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다고
집안의 책 정리를 했다
온통 벽면이 휑하다
종일 면벽수행만 한다
저 너머의
그 길은
한 티끌인가?
◇박선주=서울 출생.
2005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해설> 화자는 어떤 이유에서건 이사를 하려 하는데 문제는 서재의 책이다. 읽던, 읽지 않던 간에 그것이 차지한 면적이 크고, 큰 만큼 허무했을 땀과 열정, 생각의 깊은 늪이 독식해 왔을 삶에 대한 회의 같은 것들이 미련으로 남아 책장 정리가 힘들었을 것이다. 시인들이라면 한번쯤은 겪고 넘었어야 할 또 하나의 커다란 산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