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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데스크칼럼

지방없는 지방선거

기사전송 2018-06-05, 2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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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사회부장)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반도 이슈가 지면을 잠식하면서 지방선거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선거에서도 기초의원은 깜깜이 선거로 지나갈 듯 하다. 지방선거인데도 지방분권이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지방의원 무용론에 자치구 무용론까지 언제 다시 재점화될 지 모른다. 과연 자치구·(군)·의회 의원은 세금만 축내는 불필요한 존재이며 폐지되야 할 대상일까.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화하는 대상은 자신의 지역구 시장, 군수, 구청장이라고 한다. 언젠가 자신의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단체장에 대해서는 견제를 하지만 기초의원들은 정당공천제를 통해 통제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대통령이 분권을 하자고 했을때 국회는 반발했다. 분권이 되면 국회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권한 축소를 막기위해 구군을 없애고 광역화하겠다는 안을 들고 나왔다. 행정효율화를 명분으로 입법을 추진했지만 전문가들의 반대로 특위만 구성했다가 결론을 못내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결정을 넘겼다. MB 시절에는 대도시 자치구를 없애자는 안도 나왔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을 역임한 대전대 안성호교수에 따르면 선진국은 기초의회가 상위기관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자치구·(군)·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대도시 기초자치의 포기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총 인구의 45%가 기초정부 없는 단층 광역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지역에 거주하게 된다. 대구, 부산 등 대도시에 1개의 정부만 있게 돼 세계에 유래없는 집권적 단일중심체제가 만들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기초정부의 평균인구는 22만명이 넘는데 자치구가 폐지되면 34만명으로 늘어나 세계 최대의 기초정부 인구수를 기록하게 된다.

프랑스의 기초정부 인구는 1천 700여명, 미국 6천600여명, 일본 6만 7천, 영국 12만 8천명 선이다. 이 통계에서 보듯 지금도 우리의 기초정부 인구는 주요 선진국의 2배가 넘는다. 1960년대 한국의 기초정부 수는 1천469개 였지만 그동안 1/7로 줄어 최근에는 200여개를 조금 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와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미국은 대구시 정도의 대도시에 자치구가 50개 이상이 있다. 왜 선진국은 자치행정구역의 크기를 확대하지 않을까.

자치구 통합론자들의 주장처럼 수성구의회를 없애고 구청장을 직선 또는 임명하면 대구시의 행정효율이 높아질까. 그동안의 연구결과는 여러 단계로 나눠진 다중심체제가 단일중심체제보다 행정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 자치구를 하나로 묶어 통합 광역시를 만들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부문에 적용하기에는 결함이 있다고 한다. 분권연구자들은 지방정부마다 경제성이 있는 규모가 다르고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모두 충족시키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규모의 경제는 서비스의 질에 대해 무관심한데 이를 지방정부에 적용하면 공공서비스의 질에 대한 주민의 선호와 만족도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즉 상하수도와 같은 공익사업이나 공공투자사업은 규모가 증가할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지방정부 서비스의 약 80%에 이르는 교육, 소방, 경찰, 문화, 사회복지서비스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는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2009년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경제학자 E. Ostrom은 “경험적 연구는 대도시 개혁론자의 합병논거가 거짓임을 밝혀왔다”고 했고 예일대 로버트 달 교수는 “소규모 민주정부의 상한선은 10만명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국 마을의 농촌인구는 수천명 미만, 도시는 2~3만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수만명에 이르는 동을 2~3개씩 묶어 10만명에 달하는 대동제로 주민자치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분권론자들은 주장한다. 행정면 통합도 역사성과 공동체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인구로 묶어 지역을 재단하겠다는 것은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적 발상이라며 반대해 왔다.

우리와 역사와 문화가 다른 선진국 제도를 무조건 받아들일수는 없을 것이다. 심심하면 터지는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를 보면 이들에게 과연 수천만원, 수억원의 월급을 줘야할지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프랑스와 일본은 요즘 자치계층을 더 쪼개고 있다. 우리나라에 맞는 지방분권 제도는 무엇인지, 지방이 없는 지방선거철에 누가 답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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