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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결혼이야기

두고 온 아이들

기사전송 2018-05-10, 21: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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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리스토리결혼정보 대표)


저출산의 사회적 현상으로 청소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다문화 청소년 인구는 늘고 있다. 국제결혼의 영향으로 다문화 청소년이 매년 1만 명씩 증가하고 현재 10만 명을 돌파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심각한 인구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다. 다문화 청소년의 증가는 한국사회에 도래한 다문화사회의 중요한 사실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도입국자 자녀들에게도 관심을 가져할 때이다.

중도입국 자녀는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를 따라 자기나라로 들어오거나 귀화한 자녀들이다. 재혼한 엄마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살게 된 청소년들을 의미한다. 동남아시아에는 조혼 풍습이 있어서 결혼을 일찍한다. 모계사회의 영향으로 주로 여성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가장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사회에서 무능력하고 책임감 없는 남편을 만난 젊은 여성들의 이혼이 늘고 있다. 이혼 사유의 대부분이 남성들의 술, 도박, 외도, 폭력 등이다. 이혼 후, 그녀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친정으로 돌아온다.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시댁에서 아이를 맡는 경우도 있지만, 여성이 아이를 키우기도 한다.

국제결혼 풍습도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기업들의 영향과 변화하는 경제성장 등으로 예전과 매우 달라졌다. 여성들의 사고와 의식의 전환으로 초혼 여성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다. 초등학교에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많은 남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다.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해 결혼시장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노총각들은 국제결혼마저도 젊은 여성들의 눈치를 보며 망설이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예쁘고 능력 있는 재혼 여성들은 초혼 여성 못지않게 인기가 높다. 노총각이나 같은 처지의 재혼 남성과 결혼하는 추세다. 하지만, 재혼 여성의 경우 아이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며칠 전, H 씨로부터 베트남에 있는 새 아내의 딸을 입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의 재혼 결혼식장에 등장한 분홍색 아오자이를 입은 아이가 떠올랐다. 다섯 살짜리 아이는 엄마가 낯선 아저씨와 손잡고 웃는 모습을 벽 뒤에 숨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베트남 돈을 주면서 과자 사 먹으러 가자고 해도 외할머니 치맛자락에 매달려 눈치만 봤다. 가슴이 먹먹했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고 위로하면서 내내 가슴앓이를 했다.

H 씨는 마음이 따뜻하고 여린 남성이다. 그도 한번 이혼한 상처 탓인지 아내에게 동병상련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린 자식을 두고 아내가 한국에 어떻게 오겠느냐면서 한참 후에 입양 문제를 상의해왔다. 처음 겪는 일이라, 나는 울컥하는 감성의 소용돌이에서 헤어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아이를 위하는 길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현실적인인 답변을 했다. 가족친화적인 마을공동체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던 아이가 문화도 언어도 낯선 이국땅에서 겪어야 할 어려움을 난 알고 있다. 그 아이의 정체성, 사회적 응력, 문화 혼란, 소통의 결핍, 언어장애 등이 떠올랐다. 베트남에 교육비를 보내 한국어도 배우게 하고 좀 더 성장해서 아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그 이후 아이는 마음이 따뜻하고 능력 있는 새아빠 덕분에 베트남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새아빠 엄마와 영상통화도 하면서 한국을 오갔다. 아이는 한국에서 엄마와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고 지금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내는 남편의 배려에 감사하며 헌신적으로 남편의 자녀들에게도 헌신적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남편은 아내가 마음 고생하지 않고 사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했다. 여유가 되면, 내 이웃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사는 게 인생이다. 하물며 사랑하는 아내의 핏줄인데, 무어 그리 아까울까? 빠른 시간에 결정을 내린 그의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아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다. H씨와 같은 재혼가정에 중도 입국한 아이는 행운아다. 우리는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이 아니고 같은 구성원으로서 함께 가야 한다. 심리상담이나 치유 역할의 전문 멘토를 통해서 그들이 한국에서 상처받지 않고 당당히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문화교육의 정책적 강화가 필요하다. 교사의 연수, 다문화교육교재 개발, 글로벌 인재육성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다가오는 재혼가정의 중도입국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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