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방치된 채
겨우내 얼었다가 녹았다가
뼛속까지 허공이 된 몸
담장아래 내다 묻었을 뿐인데
미처 읽어내지 못한 세상사처럼
곁가지만 만들며가는 어리석은 내 방식까지 품어
다시 싹 내리고 꽃피워
칠팔월 땡볕에도 탯줄 맨 끝자리에
잔병치레 잦던 나를 앉혀 다스려 낸 당신
호박은 늙으면 속이라도 달지만
다 늙은 어미 속은 소태맛이라, 아무쓸모 없구나.
당신의 애끓는 노동가 뒤에서 나는 날마다 푸르렀습니다
그랬습니다
마땅하듯 차지한 달디 단 이 꽃자리가
당신 애간장 다 녹여낸 깊은 속이란 것,
무서리 맞고 담장에 걸려있는
마른호박 줄기 걷어내면서
텅, 쓰디쓴 당신 속 그 소태맛의 배후에
단맛으로만 길들여진, 여태 생 속인 내가 있는 줄
아직 알지 못합니다
▷▶박경조. 경북 군위 출생.
2001년 계간 사람의 문학 등단.
시집 ‘밥 한 봉지’
<해설> 한평생 편암은 내려놓고 오직 가족 위해 헌신한 어머니 가슴, 어찌 새까맣지 않을까? 뼛속까지 허공이 된 저 호박처럼 다 내어주고 텅텅 비었을 어머니 가슴, 당신이 있어 세상이 환해진다고, 그게 한국의 어머니라고.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