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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대구예술발전소 서성훈展…각기 다른 순간의 축적

기사전송 2018-01-08, 2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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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강도 다른 석고 겹쳐
즉흥적 감정 실시간 기록
서성훈_단단한 색
서성훈 작 ‘단단한 색’.


부지불식간이었다. 소음이 서성훈의 의식을 건드린 것은. 망설임 없이 소음을 시청각화 하는 작품을 영상과 설치로 구현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왜 소음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 작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데 희미하게 반야월이 스쳤다. 반야월은 그가 태어나 자라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K2 공군기지에 인접해 있어 그는 평생 전투기 소음을 들으며 살고 있다. 그제야 ‘소음’에 대한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작품의 제목을 ‘반야월’이라고 썼다. 그리고 한동안 반야월 연작을 했다.

“태어나 지금까지 전투기 소음을 들으며 살았다. 어떤 형태로든 의식 밑바닥에 소음에 대한 감정이 있었던 것이다.”

짐작하듯 서성훈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대개 작품의 동기가 먼저고, 그와 연동된 작품 제작으로 순서가 이어지는데, 서성훈은 작품을 먼저 하고 동기나 메시지를 소급해서 찾는다. 이러한 작업방식에는 하나의 명징한 개념이 돌출된다. 즉흥성이다.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감성을 작업한다. 작업을 했다는 것은 좋든 나쁘든 내가 매력을 느꼈다는 것인데, 완성한 작품을 보면서 거꾸로 매력점을 찾고 메시지를 드러낸다. 마치 검산하듯 역추적 해 작품을 해부하는 것이다.”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은 시간성과 기록성이다.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를 실황 생중계하듯 영상으로 구현한 ‘반야월 4.0 LIVE’은 시간성과 기록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시작한 대구예술발전소 7기 입주작가 개인전 발표작 ‘단단한 색’ 역시 이 두 개념을 시각화했다.

장르는 조각이다. 석고를 염색해서 직조 형태로 만든 입체조각이다. 돌에서 석고로 물성을 바꿔 소개하는 첫 작업이다. 작업 방식은 간단하다. 석고에 물감을 짜서 염색한 석고반죽을 만든다. 염색 후에 손으로 긁거나 빚어 형태를 완성한다. 이때 형태는 구상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형태 대신 밝은 색과 부드러운 재질의 석고가 주는 촉각을 강조하기 위한 나름의 해석법이다.

“석고 이전에는 염색한 돌로 조각을 했다. 돌의 특성상 형태를 만들기 위해 깎아야 하는데 이때 돌의 본질적인 형태를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것을 보완한 새로운 물성이 석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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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훈


2층 전시장에 소개되는 작품 ‘단단한 색’에는 시간성이 도드라진다. 굳기의 정도가 다른 각각의 석고를 하나의 형상에 직조하듯 짜 맞춰 다양한 시간성을 수렴한다. “물감을 섞은 직후의 무른 상태에서는 물감처럼 석고를 바르고 이것이 굳으면 굳기가 더 강한 석고를 이어 붙인다. 시간적으로 더 오래된 것이 앞으로 나오기도 한다. 다양한 시간성이 무의식적인 행위 속으로 포섭되는 것이다.”

1층에 전시된 또 다른 ‘단단한 색’은 물성의 다변화에 재미를 붙여가는 과정에서 만난 작품이다. 이전 작품인 돌조각을 찍은 사진을 천에 프린트해 복싱의 샌드백이나 농구 골대를 재현했다. 사실 이번 전시작 ‘단단한 색’은 역설에 해당된다. 단단함으로 대변되는 조각을 부드러운 석고나 천으로 부드럽게 표현하는 동시에 단단하다는 인식을 함께 전달하는 일종의 이중 장치다.

“돌에서 벗어나 이미지나 촉감 만으로 조각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실 조소과 출신이어서 서양화 전공자에 비해 물성에 있어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는 계속 진행된다.” 정윤선과 함께하는 함께 하는 대구예술발전소 7기 입주작가 서성훈 개인전은 14일까지. 053-430-122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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