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에 간 이인성 작품 “어디에…”
옛 대한방직에 간 이인성 작품 “어디에…”
  • 남승렬
  • 승인 2015.02.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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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근대미술관 건립 스폰서 기업 맡아

유작전 과정 60여점 설원식 회장 소유 둔갑 의혹

미술계 “대구미술관 등에 기증, 고향으로 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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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作 ‘겨울풍경’
대구가 낳은 천재 화가 이인성의 작품을 다시 대구의 품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조선의 고갱’으로 불리는 이 화백이 남긴 작품은 총 200여점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가 죽은 뒤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정당한 매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 기업인이 소장 중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술계 안팎에서는 흩어져 있는 이 화백의 작품을 수집해 대구로 가져온 뒤 공신력 있는 미술관 등에서 체계적으로 관리, 한국 화단의 소중한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미술계 복수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1960년대 초 한국미술협회 등이 연 ‘한국현대미술가유작전’ 개최 과정에서 이인성의 작품 60점이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의 소유로 둔갑했다는 의혹이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작품의 총 감정가는 최소 300억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 최초의 근대미술관을 건립하자는 여론이 일자, 정부는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첫 단계 사업으로 한국현대미술가유작전을 개최했는데, 대한방직은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스폰서 기업이었다.

미술관 건립은 그러나 돈줄을 쥔 대한방직의 자금난 등의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립 논의와 무산 과정에서 이인성의 작품 다수가 대한방직가(家)의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게 미술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당시 대한방직측이 가져간 작품은 총 60점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몇 점이 남아 있는 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시 가져간 작품 중에는 최소 감정가가 5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알려진 ‘실내’(1935년 작), 15억원 상당의 ‘겨울풍경’(1947년 작), 15억원 상당의 ‘성당이 보이는 풍경’(1948년 작), 이인성이 자신을 그린 ‘모자 쓴 자화상’(1940년대 후반 작)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10억원 상당의 ‘들국화’(1947년 작), 5억원 상당의 ‘반라’(1930년대 후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겨울풍경’의 경우는 작품이 훼손되기도 했다.

/news/photo/first/201502/img_156546_1.jpg"겨울풍경
보관 과정 등에서 훼손된 것으로 확인된 작품 ‘겨울풍경’.
한 미술계 인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 중인 이인성의 작품도 30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리움측이 정당한 매매 절차를 거쳐 소장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으나 대한방직측이 소장 중인 작품들은 법적인 소유권을 떠나 작품 보존을 위해서라도 이인성의 고향인 대구로 가져와 체계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인성의 작품이 대구에 돌아온 전례가 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대구 명덕초등학교에서 빌린 ‘사과나무’를 되돌려 준 게 그것이다. 최근에는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이 소장 중이던 ‘연못’을 대구미술관에 기증,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은 “대한방직 측에서 여전히 미술관을 지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미술관이 건립될 때까지만이라도 아버지의 고향인 대구로 가져와 대구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제대로 보관하는 게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구시민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취재진은 대한방직측에 이인성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와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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