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온 에로티시즘 거장 클림트 드로잉
대구 온 에로티시즘 거장 클림트 드로잉
  • 대구신문
  • 승인 2018.01.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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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갤러리 ‘은밀하게 위대하게’展

1700년대 목판화로 만든 日춘화

뉴욕이 주목하는 이근민 드로잉

도덕적 속박받지 않는 작품 선봬

국내외네트워크 통해 작가 발굴

1년에 기획전 5~6회 진행 계획
Gustav Klimt-연필
클림트 작 ‘Reclining semi-nude to the right, study for the ’bride‘(누워있는 신부)’


에로티시즘이 전시장을 점령했다.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일본 우키요에 화가들의 춘화가 전시장에 버젓이 걸렸다. 에로티시즘과 불가분의 관계처럼 붙여 다녔다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농염한 여성의 누드 드로잉도 다섯 점 걸렸다. 최근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젊은 작가인 이근민의 벌거벗은 인간도 등장한다. 을(EUL)갤러리의 개관전 소개작들이다.

에로티시즘을 녹여낸 이번 전시는 미술과 음란함의 경계를 가볍게 허문다는 측면에서 아트 파탈(Art Fatale)이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신생 갤러리의 개관전 구성으로는 파격이다. 전시 제목도 작품의 성격에 맞춰 ‘은밀하게, 위대하게(Secretly, Greatly)’로 정했다. ‘은밀함’을 ‘위대함’과 짝지은 이유야 많겠지만, 그 중에서 은밀함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이며, 본능은 본질과도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에로티시즘을 위대함과 동일시한 것은 아닐까?

전시작인 일본춘화는 1700년대 목판화다. 단순히 외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대미술과 접목된다. 색채와 구도, 사실성과 상상력 등 조형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일본 에이세이 분코 박물관, 독일 무흐하임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서 춘화 전시를 선보이며 단순 포르노가 아닌 당대의 풍속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노골적인 에로티시즘과 단면적인 인체묘사에서 일본 춘화의 영향을 받은 클림트는 20세기 초 만해도 정부와 대중들로부터 노골적인 변태적 취향의 화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예술과 에로티시즘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화가로 손꼽힌다.

이근민은 오랫동안 앓았던 해리성 장애와 병중에 겪었던 환각과 환청의 이미지를 다룬다. 그에게 작업 과정은 현실과 비현실, 병듦과 건강 그리고 유무를 나누는 이기적인 인간의 폭력에 대한 저항이자 위로이며, 동시에 예술적 승화 과정이다.

클림트, 일본춘화, 이근민. 활동한 시대도, 태어난 지역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 공히 시대를 풍미하는 하나의 거대기조와 도덕적 속박에 구애되지 않는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현하며 우리 세계의 특수한 장면을 포착해 내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는 가치를 공유한다. 이 점은 향후 을갤러리 전시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개관전 개막식에서 만난 김을수 을갤러리 대표는 “을갤러리는 현대미술에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개관전이 그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은밀하게위대하게
을갤러리 개관전 ‘은밀하게, 위대하게’전 전시장 전경.


김 대표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젊은 시절 작품 활동을 했다. 사업에 전념하면서 작업 대신 콜렉터로 작가들과 소통하며 미술과 인연을 이어오다, 최근 공간을 마련하고 갤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대구 남구 이천동 고미술거리에 한옥 두 채를 사서 한 채는 전시장겸 사무실로 리노베이션 하고, 또 다른 한 채는 아예 허물고 전시장으로 신축했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위해 전시장을 지을 때 층고와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썼죠.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공간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전시는 기획전으로 1년에 5~6번 정도 진행한다. 초대작가는 대구에 제한하기보다 전국적인 차원으로 열어 놓는다. 작품 완성도가 성숙된 중견작가와 독특한 작업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가 대상이다.

일단 개관전의 작품 구성에 힘이 실렸다. 일본 춘화나 클림트의 에로티시즘은 국내에서도 만나기 힘든 원화들이다. 일본 춘화는 뉴욕에서, 클림트의 작품은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했다. 물론 이근민 작품도 원화다. 신생 갤러리지만 작품 구성력이 만만찮다는 것.

“해외 네트웍도 구축돼 있고, 국내도 좋은 작가를 발굴할 계획이에요. 신생 갤러리지만 중견 갤러리 못지않은 전문성에 포커스를 맞출 것입니다.” 053-474-488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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