 속에서 중독의 길로 빠져들게 했다. 이번 개정으로 합성 니코틴이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면서 판매 규제, 세금 부과, 온라인 유통 금지 등이 시행되었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변화라 할 수 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이미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은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고 광고와 판매를 철저히 제한해 왔다. 미국은 2022년 담배 정의에 합성 니코틴을 포함시키며 청소년 보호를 강화했고, 유럽 역시 니코틴 함유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터넷·소셜 미디어 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한국도 뒤늦게나마 이 국제적 흐름에 합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청소년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규제만으로는 청소년 흡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속이 강화되면 눈을 피한 새로운 경로가 생기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는 마치 학교폭력이 줄어들면 다른 형태의 부적응 문제가 나타나는 것과도 같다. 단속과 규제는 필요하지만, 예방과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단순히 잠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는 규제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교육이다. 단순히 담배는 나쁘다는 구호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흡연이 학업·진로·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청소년기의 뇌 발달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료로 알려주어야 한다. 나아가 청소년 스스로 금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또래집단 내 긍정적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금연 동아리, 또래 지지 그룹, 체험형 예방 프로그램 등이 학교와 청소년시설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

특히 상담 체계가 중요한데 청소년이 흡연 사실을 드러냈을 때 대부분은 징계나 처벌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도움이다. 이때 전문 상담사가 연결되어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의료적 금연 지원으로 연계해야 한다. 지역 청소년시설과 보건소가 서로 연계하여 포용적으로 청소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시도가 의미가 크다. 교육청은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과 연계하여 금연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던 금연 지도를 벗어나, 지역 청소년문화의집과 협력하여 상담과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청소년의 생활권 속에서 예방과 치유를 동시에 모색하는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청소년문화의집과의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 기반 청소년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한 가정과 학교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가정에서는 훈육보다 대화가 우선이다. 자녀가 흡연 사실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신뢰의 관계가 중요하다. 학교 역시 흡연을 단순한 규칙 위반으로만 보지 않고, 청소년의 또래 관계와 정체성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이해하며 지도해야 한다. 청소년은 실수와 시도를 통해 배우는 존재다. 그렇기에 사회 전체가 청소년을 이해와 배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자담배 규제 법제화는 출발점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청소년들이 담배 없는 일상을 살 수 있도록 예방과 상담, 지지와 배려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이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는 규제를 넘어, 청소년에게 담배 없는 세상을 함께 선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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