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도 곱게 아물면 예술이 되는구나
바람물결 일렁이는 당산목 거친 몸피
겹겹이 제 살을 저며 추상화 한 점 새겼다
여울목 마디마다 세월의 옹이가 맺혀
살점이 패인 둠벙, 혹으로 솟은 둔덕
굽은 등 처진 어깨에 뭉개진 손등 발등
잎잎이 뒤척이며 속울음 삼킨 밤을
푸른 피 버물려서 목각으로 굳은 상징(象徵)
굵다란 속가지들은 휜 등골 뜻을 알까
저 흉터 뒤집어보면 속살은 또 성할까
오래 살다보니 나무도 강을 닮는지
파도를 칭칭 휘감아 허연 물길로 굽었다
◇서태수 = 경남 김해 출신
낙동강문학상, 청백리문학상 등 수상
부산강서문인협회, 부산시조문학회장 역임
시집 <물길 흘러 아리랑> <강, 물이 되다>
수필집 <부모는 대장장이>등 다수
<해설> 싹이 당산목이 되기까지 그 세월이 어디 거저 얻어졌겠는가. 폭우에, 벼락에, 바람에, 곤충에, 사람까지도 생명에 위협이었다. 그럴 때마다 옹이로 상처를 봉합하며 굴곡진 삶이 세기를 넘어왔던 것이다. 이것이 어찌 고목만의 이야기겠는가 강도, 사람도, 그러한 과정을 피할 수 없으니 “상처도 곱게 아물면 예술이 된다.” 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즐기며 넘기다 보면 그 끝은 아름답게 물드는 것이니까.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