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방학입니다. 7월은 방학의 시작, 초중고를 막론하고 일단 7월은 방학이 있습니다. 장마도 끝나고 본격 여름의 시작으로 너무 더워 학교에 오는 것이 더 안 좋겠다, 그냥 집에 있는 게 낫겠다, 그게 여름방학의 본질입니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방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여름방학이 더 깁니다. 그만큼 더위는 힘들다는 거겠죠.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방학은 한여름 농번기로 온국민의 농사일이 바쁘니까 학생도 더운 여름에 어차피 공부도 집중 안되니까 잠깐 쉬고 농사일을 거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농사일을 거드는 일이 거의 없는 요즘도 방학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방학이 있습니다. 방학을 기준으로 학기를 나누어 1년을 2개 학기로 살아가는 학교의 기본 시스템은 세계가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방학은 중요합니다. 일단 학교에 안 오는 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학기를 확실히 끝내고 다음 학기를 시작한다는 느낌도 가지고. 그리고 온국민의 휴가인 ‘7말 8초’도 함께 즐겨줘야지요. 요즈음은 굳이 휴가를 여름에 안 가고 사시사철 중 사람 없을 때 조용히 가는 경우도 많지만, 여름이 아니면 바닷물에 뛰어들기는 또 어려우니까 여름엔 바다나 워터파크를 한번씩 가 주기 위해서 휴가가 있어야 합니다. 여름이라서 물놀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려면 당연히 방학이 필요하지요.
방학 하면 또 떠오르는 것으로 생활계획표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성실하고 부지런한 일과를 계획하는데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지요. 그래서 그냥 지키지도 못할 것 대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자세히 보면 또 숨은 무언가가 있어요. 그것을 찾아낸 학생이 있습니다.
생활 계획표
생활 계획표를 만든다 / 방학 때마다 한다 / 이제 귀찮다 / 지키지도 않을 건데...
10시 꿈나라 / 7시에 일어나고 / 공부, 자유시간, 숙제, 자전거 타기... / 만들다 보니 / 조금만 신경 쓰면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생활 계획표 / 지킬 수 있는 거였구나
몇 년 전에 우리 반 학생이 쓴 이 시는 어떤 대회에서 입상을 했습니다. 방학 때마다 만드는 생활 계획표가 지키지도 않을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만 신경 쓰면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깨닫고 촘촘한 계획을 세워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입니다. 생활 계획표 만들 때 대충 하려다가도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한 ‘어? 이거 잘하면 지킬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 거기서 결국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는 깨달음과 반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나옵니다. 그래서 입상이 된 것입니다. 재미있지만 참 쉽고 단순한 시도이지요. 그러니까 누구든지 스스로 만든 계획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방학을 보낼 수 있겠네요.
방학이 되어도 대부분의 학원 등 사교육은 똑같이 이어질 것이고 학생들의 생활도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마 늦잠은 좀 잘 수 있겠지요. 올여름 정말 무시무시하게 더울 거라서 많은 가정에서는 밤마다 에어컨 있는 거실에 모여 마치 캠핑 온 것처럼 온가족이 함께 잠자리에 드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방방마다 에어컨이 다 있는 집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창문형 에어컨을 사용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궁여지책이 있지만 잠 못드는 열대야의 가장 대중적인 해결책은 거실 에어컨 앞에 모이는 것입니다. 오락가락하는 온도에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 켰다 껐다 하면서 제대로 잠도 못잘 거고, 또 모기는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겠습니까. 그런 여름밤을 지나고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간다면 너무 힘들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모두가 축축 쳐지는 여름에는 밤잠을 설치는 만큼 늦잠을 잘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신나는 방학입니다. 자나깨나 물조심, 상한 것 먹지 말고, 찬 것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반바지 잠옷에 배 덮고 자면서 건강하게 기후위기의 한여름을 또 넘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