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긴 두부 두 모를 기쁨으로 삼던 추분이나
북어 한 쾌를 끓이던 상강(霜降)의 때,
아니면 구운 고등어 한 손에 찬밥을 먹던
중양절(重陽節) 늦은 저녁이었겠지.
당신과 나는 문 앞에서
먼 곳을 돌아온 끝을 바라본다.
물이 흐르는데
물은 제 흐름을 미처 알지 못하고,
정말 가망이 없었을까?
작별의 날이 세 번씩이나
왔다 가고,
마음은 철없는 손님으로 와서
가난을 굶기니 호시절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고
또 다시 내일의 어제일 것이니,
오늘은 당신과 나에게도
큰 찰나!
잿빛 달 표면 같은 마음으로
기쁨이 날개를 활짝,
◇장석주=시집 <햇빛사냥><완전주의자의 꿈>
<그리운 나라><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감상> 우리는 항상 지나고 나면 그때의 힘든 삶들은 모두 잊혀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나고 난 시절은 좋은 시절로 기억이 된다. 오늘 감당해야 할 삶의 고단함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은 철없는 손님으로 와서 가난을 굶기니 호시절이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나 또한 비록 가난했지만 온 가족이 감자하나 나눠 먹는데도 행복한 웃음 지을 수 있었던 지난날들, 소박한 꿈을 꾸며 작은 일에도 성취감을 느꼈던 지난들이 진정 나의 호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