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전 과정 60여점 설원식 회장 소유 둔갑 의혹
미술계 “대구미술관 등에 기증, 고향으로 와야”
‘조선의 고갱’으로 불리는 이 화백이 남긴 작품은 총 200여점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가 죽은 뒤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정당한 매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 기업인이 소장 중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술계 안팎에서는 흩어져 있는 이 화백의 작품을 수집해 대구로 가져온 뒤 공신력 있는 미술관 등에서 체계적으로 관리, 한국 화단의 소중한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미술계 복수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1960년대 초 한국미술협회 등이 연 ‘한국현대미술가유작전’ 개최 과정에서 이인성의 작품 60점이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의 소유로 둔갑했다는 의혹이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작품의 총 감정가는 최소 300억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 최초의 근대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여론이 일자, 정부는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첫 단계 사업으로 한국현대미술가유작전을 개최했는데, 대한방직은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스폰서 기업이었다.
미술관 건립은 그러나 돈줄을 쥔 대한방직의 자금난 등의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립 논의와 무산 과정에서 이인성의 작품 다수가 대한방직가(家)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게 미술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당시 대한방직측이 가져간 작품은 총 60점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몇 점이 남아 있는 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시 가져간 작품 중에는 최소 감정가가 5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알려진 ‘실내’(1935년 작), 15억원 상당의 ‘겨울풍경’(1947년 작), 15억원 상당의 ‘성당이 보이는 풍경’(1948년 작), 이인성이 자신을 그린 ‘모자 쓴 자화상’(1940년대 후반 작)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10억원 상당의 ‘들국화’(1947년 작), 5억원 상당의 ‘반라’(1930년대 후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겨울풍경’의 경우는 작품이 훼손되기도 했다.
실제 이인성의 작품이 대구에 돌아온 전례가 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대구 명덕초등학교에서 빌린 ‘사과나무’를 되돌려 준 게 그것이다. 최근에는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이 소장 중이던 ‘연못’을 대구미술관에 기증,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은 “대한방직 측에서 여전히 미술관을 지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미술관이 건립될 때까지만이라도 아버지의 고향인 대구로 가져와 대구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제대로 보관하는 게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구시민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취재진은 대한방직측에 이인성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