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캐나다로…이민자의 정체성 찾기
한국에서 캐나다로…이민자의 정체성 찾기
  • 대구신문
  • 승인 2018.01.23 21: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스페이스 펄, 지니 유展

회화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나는 회화다’ 결론 이끌어 내
DSC_3278 - 복사본
지니 유


한국계 캐나다 작가 지니 유(Jinny Yu)는 디아스포라(Diaspora·흩어진 사람들)다. 서울에서 태어나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이민자다. 그래서인지 한국어가 미숙해 인터뷰가 원활할지 걱정이라는 우려의 말로 첫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한국어는 유창했고, 간간이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영어를 섞었다.

“10대 초반에 캐나다로 이민가서 대학까지 그곳에서 공부해서 한국말이 좀 서툴러요.(웃음)”

지니 유 초대전이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영상 3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대구에 온 작가는 “이민자여서 그럴까요? 늘 제가 누구인지 질문을 하게 됐죠. 제 작품들은 그런 측면에서 저를 찾아가는 ‘자화상’이죠”라며 싱긋 웃었다.

지니 유의 예술적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다. 이민자인 특성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누구보다 강했을 터. 이번 전시작인 ‘Number 37’에는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캐나다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속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런 측면에서 일종의 자화상이다.

‘Number 37’의 주재료는 알루미늄 판과 먹물이 담긴 분사기다. 벽처럼 세워진 알루미늄 판에 먹물을 분사하면 먹물방울들이 판에 달라붙는다. 이 물방울들은 각각의 개체성을 확보한다. 분사가 반복되면 물방울은 무게가 실리고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다수 속 소수자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삶이 오롯이 투영됐다. 그 긴장감이 영상에 담겼다.

DSC_3264
회화를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지니 유의 전시가 26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물방울은 이민자로 차별받으면서 그 사회에서 버티려는 제 모습이에요.”

초기에는 추상회화를 추구했다. 그러다 독일 베를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돌아와 회화에 대한 개념이 확장됐다. 캔버스가 아니어도 세상을 반사하는 재료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그 단초가 알루미늄과 먹물이었다.

당시 그녀의 질문은 ‘회화란 무엇인가’였다. 회화가 ‘그림’이라는 뜻 외에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 아래 회화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알루미늄과 먹물 분사가 시도됐다.

하지만 사유가 깊어지자 복병이 나타났다. ‘회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그것은 필연적인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회화를 그리고 있는 자신이 누구인지 회화 이전에 먼저 알아야 했죠. 그래야 저만의 회화가 가능했기 때문이죠.” 결국 그 두 질문은 ‘나는 회화다’로 압축됐다.

사실 ‘나는 누구인가’는 인간이면 한 번쯤은 던지는 질문이다. 그녀가 이민자로써 다수와 소수의 관계에 노출됐다면, 보편 인간은 주류와 비주류라는 보다 큰 프레임에 노출된다. 이때 남과 구분짓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게되는 것이다. 그녀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격의 이야기를 했다.

“모국에 있던 타국에 살던 어디에나 차별은 존재한다. 차별없는 세상은 없다. 그때 우리가 할 일은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그래야 삶이 덜 힘들고 풍요롭다. 내 작업의 핵심도 그런 것이다.”

캐나다 오타와대 회화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의 전시는 26일까지. 053-651-69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