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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충분한 슬픔

기사전송 2018-06-12, 21: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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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탁자 머구리 한 마리

막걸리 한 사발로 숨 고른다

반쯤 벗어 내린 슈츠에서

뚝 뚝 바닷내 나는 오후가 떨어지고

마른 멸치 똥 발라내는 문 밖에서

삼천리를 달리고 싶던 자전거는 기운다

일흔 생 만조로 차오르도록

장가 한 번 못 가고

포구에 붙어사는 목숨이지만

바다만은 옳게 접수했노라 호기 부렸으니

궂은 날 물질도 겁낼 수 없다

까짓것 이판사판

촌 다방 가스나 하나 들러붙지 않는 몸이지만

실마리 아득한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하다



◇권선희 = 춘천 출생. 1999년 <포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집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해설> 일흔의 떠꺼머리 사내가 숨 고르는 막걸리 한 사발이나, 다방 가스나 한 명도 들러붙지 않는 삶이나,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하다고 말하는 그 말 속에서나, 아픔이 울고 있다. 아니, 더 깊이 울고 있다. 시인은 이를 두고 “충분한 슬픔”이라고 말한다. 사내의 일상이 쓸쓸함으로 일렁이는 한가로운 어촌 풍경이 왠지 낯설지 않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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