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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긴 ‘채용비리 규명’

기사전송 2018-03-13, 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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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특혜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그저께 전격 사임했다. 금융기관의 채용 비리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의 최고 책임자가 자신이 채용 비리 의혹에 취임 6개월 만에 사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고위직 기관장이 불명예 퇴진한 건 처음이다. 결국 정부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됐다. 여당 거물급 정치인의 성폭력 범죄 연루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위상에 또 한 번 흠집을 남기게 됐다.

최원장은 지난 2013년 그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했을 때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의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최 원장은 지인의 아들 이름을 은행 측에 건네주었으며 당사자는 합격 점수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추천은 했지만 압력을 가하거나 채용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말도 안 되는 어린애가 들어도 웃을 해명이다.

더욱이 최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던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금감원이 독립적인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금감원장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 자신의 직원들로 구성한 검사단을 만들어 조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옳은 조사가 될 리는 만무하다. 추천을 했지만 영향력들 행사하지 않았다는 변명과 흡사해 어린애가 한 번 더 웃을 변명이다. 새 정부 고위인사의 도덕적 불감증을 적시하는 예이다.

우리는 최근의 미투 운동에서도 최 원장의 변명과 비슷한 변명을 다반사로 목격하고 있다. 연극인 이윤택씨의 경우 얼굴의 표정 등을 관리하는 예행연습까지 하면서 사과 회견을 준비했다. 시인 고은씨는 국내 언론에는 한 마디 해명도 않다가 외신을 통해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낮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밤에는 성폭행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성폭행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국민이 새 정부에 가장 기대한 것이 ‘정직’이고 ‘도덕성’이다. 새 정부가 관행이 되다시피 한 과거의 비리나 부정을 적폐로 규정해 이를 청산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은 박수를 쳤다. 그런데 뜻밖으로 자기 쪽 인사의 비리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전에는 그렇게 성추행을 비난했던 여당도 성추행 의혹을 받는 민병두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남이 하면 범죄지만 자신이 하면 괜찮다는 식의 도덕불감증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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