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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데스크칼럼

‘우당탕퉁탕’의 데칼코마니

기사전송 2018-04-17, 21: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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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쿵쾅거리며 돌아가는 선거판이 꼭 미친 망아지가 날뛰는 것과 꼭 같다. 툭 툭 튀어나오는 온갖 세상사가 모두 선거판에 버무려져 함께 알레그로로 돌아다닌다.

김기식 금감원장의 과거 비리에다 김경수 의원의 댓글 조작 의혹까지도 여기에 더해진다. 어물전의 꼴뚜기 마냥 선거판만 벌어지면 빠짐없이 여론몰이가 동원된다. 진실도 있다. 허위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별 상관이 없다. 표를 얻을 수 있을 전체 무게에 얼마만한 보탬이 될 사안인지가 더 큰 값어치로 매겨진다.

TK의 맹주로 자처하는 자유한국당도 요새 정신이 없다. 공천 작업이 오락가락 하다보니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자들이 당을 원망하는 소리는 연일 더 높은 옥타브로 치솟고, 그 소릴 무시하자니 표밭이 걱정이고 들어주자니 집안 갈라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애써 추천했거나 경선으로 몇몇 곳에서 후보감을 확정했지만 세상사 정해진 공식은 없으니 안심할 수도 없다.

미세먼지 ‘주의보’ 수준을 넘어 ‘경보’ 수준 이상의 ‘안갯속 정국’인지라 정치인들은 아슬하기만 한데, 유권자들은 정치 무관심을 넘어서 아예 정치에 혐오증까지 느끼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선거다 댓글조작이다 해가며 정가는 정가대로 돌아가는데, 서민들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녹록찮은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지금이 선거 정국인지, 아닌지에 관심을 쏟을 여유조차 없다.

정치라는 게 뭐 유달스런 건가. 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잘하는 정치고, 그렇게 되도록 필사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가 바로 정치인들 아닌가. 그런데 지금 정치인들이 온갖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표밭‘이고 ‘권력잡기’다. 서민들의 생활이 덜 고달프고 더 윤택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구상에서 한참 벗어나 오로지 어떻게 해야 경쟁자를 누르고 먼 미래까지 안온하게 정치인 노릇을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것 같다.

최저임금 이라는 암초 탓에 대학생들은 알바 자리를 못 구해 난리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찾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실업자는 오히려 점점 늘어가기만 하고 영세상인들의 폐업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솟고 있다. 집을 살 사람도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도 대출이 꽉 막혀 고민이다. 만만찮은 가계를 진정시키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려해도 갚을 수준이 못 되거나 이미 빚을 안고 있으면 대출도 막히고 만다. 아껴쓰며 가계를 꾸리고 싶은데 김밥이고 자장면이고 값이 안오른 게 없으니 막막하기만 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삐그덕 거리며 IMF 때보다 더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인데도 정치권은 적폐청산이라는 화두에만 오롯이 매달려 서민들을 속속들이 돌아보지 않는다. 시급한 것은 서민들이 편안해지도록 조금이라도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인데 이념싸움에 당리당략 수읽기로 여·야가 샅바를 붙잡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우당탕퉁탕’ 시끄럽기만 하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외유성 해외출장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선관위가 그의 행위를 두고 선거법위반 이라는 판단을 내리자마자 그는 임명권자에게 사의를 표했다. 한때 청와대가 끝까지 그를 지키려 하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왜 모든 정국 현안을 포기하면서까지 ‘김기식 지키기’에 매달리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이를두고 ‘문재인 정권의 편집증적 집착’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중앙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그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사의를 표하기 몇 시간 전인 바로 그날 오전이었다. 서울 저축은행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그는 저축은행 대표이사들에게 격앙된 소리로 벌칙까지 제시해 가면서 질타를 했다. 저축은행들의 잘못을 나무라며 영업을 제한하고 잘못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을렀다. ‘우당탕퉁탕’ 소리가 아주 요란했다고 한다. 자신의 비리가 온 국민의 관심 한가운데 서있는 상황에서도 강경한 어조의 이 ‘우당탕퉁탕’ 소리는 몹시 우렁찼다고 한다.

큰 강물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요즘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면면히 소리없는 흐르는 큰 강물같은 아우라(Aura)를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당 대표라는 사람에게서도, 차기 대권 주자라는 사람에게서도, 광역자치단체장을 해보겠다는 사람에게서도 웅혼한 강물의 흐름을 느낄 때가 잘 없다. 대신 ‘우당탕퉁탕’ 소리를 질러대며 급격히 쏟아져 내려가는 시냇물의 시끄러움만 가득할 뿐이다.

김경수 의원이 연루된 댓글조작 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의혹의 정점에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가 아무리 부인해도 국민 정서상 이제 정권 차원의 게이트가 돼 버렸다”는 야당 대변인의 말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펼쳐질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정권을 적폐정권이라고 욕했던 현 정권이 과거 정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우당탕퉁탕’의 데칼코마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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