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 모두가 정해진 시간에 도달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을 때였다. 도로 한복판에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주위를 살폈다. 40대 중반 즈음으로 보이는 남성 운전자가 도로 위에 있는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서 인도로 올려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멈춤의 미덕이 떠올랐다.

현대 사회는 속도를 미덕으로 여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는 속도의 굴레 속에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다. 출근길의 정체처럼, 우리의 일상도 수많은 의무와 일정에 막혀 숨 막히지만,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멈추는 순간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과 타인의 불편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오히려 용기 있게 멈춰 섰을 때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 그 운전자가 잠시 멈추지 않았다면, 아기 고양이는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그는 잠시 멈춤으로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품격을 드높이는 의미를 찾았다.

우리의 삶에서 성찰은 종종 멈춤에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문득 멈춰 서서 내면을 들여다볼 때, 혹은 바쁜 일과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도움이 필요한 동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때, 비로소 진정한 연결과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일컬어 ‘분초 사회’라고 한다. 1분 1초를 아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우리를 짓누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멈추지 못하고 지나쳐 버림으로써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바쁜 일정 속에서 가족과 제대로 된 대화 없이 하루를 마감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고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멈춤의 가치를 잊고 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도로 위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는 운전자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 과연 빨리 도착하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일까?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성과와 효율성에 가치를 두지만, 그 운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감과 생명의 존엄성을 택했다. 이러한 용기 있는 멈춤은 단지 미덕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조직과 사회 전체의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질주하는 대신, 약자를 위해 멈춰 서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잠시 희생하는 사람들의 존재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나는 운전자의 멈춤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공감과 인간애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느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는 무모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세상의 속도에 무작정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주체적인 삶의 선언이다. 우리가 용기 있게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 설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물질적인 성취를 넘어선 더 깊고 아름다운 가치들로 채워질 것이다.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 교사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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