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복지 희망리본사업 중단 위기
고용복지 희망리본사업 중단 위기
  • 정민지
  • 승인 2014.09.21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유사사업 통합 발표

기재부선 예산 전액 삭감

취업 장애 가진 취약계층

빈곤 탈출구 사라질 우려
#. 남편이 폐암 말기로 사망한 후 심각한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증상을 가진 조건부수급자 J(여·37)씨.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J씨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 알선보다 정신건강이었다. 대구 희망리본본부는 J씨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상담을 시작해 마음의 병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들어 한 사람은 J씨 뿐만이 아니었다. J씨의 자녀들은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학교부적응과 분리불안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취업 장애요소 해소를 위해 자녀치료도 시작, J씨는 본인의 여건에 맞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에 성공했다.

건강·양육·부채 등 복합적인 취업장애 요소를 가진 저소득 취약계층의 취업을 돕는 ‘희망리본사업’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이하 취성패)’와 보건복지부의 ‘희망리본사업’을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때문이다. 문제는 유사한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희망리본사업의 예산 257억원을 이관, 별도 예산을 편성해 취성패와 연계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중복예산이라며 희망리본사업의 예산 전액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예산이 없어지면 통합이 아니라 폐지의 수순을 밟게 돼 복지 수혜자를 늘리고자 하는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도 상충된다.

전국희망리본사업본부협의회는 지난해 본격 시행된 사업을 2년만에 없애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업에 대한 당국의 몰이해를 지적했다.

취성패와 희망리본은 ‘취업’이라는 최종 목적만 동일할 뿐 참여 대상과 추진방식이 전혀 다르다. 취성패는 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한 차상위계층 이상에게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희망리본사업의 참여자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이다.

특히 희망리본사업의 성과는 취업여부를 포함, 지역 취약계층의 욕구에 맞는 밀착 사례관리에 있다. 앞서 J씨처럼 개별 대상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취업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두 사업의 차별성은 지난 정부 감사원의 감사와 연구용역, 현장방문 등으로 검증돼 지난해 5월 사회보장위원회에서 희망리본사업의 유지를 합의한 바 있다.

대구희망리본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중 각 지자체로 부터 대상자를 받고 있는데 이달에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사업이 폐지되면 저소득층이 미취업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일반인과 동일하게 고용시장에 내몰려, 결국 적응에 실패, 빈곤의 악순환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희망리본사업은 지난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빈곤 취약계층의 자활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 현재 전국 18개 희망리본본부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300여명이 참여해 185명이 취업에 성공, 이 중 최저임금 이상 및 사회보험 가입자도 40%가량 차지해 일자리의 질 면에서도 나아지고 있다. 올해 8월 말 현재 344명이 참여, 151명이 취업에 골인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