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 수요일에 대구교동초등학교 3학년 3개 학반에서 수업을 했다. 주제를 찾기 전에 받아쓰기와 셈하기를 했다. 받아쓰기는 이전에 공부한 3가지 주제와 마지막 주제인 사랑이다. ①용기 ②행복 ③칭찬 ④3번까지만 받아쓰기를 하고, 4번은 주제를 찾은 다음에 적었다. 수학 문제는 ① 23×3= ② 80×4= . 아이들의 쓰기와 셈하기의 기초와 기본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아이돌 노래를 들려주니 신나게 따라하고 춤까지 추는 아이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몇 가지 퀴즈도 풀었다. ①방탄소년단은 모두 몇 명입니까? ②방탄소년단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몇 대 몇입니까? ③방탄 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은 무엇입니까? 등이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 내용을 중심으로 나를 사랑하자는 의미를 알아보았다.

다음은 한 아이가 자신에게 쓴 편지이다. “내가 나에게. 안녕? 난 너야! 매일 나의 무게를 견뎌주고 걸어줘서 참 고마워. 매일 내가 살 수 있는 것도 다 네 덕분이야. 네가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너 정말 힘들었지? 내가 참 부족하지만, 네가 도와줘서 살 수 있던 거니까. 내가 이 학교에서 행복해지고 정말 좋아.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정말 고마워.”

아이들이 편지를 쓸 때 영호도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아이들의 발표를 듣고 마지막에 영호의 편지를 읽어주었다. “영호야. 잘 지내니?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지금 뭐 하는데? 3학년 3반 수업하고 있어. 수업을 한다고? 어떤 수업을 하는데? ‘사랑’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니? 그래, 사랑하는 마을을 담아서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고 발표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 그렇구나. 영호야,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응, 쉬운 질문은 아니네. 사랑은 사랑이지. 사람이거나 물건이거나 간에 좋아하는 것, 아끼는 것, 더 잘해 주고 싶은 것 등등의 마음이 아닐까? 배가 고프지는 않니? 오늘 3학년 3시간째 수업이라 조금 배가 고프기도 해. 이번 시간 마치면 점심시간이니 괜찮아. 아침에는 몇 시에 학교에 오니? 응, 7시 전후로 학교에 도착해. 그렇게 빨리. …….”

3학년 세 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지금도 후회되는 일이 있다. 한 반에서 수업의 마무리 부분에서 영호가 갑자기 화를 냈다. 한 아이가 조금 거친 말을 한 것을 참지 못하고, 여러 아이들 앞에서 꾸중을 했다. 쉬는 시간에 교장실에 같이 내려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학기보다 잘 하고 있다고,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의 거친 말 한 마디에 화를 낸 영호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아이는 2019년 4월 24일 수요일에 용기라는 첫 주제로 수업을 할 때부터 제멋대로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말썽을 피우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세 명이나 되었다. 영호는 그 세 명을 삼총사라고 불렀다. 평소 담임선생님의 수업에서도 제멋대로였다. 이 세 명의 아이 중에서 두 명의 부모와 상담을 했다. 교장, 교감, 담임, 학부모, 아이는 필요에 따라서 잠깐 참석을 하기도 했다. 한 명은 두 번이나 상담을 했다.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학교에서 모르는 아이의 가정생활도 자세하게 들었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혔다. 삼총사는 교무실과 교장실에도 아주 많이 드나들었다. 마음이 힘들고 공부가 어려울 때는 언제나 열려 있는 교무실과 교장실이었다. 담임선생님과 협의해서 삼총사 학반에서 수업 참관도 했다. 삼총사가 3학년을 마무리 할 때에는 처음과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삼총사를 보아하니의 선입관에서 겪어보니의 시간을 가지니 참 괜찮은 아이들이었다. 괄목상대라고 해도 좋을 변화였다.

‘보아하니’는 ‘겉으로 보아서 짐작하건데’라는 뜻의 부사이다. 겉으로 보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의 일부분만 보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겉하고는 전혀 다른 감춰진 내면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겉과 속이 같은 수도 있다. 우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보아하니는 직관이기도 하다. 직관이 맞을 수도 있지만, 내면의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아하니’로 사람이나 사물을 판단하기 보다는 ‘겪어보니’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보아하니로는 무뚝뚝하고 쌀쌀맞지만, 겪어보면 볼수록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보아하니로는 아주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지만, 겪어보니 보아하니 하고는 전혀 딴판인 사람도 있다.

보아하니는 짧은 시간이다. 겪어보니는 제법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 기다림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믿음의 시간이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 우리 삼총사를 응원한다.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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