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외진 길에 의자 하나 놓여 있다
엉덩이 걸터앉자 피돌기가 시작되는지
물무늬 나뭇결 따라 온기가 살아난다.
물을 자아올리는 뿌리의 기억 따라
팽팽한 물길 당겨 상류로 올라가니
저만치 옹이로 아문 옛 상처도 박혔다
살아온 한 생애가 이리도 따뜻했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흠뻑 적시는 푸른 온기
얼마쯤 자아올리면 이런 의자 하나 될까
◇서태수=시조시인, 수필가
시조문학 천료,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낙동강 연작시집 5권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감상> 곤고한 인생살이에 잠시 휴식을 제공하는 길가 통나무의자에서 ‘나무와 강과 사람’으로 겹쳐지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생성시키는 시조작품이다.
먼저 나이테에서 물결무늬를 비유하여 나무의 성장 과정을 유추한다. 굵은 나무로 자라기까지의 신산했던 옛 상처를 더듬고, 푸른 온기로 베풀었던 따뜻한 삶의 이력을 건져낸다. 동시에 나무는 곧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로 치환된다. 서정과 어울리는 시조 4음보의 잔잔한 율격미가 시정을 더욱 따뜻하게 한다.잎이 다 지는 이 계절에 이런 의자기 되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을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지녀보는 것도 아름다운 한해의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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