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현충일이 6월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6월에 우리 역사상 가장 크고 참혹했던 동족끼리의 전쟁인 6.25 한국전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6.25 전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그 고통을 절대 잊지 말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6월에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는 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을 두고 6.25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제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6.25 전쟁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6.25는 꼭 제대로 알고 기억해야 할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 중 하나입니다. 1945년 일제는 미국의 원자폭탄 두 방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우리는 8.15 광복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완전한 독립이 아니었고 오직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전쟁에 승리하여 얻은 광복이었기에 우리나라는 독립국이 되지 못합니다. 결국 일본군을 무장해제한다는 명목으로 한반도에 38도선을 그어 남북으로 나누고, 북쪽에 소비에트연방, 남쪽에 미국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후로 수많은 진통과 참혹한 제주 4.3의 비극을 겪으며 결국 1948년 우리나라는 완전한 통일이 아닌 임시로 남북이 나뉜 나라에서 북한과 남한이 따로 정부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1950년, 한반도를 전부 집어삼킬 속셈으로 북한은 평화로운 6월 25일 일요일 새벽에 선전 포고도 없이 남한을 불법 침략했고 아무런 대비가 안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전멸 위기에 몰립니다. 북한군은 소련이 지원한 최신예 전차와 성능이 뛰어난 소위 ‘따발총’을 앞세우고 들이미는데 대한민국에는 전차 한 대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쇳덩이 탱크에 속수무책이 되니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에 군인들은 몸을 던졌습니다. 한 몸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던져 어떻게 잠시라도 탱크의 진군을 막겠다는 너무 비통하고 절실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게 희생된 호국영령들의 힘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밀고 들어오는 수백 수천대의 탱크 중에 겨우 한 두대 멈춰서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닙니다. 우리가 대승으로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도 사실은 그렇게 하나둘씩 부수고 멈추며 겨우 이겨낸 것입니다. 전쟁은 그렇게 단순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폭탄을 안고 탱크 앞으로 뛰어드는 군인들이 있어서 탱크의 돌진을 늦춘 것이 맞습니다. 한두 대라도 멈춰야 그 뒤를 따르는 전차들이 잠시라도 허둥지둥하고 방향을 돌리며 일분 일초라도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연합군이 뛰어들었고, 북한군에 밀리다가 낙동강에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죽음으로 버텼습니다. 대구 근교의 치열한 전투 끝에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한방에 역전시켰습니다. 의기양양하게 평양을 점령하고 백두산을 코앞에 두며 모두가 승리에 들떴는데 다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후퇴하고 전쟁이 고착화되어 결국 나라가 이렇게 두동강이 났습니다. 이 기간이 3년이었고 그동안 셀 수도 없는 젊은 목숨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라졌습니다. 그분들의 목숨으로 휴전을 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북한 정권에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북한처럼 식량을 배급받고 절대 빈곤에 허덕이며 독재자의 그늘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나라가 있습니다. 상상도 안 되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막아준 것이 호국영령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당연히 민주주의 수호자이면서 한없이 고맙고 존경스러운 우리의 자랑입니다.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서 쉽게 목숨을 내놓겠습니까. 도저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기어이 그렇게 해낸 것입니다. 그러니까 호국보훈이 그냥 지나치는 말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일전에 미국에서 6.25 참전 미군 용사들을 만났을 때 한반도 마크를 보여주면서 머나면 이국 땅에서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눈물로 그리워하면서도 참전이 자랑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잃지 않았어야 할 목숨을 잃기도 하고 다치기도 했는데도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호국보훈입니다.
현충일에 조기를 달고, 6.25가 가까워오면 한번 더 그날을 기억하고 그런 행동들이 널리 퍼져나갈 때 우리는 후손으로서 호국영령 용사들에게 겨우 보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도 안 한다면 정말 예의 없는 사람입니다. 일제 시대에도, 6.25 전쟁에도 더 앞서서는 임진왜란에도, 몽골의 침입을 막아낸 고려 시대에도 이름 없는 사람들이 불꽃으로 타오르며 지킨 나라입니다. 지금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휴전선에서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를 위험에 목숨을 걸고 밤낮을 쉬지 않고 지키고 있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맘 편히 잘 수 있고 서울 하늘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상을 안 해도 되는 것입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