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 저 나무 참 잘 자라네?”
“형님, 자귀나무 말인가요?”
“그래, 부부 금실을 상징한다는 나무 아닌가?”
“형님, 잘 알고 계시네요.”
“그냥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나저나 언제 심었는데 저렇게 자랐지?”
“2021년 가을에 심었지요.”

고향마을의 이장님이기도 한 이성규 형님과 화양연화 농장에서 쉴 틈에 주고받은 이야기이다. 이장님의 포도밭은 화양연화 농장과 농로와 수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장님은 아포 인근에서 포도 농사로 명성이 높은 분이다. 농사일만 해도 바쁜데 마을의 이장 업무도 잘하고 있어서 이웃 동네까지 칭찬이 자자하다. 사이참 시간이면 화양연화 농장이나 이장님 농장을 오가면서 커피를 마시거나 가지차를 마시면서 일상을 주고받는다.

자귀나무는 추석을 앞둔 2021년 9월 12일 일요일에 심었다. 동생과 함께 20여 기의 산소 벌초를 하다가 산소 가장자리에 자생한 연필 굵기의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자귀나무를 발견했다. 벌초가 바빴으면 예초기로 베었을 것인데 마지막 벌초라 여유가 있어서 예초기를 끄고 산삼을 캐듯이 자귀나무를 캤다. 뿌리도 약하고 옮겨심어서 살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신줏단지 모시듯 자귀나무를 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양연화 농장의 입구에다 옮겨심었다. 첫 해 겨울에는 얼지 않도록 보온에도 신경을 썼다. 퇴비와 물도 때를 놓치지 않고 충분히 주었다.

자귀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2023년에는 영호의 키만큼 자랐고 가지도 사방팔방으로 펼쳤다. 좀 더 건강한 나무로 키우기 위해서 잎이 떨어지고 난 다음에 가지는 한 뼘 정도만 남기고 모두 잘랐다. 2024년에는 더 크고 굵게 자랐다. 자른 가지에서 너 많은 가지가 나왔다. 긴 가지는 5미터 남짓 자라서 시원한 그늘도 생겼다. 자귀나무가 한 방향으로 기우는 것 같아서 굵은 줄로 당겨서 고정을 하니 곧게 자랐다. 2024년 가을에도 가지를 자랐다. 2025년에는 밑동의 굵기가 35센티미터 이상이 되고 키는 3미터 정도가 되었다. 가지는 수십 개가 사방팔방으로 뻗었으면 사이사이에 연분홍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화양연화 농장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입에 올리는 것이 자귀나무이다.

자귀나무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며 꽃말은 환희, 가슴이 두근거림이다. 이런 까닭에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자귀나무를?마당에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에서도 화분에 자귀나무를 키우기도 한다. 자귀나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이라는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자귀나무는 경상도 산골의 방언으로 짜구(작두)나무라고 불렀고, 나무 잎사귀는 빗살무늬로 끝이 뾰족하다. 농촌에서 소 한 마리가 총각에게는 결혼 밑천이던 시절에 남자 아이들이 소 풀을 베어다 소를 살찌우게 하는 소먹이로 작두나무가 인기여서 소쌀나무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2022년 7월 25일에 제주도에서 장례 절차 중에 상여가 나가기 전날을 일컫는 일포에 장봉철 교감 선생님의 부친 문상을 하였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라는 별칭을 가진 1131번 지방도를, 버스를 타고 서귀포시로 가는 길 양쪽의 곳곳에 자귀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상여를 장식하는 화려한 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본 자귀나무 최대 군락지였다. 언젠가부터 화양연화 농장을 오가면서 자귀나무부터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이른 아침이면 잎이 열리고 밤에는 잎이 닫히는 오묘함에 빠져들었다. 처음 자귀나무를 옮겨심을 때는 별 뜻이 없었다. 자귀나무의 유래를 알고부터는 화양연화 농장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사이좋게 지내고 늘 화양연화이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2023년 8월 31일에 정년퇴직한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의 운동장에서 보이는 아파트에 커다란 자귀나무가 있다. 30년을 훨씬 지난 자귀나무의 불꽃 모양의 꽃은 멀리서 보아도 더운 여름을 잊게 하는 화려함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를 방문해 보았지만, 자귀나무는 보지 못했다. 교목이 아니더라도 학교에 한두 그루라도 자귀나무를 심어서 나무의 유래와 같이 모든 교육가족이 화목한 일상이기를 소망한다.

 
 
(전) 대구교대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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