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먹는 것과 자는 것입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여행을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편, 숙소, 그리고 식사입니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면 거의 제일 먼저 할 일은 무언가를 먹는 것입니다. 그만큼 여행과 관광에서 식사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막상 외국의 식당에 들어가려면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소한 나라의 생소한 음식이 대부분인데다 우선 가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식당 앞에 메뉴와 가격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대충이라도 가격을 알아야 이용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정확한 가격을 식당 문 앞에 표기하면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가격을 보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훨씬 적어집니다. 최소한 가격을 알아야 결정에 참고를 할 수 있지요. 가격은 정해진 여행 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교통, 숙박 등은 이미 가격이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의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쉽게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먹는 것입니다. 비싼 거 안 먹고 싼 거 먹는 건 누구나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식당의 가격 표시는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사진까지 같이 있으면 음식이 생소한 외국인에겐 더더욱 금상첨화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의 음식점에 사진과 가격이 정확히 표시된 곳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메뉴와 가격표는 식당 안에 있습니다. 그러면 여행객은 식당 안에 들어가야 메뉴를 볼 수 있으니 만일 음식이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들어갔다가 그냥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냥 나오기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식탁에 앉았고 주문을 예정해서 대부분 물도 갖다 줬는데 안 먹고 다시 일어서서 나오는 것은 사실 마음에 걸리고 괜히 눈치도 보이고 불편합니다. 그러면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들어와 앉았으니 대부분 주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속으로는 생각하지요, 여기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중에는 그런 불편함과 불확실함을 피하기 위해 아예 현지 음식점 자체를 피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음식을 파는 대형 프렌차이즈 햄버거집 같은 곳에 가게 되죠. 현지의 맛을 보는 자체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어디서나 통일된 시스템을 가진 식당이 반사이익을 얻습니다.

메뉴와 가격이 식당 밖에 표시되어 있으면 이런 일이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일본, 대만 등 관광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세계인이 찾는 관광 대국에는 이런 가격 표시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주민들이 사는 동네 어디를 가도 웬만한 메뉴와 가격이 식당 앞에서 보이니까 결정에 부담이 없습니다. 일본은 식당 뿐만 아니라 편의점, 주차장, 노래방 등 거의 모든 가게에 가격을 대문짝만하게 써붙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실 안 그렇습니다. 몇 개 상품의 가격만 있거나 열심히 찾아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한국인이면 물가를 대략 알고 있으니 가격 표시가 없어도 별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물가를 모르는데다 생소한 상품들인데 가격이 있고 없고가 천지차이입니다. 가격을 모르면 지레 포기를 할 수도 있지만 가격을 알면 예산을 고려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보아도 가격 표시 하나가 판매를 좌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명 관광지에도 그런 식당이 잘 없지만 집 근처에서도 가격 표시가 있는 가게를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당장 가까운 식당 앞에 가격 표시 있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유명한 디저트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맛집이라고 소문나고 줄을 서는 유명한 곳도 비슷합니다. 반드시 들어가서 가격표를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물가를 전혀 모르고 말도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그곳에 들어가기가 쉬울까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해보면 충분히 그럴 것 같습니다. 가게 앞에 제품의 사진과 가격이 있으면 설명이야 자국어로 해놓더라도 사진과 가격의 숫자는 만국공통어입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합니다. 구입하려고 마음먹는 제품의 모양과 가격을 아는 것만으로도 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일본에서 먹음직스러운 장어덮밥을 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옆에 있는 값싼 라멘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값비싼 장어덮밥을 팔아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라멘이라도 팔아주며 외화를 사용했지 않습니까? 편의점 컵라면보다는 비쌌으니까 소비를 더 한 것도 맞습니다. 오직 가격 표시 덕분입니다.

우리도 점차 관광 대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를 뒤흔든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부산, 제주 등 수많은 관광지 식당 대부분은 여전히 가격 표시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바가지 우려가 생기고 불안함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정확한 가격 표시를 하고 판매하는 곳은 사실 주유소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유소는 관광에 큰 관련이 없습니다. 식당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제 메뉴 표시가 어려우면 대표 메뉴 몇 개라도, 단 한 개라도 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옥외 가격 표시제의 실천, 이 작은 노력이 우리나라를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씩 바꿔나가야 합니다. 가까운 이웃 나라는 다 실천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못하고 있어야 하나요? 눈앞에 보이는 외화 획득 기회를 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이왕이면 옥외 가격 표시가 된 업소에 더 많이 가는 소비자의 변화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집은 밖에 가격 표시 되어있네. 여기 가자.”

 
 
대구월배초등학교 교사 김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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