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지고 있다.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주의력 저하 상태로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부는 이미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거나 상담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하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그의 저서 『불안세대』에서 이 같은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 환경”을 지목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신체 활동을 줄이며, 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특히 짧고 강한 자극을 주는 쇼츠나 릴스 영상은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들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한다. 영상 하나하나는 별것 없어 보이지만, 반복적인 소비는 사고의 질을 떨어뜨리고 감정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자기 직전까지 화면을 쳐다보는 습관은 뇌를 각성 상태로 유지시켜 숙면을 방해하고, 만성 피로와 짜증, 감정 조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SNS는 ‘비교’라는 감정적 함정을 만들어,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과 내 일상의 현실을 비교하게 되면 내가 가진 기쁨과 만족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쉽다.
진료실에 들어와서까지 눈을 스마트폰에서 떼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엄마가 아무리 그만하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심지어 화를 내며 반항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인해 부모와 아이 사이에 매일같이 전쟁이 벌어지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단순한 ‘편의 기기’가 아닌, 습관 중독 혹은 통제력 상실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스마트폰 감옥’이라는 게 있다. 투명한 아크릴 통에 스마트폰을 넣으면, 설정한 시간이 지나야만 뚜껑이 열리는 장치다. 저녁에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아이들이 스스로 스마트폰을 ‘감옥’에 넣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단순한 장치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조절력’을 체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억지로 빼앗기보다는 스스로 내려놓는 법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한 힘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자아와 뇌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분명 과도한 자극이며, 술이나 담배처럼 일정한 사회적 규제와 보호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원칙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사용하는 법’뿐 아니라, ‘단호히 내려놓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아이들과 함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용한 어둠 속에서 잠드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