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을 땅속에 묻고 /끈질기게 파닥이는 밤의 보챔을 /받아 들인다 /밤은 침묵의 가시를 쓴 채 /달콤한 어휘로 긍정을 캐내고 있다
봄은 교만으로 세상을 뒤 엎으려 하고 /나는 아직 봄꽃에 기대어 /물관부가 통곡하는 조국을 느끼려 하지만 /망각의 깃털을 부양 시키는 /깊은 밤 그을음의 광란에 /까맣게 소각되어 흩어지고 만다
깊어져야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긍정 속에 파묻힌 시퍼런 거짓들 /순수를 치장한 악녀가 /커튼 뒤에서 울먹이고 있고 /정의의 칼을 든 대장부가 /악녀의 순수를 갈취하고 있다
지는 해 만큼 핼쓱해 지는 그리움은 /버리고픈 나이만큼 바래어야 하는가 /숲의 풀 비린내와 /갓 잡아 올린 쏘가리의 비린내를 /멀리할 수도 없고 /선술집 단골메뉴인 꽁치의 한탄을 /밀어 내지도 못 한다
술잔에 커피가 담겨도 /커피에 눈물이 뒤 섞여도 /이성을 초월한 변명 한마디는 /오늘도 비명으로 찢어져 /귀를 쓸고 있다
사람은 떠나는데 사랑은 왜 남는가
◇김정숙
부산문인협회 월간문학도시 편집차장 역임
부산광역시 음악 교육협의회장 역임
<해설> 시란 무엇인가? 작품 ‘늙은 시인의 독백’은 작가의 깊은 고뇌가 문장 곳곳에 배어 있는 작품이다, 때로는 쉽게 버리고 갈 문장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펜이 칼보다 무서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온갖 기교들이 난무하고 정의는 위선에 가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시인의 비판적인 작태가 독자의 심금을 파고드는 것은 글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재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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