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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결혼이야기

낭만적인 사랑을 찾아서

기사전송 2018-04-12, 21: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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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정보 대표)



B씨는 사십 대 초반의 예의 바르고 유머감각도 뛰어난 멋진 총각이다. 형수님과 어머님이 동행해서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상담을 하러 왔다. 그는 서울에서 건축설계사 일을 하고 있던 중,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시골에 내려왔다가 농사일에 발목이 잡혔다. 농장 일에 축산업까지 아버지 혼자 하기엔 벅찼다. 아버지는 객지에서 박봉의 월급으로 고생하는 아들이 늘 안쓰러워 자신의 가업을 잇는 게 더 실속 있다고 아들을 설득한 것이다. 혼기가 꽉 찬 그는 결혼을 서둘렀으나, 농사 짓고 돼지 키우는 일을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사연으로 그가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이다.

베트남에서 맞선을 보았으나, 역시 직업 때문에 대부분의 신부들이 그의 눈을 피했다. 한국에는 농사일은 대부분 기계가 하고 집도 아파트처럼 편리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녀들은 관심이 없었다. 이십 년 전만 해도, 가난 때문에 신부들이 신랑의 나이, 직업과 상관없이 한국 결혼을 무조건 선호했다. 그러나 베트남도 경제성장률이 급속하게 올라가면서 많은 변화가 왔다. 세계의 대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었다. 그녀들은 이제 더 이상 경제적 이유만으로 결혼하지 않는다. 상대 남성의 나이나 외모를 우선시하고 느낌을 중시한다.

결국 B씨는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십 대 후반의 재혼 여성을 어렵게 만났다. 그녀는 초혼인 B씨가 자신을 선택해 준 것에 감사했다. 그녀는 회사의 관리자로서 월급도 꽤 많이 받는 능력 있는 여성이었다. 친정 부모님은 사위인 B씨에게 딸이 한 번의 상처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딸을 진정으로 사랑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그녀는 농사로 굳어진 B씨의 손마디를 만지면서 “농사일이 그렇게 힘들어요?”라고 물었다. 오히려 베트남보다 한국이 더 힘들게 사는 줄 아는 것 같았다. 안쓰러운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는 신부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B씨는 신부의 그런 행동에 당황해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시골에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괜찮은지 조심스럽게 B씨가 질문을 하자,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 두 사람의 사랑으로 어떤 힘든 일도 극복할 자신이 있고, 당신 부모님은 내 부모님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어 공부를 미리 준비했던 그녀는 토픽 1급에 합격했다. 화상으로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노모는 한국말을 하는 외국 며느리를 보고 “아가”라고 부르면서 눈물을 훔쳤다. 이미 오천 년 전에 예약된 만남인가, 두 사람의 인연이 맺어졌다.

얼마 전에 200억대의 자산가가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원하여 다른 일행들과 동행했다. 그는 오십 대 초반의 노총각이었다. 키가 작고 잘생긴 외모는 아니었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원했다. 상담을 할 때, 베트남 여성들도 이젠 돈이나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라고 미리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다. 현지에 도착해서 끝내 그는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맞선을 본 젊고 아리따운 여성들은 결국 나이 차이 때문에 그의 청혼을 거절했다. 행복의 기준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녀들은 당당히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제력을 조건적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는 화를 내면서,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들의 의식과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맞선을 보러 온 신부들은 나름 한껏 치장을 한다. 그녀들의 발랄한 모습은 한국의 또래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 그녀들은 이제 한류 열풍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다. 한국 신랑들의 나이, 직업, 환경 등을 꼼꼼히 챙긴다.

이제는 결혼이주여성이 돈과 가난 때문에 한국에 온다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그들도 자신의 사랑과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줄 아는 당당한 여성들이다. 오늘도 낭만적 사랑을 찾아 한국땅을 밟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행진곡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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